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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신의 바람

 

한 소녀가 태어났다. 그의 이름은 로이아.

소녀는 신의 사랑을 받아 성녀가 되었다. 소녀를 향한 신의 사랑은 그야말로 대단했다. 소녀는 그대로 신의 바람이었고 신의 뜻이었다. 소녀 또한 신의 힘을 받아 선을 행하고 악을 물리치며 사람을 치유했다.

그가 성녀가 되고 안그래도 천계에 밀려 작아졌던 하계는 더욱 작아질 수 밖에 없었다. 하계의 왕. 루시퍼는 견습악마를 모아 성녀의 신력을 무력화 할 계획을 세웠다. 처음부터 고위악마를 보냈다면 일이 쉬웠겠지만 그들의 눈에는 성녀가 아무리 강해도 그저 인간이었다.

그래서 선두로 보낸 것이 견습악마, 롤로노아 조로였다. 견습악마라지만 조로는 견습 중에서도 엘리트였다. 검술에 뛰어났던 그는 양팔에 든 검으로도 모자라 치아에도 검을 물고 삼도류를 행했다. 로이아를 무력화 하기만 한다면 그가 고위악마가 되는건 따놓은 당상이었다. 조로는 그 길로 로이아에게 향했다.

달이 무르익은 밤, 작은 창문으로 악마가 들어왔다. 악마는 앙손과 입에 검을 물고 그에게 달려들었다. 성녀의 무기는 특이하게도 채찍이었다. 단련된 성녀에게 견습악마는 그저 하찮은 공격이었다.

"악마인가? 딱 봐도 고위악마는 아닌거 같은데 날 잡으려면 너희들의 왕, 루시퍼라도 데려와야지, 안 그래?"

"인간 주제에.. 그 이름을 함부로 입에 올리지마."

"그렇게 말하려면 힘부터 키우라고, 애송이."

로이아는 간단하게 채찍으로 그의 손목을 가격했고 혈을 공격당한 조로는 그대로 검을 놓치고 말았다. 그렇게 그날 밤 조로는 물러갈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거기서 물러난다면 악마의 이름에 누가 되지 않겠는가.

조로는 결국 쓰지 않으려던 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었다. 잘생긴 남자로 변하여 페로몬을 잔뜩 바르고 로이아에게 다가서는 것. 뱅글눈썹이나 쓰는 방법이라고 무시한 방법이었지만 힘으로는 도저히 당할 수없는 그에게 써볼 수있는 단 한가지 방법이었다. 페로몬을 얼마나 발랐는지 성녀는 그의 정체를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그렇게 조로는 성녀의 약한 부분 부터 점차 파고들었다. 성녀의 작은 외로움, 고독함, 내면 속의 두려움 까지도. 하지만 그 동안에도 성녀의 신앙심은 대단했다.

"오늘도 기도하러 나가는거야?"

"그럼."

"하루 쯤은 빼먹어도 되지 않아?"

"아니. 안돼."

그에게 매달리는 사람의 수는 점차 많아졌지만 그는 절대 흔들리지 않았다. 그럴수록 더욱 꼿꼿하게 신을 향하고 신에게 집중했다. 조로는 그런 그를 보며 그가 궁금해졌다. 어째서 그는 흔들리지 않는가. 그가 믿는 신은 어떤 신일까. 저 빛나는 푸른 눈동자에 오롯이 담기는 기분은 어떠할까. 그렇게 하루하루 그를 궁금해하던 어느 날, 신전에 다른 성녀가 추앙되었다. 어리고 아름다운 그는 어느새 로이아를 앞서선 사람들을 휘어잡았다. 로이아에게 몰리던 그들은 새로운 성녀가 나타나자 그를 추앙하며 사랑에 빠진 로이아는 신의 미움을 받았다며 그를 모함하기 시작했다.

기껏 나간 순례길에서 돌과 썩은 계란을 맞고 돌아온 어느 날, 조로는 한껏 더러워진 그를 보며 제 정체를 드러냈다. 그의 눈동자가 놀라며 동시에 혐오감이 잔뜩 들어찼다. 그리고 그 두 눈에 오롯이 그가 담겼다. 조로는 순간 짜릿함을 느끼며 말했다.

"거봐, 결국 그깟 신따위 너를 버렸어."

"하... 악마의 꼬임에 넘어가다니..."

"로이아. 지금이라도 나를 따라 지옥으로 오라고, 우리는 네가 원하는 모든 걸 줄 수 있어."

"조로.. 그거 알아? 신은 날 버린게 아니야. 내가 모시는 신은 그렇게 쪼잔한 신이 아니거든."

로이아의 눈은 어느새 신에 대한 확신으로 가득 차 더욱 빛나기 시작했다. 그날 따라 푸르른 작은 초승달이 그의 푸른 눈에 담겼고 그는 확신의 미소를 지었다.

"신은 나를 하늘로 부르기로 했어. 나는 내일 저 화형대에서 내 힘을 모두 분출시킬거야. 그 힘은 지금의 성녀를 더 강하게 만들고, 병든 자들을 모두 치유하고 악한 자를 선하게 만들거야. 너도 그 대상 중 하나고."

"아니. 난 변하지 않아."

"아니. 내가 그렇게 만들거야."

 

다음날. 로이아는 꼿꼿하게 화형대에 올랐다. 화형대에 불이 붙고, 불이 그의 몸에 닿는 순간, 사방으로 불꽃이 피어오르며 마치 그를 추앙하듯 가운데에 세웠다. 그리고 그의 몸에선 형용할 수없는 빛이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세상을 변화시키는 정화와 치유의 빛.

그 빛은 모두를 따스히 감싸고 그의 몸은 하늘로 솟아올랐다. 화형대의 로이아를 지켜보던 견습악마,조로에게도 그 빛이 닿았다. 그는 저향했지만 소용없었다. 검은 날개가 희게 변하고 이제까지 모두를 혐오하고 얕잡아 보던 그 마음과 눈까지 모두 치유했다.

 

"성녀. 로이아 수고했다. 성녀의 임무를 마친 너에게 대천사의 칭호를 내린다. 그리고 정화된 악마 조로. 너는 그의 부천사가 되어 그를 지키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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