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츠바사는 정말 아름다운 사람이네.”
마히루는 신전 위에서 츠바사를 바라보고 있었다. 츠바사는 진지한 얼굴로 조각을 하고 있었다. 신전에 새로 놓을 계단 장식이라고 들었다. 얼마나 대단한 것을 만드려는지 혼자서 도안을 몇 번이고 살피는 중이었다.
츠바사의 집안은 대대로 마히루의 신전을 관리해 왔다. 집안에 딸이 태어나면 으레 사제가 되는 게 보편적인 절차였다. 하지만 츠바사는 사제가 되는 대신 신전 관리인의 길을 택했다. 항상 신전을 청소하고, 낡은 기구 등을 바꾸는 게 그의 업무였다. 그렇지만 그 점이 오히려 마히루는 마음에 들었다. 생각해 보면, 굳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사제가 될 필요가 있지도 않았고. 무엇보다 진지하게 제 신전을 쓸고 닦는 츠바사의 얼굴에서 단단한 무언가를 느낀 탓이었다.
“그나저나 뭘 만들고 있는 거지?”
섬세한 손으로 돌을 깎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악기 모양이 만들어졌다. 그것을 계단에 배치해 보더니 크기를 따지고 있었다. 그러나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몇 번이고 부수기를 반복하다 결국 납득할 만한 크기를 찾았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히루 님이 기뻐하셨으면 좋겠다.”
짧은 말 한 마디였지만 진심이 담겨 있는 게 느껴졌다. 이런 말은 조금 우스울지 모르지만, 마히루는 츠바사 조상들의 생몰을 지켜본 신이었기에, 자연스럽게 츠바사가 하는 언행들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도 알 수 있었다. 그녀는 무엇이든 자신이 하는 일에 최선을 다했고, 그 결과물은 전적으로 ‘히루’님을 위한 것이었다. 마히루는 책임감 강한 츠바사가 자신을 위해 솜씨를 부리는 것도, 성실히 청소하는 것도 좋았다. 그것들이 좋을 수 있던 건 다름 아닌 츠바사가 짓는 진지한 표정 때문이었다. 뭐랄까. 자신이 직접 배 아파 낳은 자식은 아니었지만 제 아이가 원하는 바를 위해 진중한 태도를 보이는 게 사랑스러웠다. 결국 충동을 참지 못하고 마히루는 지상으로 내려왔다. 츠바사의 시선에 바로 잡히지 않도록 신전 뒤에 있던 그녀는 천천히 츠바사에게 다가갔다.
“저기.”
“엇.”
츠바사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래서인지 마히루를 보자마자 말이 빨라졌다.
“죄, 죄송합니다. 아직 청소가 제대로 안 되어서 참배는 조금 늦게 해 주시면 안 될까요?”
예상치 못한 질문에 마히루는 눈을 깜빡이다 이내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면 저도 같이 청소해도 될까요?”
“네?”
“둘이 하면 금방 끝나잖아요. 히루 님도 항상 츠바사 씨만 청소하면 안쓰러워 하실 거고요.”
“어, 어?”
“자, 어서요.”
마히루가 망설임 없이 빗자루를 들자, 츠바사는 허둥지둥 걸레를 들었다. 둘은 아무 말 없이 청소에 임했다. 그러나 츠바사는 조금씩 떨고 있었다. 가족을 제외한 이들에게는 이름 대신 ‘신의 시동’이라고만 불리는 그녀가 익숙치 않은 얼굴에게 이름을 불렸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