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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벚꽃 스티커로 고정된 보라색 편지 봉투.
그 위에 쓰여 있는 두 개의 영어 단어는, 「Just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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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츠카 씨에게.
오늘도 정말 좋아해, 츠카!
내가 가장 외치고 싶은 말이야. 편지를 쓰고 있는 지금은 물론이고, 언제나.
사실, 편지의 처음을 어떻게 시작하는 게 좋을지 잘 모르겠어서 엄청 고민했어. 츠카라면 어떤 말을 가장 먼저 내게 써줄까 생각해보기도 하고.
이것저것 써보았다가 …… 역시, 이 말이 가장 좋을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어. 이건 그 언제라도, 당신에게 달려가 몇 번이고 말해줘도 지치지 않는 말. 늘 정말 많이 좋아하고 있어, 츠카.
앗, 아니면 혹시 처음부터 대뜸 좋아한다고 해버려서 놀랐을 수도 있을까? 지금에서야 이런 생각이 들었네, 만약 그랬다면 미안해. 하지만 부디 당신의 마음에도 드는 시작이었길 바라.
내가 오늘 갑자기 이렇게 편지를 쓴 이유는, 당신에게 꼭 말해주고 싶은 게 있어서예요. 물론 만나서 직접 말로 해도 괜찮았겠지만 …… 나, 말이 서툰 편이니까. 말로 한다면 혹시라도 미처 전달되지 못하는 부분이 생길까봐 걱정됐거든. 그래서 이렇게 편지로 쓰면 더 좋을 것 같았어.
어떤 이야기를 할 거냐면 …….
오오토리 에이지가 생각하고 있는, 아오이 나츠카에 대한 운명을 이야기하고 싶어.
저번에 츠카 씨는, 나에게 잠깐 운명에 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죠. 그리고 당신은 말해줬어요, 당신이 생각하기에 나와 당신은 적어도 처음부터 운명은 아니었던 것 같다고. 그때 츠카는 정말 많은 고민을 하고 꺼냈던 말이었던 것 같았는데, 그에 비해 나는 너무 간결한 대답을 해줬던 게 아닌가 싶어서. 그게 계속 마음에 걸렸어서.
그래서 난, 오늘 츠카에 대한 마음을 다시 한 번 고백하려 해. 당신과 나의 운명에 대한 생각을 담아서. 조금 쑥스럽지만, 츠카가 끝까지 읽어줬으면 좋겠어.
먼저 …… 츠카 씨, 나를 찾아와줘서 고마워요. 이건 그때도 내가 말했었던 거죠. 나와 이렇게 만나기 되기까지 좌절되는 일이 많았는데도, 끝까지 나를 포기해주지 않아서 기뻐요. 당신은 나 자신조차 확신이 없었던 오오토리 에이지의 가능성을 알아봐줬고. 내게 당신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줬어. 맞아, 이건 내게 너무나도 기쁘고 행복했던 일이에요.
이게 무슨 뜻이냐면, 이 사실은 츠카를 불안하게 만들 일이 아니라는 거야. 당신이 내게 오기까지 계속해서 무언가에 가로막혔다고 해서, 나와 역시 처음부터 운명은 아니었다든가 하는 걱정은 할 필요가 없어.
…… 아니면 혹시, 츠카는 말이야.
그렇게까지 하지 않았더라면 내가 널 사랑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해?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이유가, 그 계기가 당신에 의해 억지로 만들어진 거라고?
넘겨짚었다면 미안해. 하지만 만약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서 불안한 거라면 확실히 말할게. 나는, 츠카가 만약 그러지 않았다고 해도 좋아했을 거야.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이유는, 츠카가 나를 만나기 위해 한 노력에 한정되어 있지 않아!
흩날리는 벚꽃잎들처럼, 넘쳐흐르는 당신의 사랑스러움이. 여름의 햇살을 닮은 당신의 환한 미소가. 당신의 손짓 하나하나, 행동, 그 표정, 그 말들 전부가 내게 늘 가르쳐주고 있어.
난 도저히 당신을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다고. 마음이 너무나도 저려서 아파올 정도로, 나는 매일매일 그 사실을 느껴. 그리고, 내가 츠카의 모든 것을 사랑한다고 느끼는 그 순간순간마다 나는 확신해.
오오토리 에이지는, 아오이 나츠카를 반드시 사랑하게 될 운명이었다고.
만약 츠카가 날 포기했었다면, 그 세계에서는 분명 내가 당신을 먼저 찾아갔을 거라고. 왜냐하면, 그 어떤 세계에서든 당신이 나의 운명이 아닐 리 없으니까. 츠카 씨, 나는 우리가 보이지 않는 운명의 실로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해요. 저번처럼 분홍색 리본으로 직접 당신과 내 손가락을 묶어놓지 않더라도, 우리는 이미.
…… 제 마음, 제대로 전해지고 있나요?
츠카 씨, 당신이 내게 운명이 아니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어요. 당신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해도, 적어도 오오토리 에이지에게는 그래요. 츠카 씨 혼자서 저를 좋아하고, 사랑한 게 아니에요.
당신이 알아줬으면 해요.
우리의 사랑은 전부, 우리 둘이서 찾아낸 것이란 걸.
만약 츠카 씨가 아직도 우리의 운명에 의심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 상관없어요. 왜냐하면, 지금 내가 나의 운명을 당신에게 줄 거니까.
츠카 씨에게 전부 바칠게요, 나의 사랑도 운명도 모두. 전부 가져요, 그건 츠카 씨의 것이니.
그 대신 내겐, 츠카 씨의 운명을 주지 않을래요?
당신의 운명을 독점하고 싶어요. 츠카 씨의 운명의 상대는 오직 나뿐이었으면 좋겠어요. 그 언제라도 어디에서라도, 아오이 나츠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은 나였으면 해. 욕심쟁이에 제멋대로일지도 모르는 생각이지만, 나는 진심이야.
이 편지에 대한 답은 …… 위 질문에 대해 답해주는 걸로 받아도 될까? 츠카.
…… 아.
여기까지 쓰고 잠시, 내가 여태까지 쓴 내용을 읽다 왔어. 그, 너무 내 마음을 대놓고 많이 썼으려나? 오, 오히려 츠카는 이젠 걱정 안 하고 있었는데 내가 심란하게 하고 있는 건 아닐까. 부담을 준 게 아닐까.
미안해, 혹시 츠카의 생각이 많아지게 한 건 아닐까 걱정돼. 나는 그냥 츠카가 가끔씩 계속 불안해하는 것 같아서 …… 내가 그걸 해결해줄 수 있다면, 그렇게 해주고 싶었던 것뿐이야. 나는 나의 존재가 온전히 츠카에게 행복이었으면 하니까. 당신을 그 어떤 것으로도 괴롭게 하고 싶지 않아.
늘 츠카를 더 웃게 만들고 행복하게만 해주고 싶은데. 나는 아직 연인으로서 갈 길이 먼가봐 ……. 나, 언제나 더 노력할게! 츠카의 옆에서.
내가 전하고 싶은 말은 여기까지인 것 같아. 이 편지, 집에서 읽어주고 있는 거 맞지 ……? 만약에 내 앞에서 읽으면 좀 부끄러울 것 같아서, 아마 이 편지를 전해주는 날은 편지만 주고 후다닥 가버렸을지도 모르겠어. 만약 그랬다면, 부끄러워서 그런 거니까 꼭 이해해줘 …….
자, 그럼 …… 편지의 마지막 말도, 아까 처음 시작했던 말처럼 내가 가장 말하고 싶은 말로 할게. 지금 또다시 너무 외치고 싶어졌기도 하고.
이 편지로 내 마음이 잘 닿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 나는 츠카의 옆에서 당신을 행복하게만 해주고 싶으니까 …… 이거 말고도 고민이 생긴다면 언제든지 말해줘야 해. 늘 나의 진심을 담은 말들을, 당신에게 전해줄 테니까. 정말 많이 좋아해, 츠카.
여기서 끝날 줄 알았지?
이번엔 여기서 끝나지 않아. 나는, 츠카가 이 말보다 더 좋아하는 말이 있다는 걸 아니까.
…… 사랑하고 있어요.
언제까지나 영원히, 당신의 곁에서.
오직 당신만을 사랑할 거예요. 아오이 나츠카 씨.
당신의 오오토리 에이지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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