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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카타 죠스케는 최근 고민거리가 하나 생겼다. 남에게 말하기도 뭣한 내용의 그 고민은 다행스럽게도 자신과 직접적인 관련을 가진 심각한 문제는 아니었지만, 본질적으로 상냥한 죠스케는 오지랖 넓게도 이 고민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었다.

 

‘오쿠야스 녀석…, 진짜 바보인가?’

 

제 친구가 조금 멍청하다는 건 잘 알고 있었지만, 설마 연애세포까지 없을 줄은 몰랐다. 옛날에 코이치가 유카코에게 고백을 받았을 때도 펑펑 울며 부러워하기에 누군가가 조금만 여지를 주어도 냉큼 고백할 줄 알았는데, 설마 이렇게 눈치가 없을 줄이야!

맞은편에 앉아있는 고민의 근원을 보는 죠스케의 눈빛은 좋은 말로도 따뜻하다고 할 수 없었다.

 

“오, 이거 맛있는데?! 전에 그것보다 훨씬 좋아!”

“정, 말…?”

“그래~, 특히 여기 박혀있는 이게 맛있다고!”

 

‘지금 쿠키 맛이나 평가할 때냐, 멍청아.’ 목구멍까지 튀어나오려는 말을 음료수와 함께 삼킨 그는 오쿠야스의 옆에 찰싹 달라붙어있는 여학생을 보았다.

바닥만 보며 작은 목소리로 답하는 이 소녀는, 니지무라 케이초가 쏜 화살에 의해 스탠드 사용자가 된 옆 반의 동급생 오토히메 우미코였다.

 

“그건, 마카다미아야. 다음에도 넣어올게….”

“정말~? 고마워! 아니, 그것보다 자꾸 이런 걸 만들어 오지 않아도 된다고~.”

 

말은 그렇게 하는 주제에, 이미 양 볼이 터져나가게 과자를 먹고 있으니 진정성 같은 건 찾아 볼 수가 없다. 태평하게 수제쿠키를 먹고 있는 오쿠야스를 보고 있자니 다시 갑갑해진 죠스케는 남아있는 음료를 모두 마셔버렸다.

오쿠야스는 왜 오토히메가 틈틈이 먹을 걸 만들어 오는 건지 모르고 있는 게 분명하다. 안다면 이렇게 태평하게 과자나 먹을 리가 없지. ‘그 녀석은 친구가 없으니까 우리랑 친하게 지내려고 그러는 거겠지.’ ‘안 그래도 친구로 지내주는데 말이야~’ ‘안 그러냐, 죠스케~? 겉보기랑 달리 오토히메 녀석은 착하고~’ 오쿠야스가 내뱉은 주옥같은 명언들을 곱씹던 그는 결국 참지 못하고 한 마디를 내뱉고 말았다.

 

“너희 정말 사이좋네.”

“응? 그런가?”

“그래. 너무 사이가 좋아서 옆구리가 시리네.”

 

조금 노골적으로 말해서 그런 걸까. 죠스케의 말을 들은 오토히메가 얼굴이 새빨개져서 손을 저었다. 아아, 이래서야 제가 애꿎은 동급생 여자애를 놀리는 것 같지 않은가. 의도와 다르게 흘러가는 분위기 때문에 다시 입을 닫은 죠스케는 이대로 다시 염장질 아닌 염장질을 봐야하나 싶었지만.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오래 가지 못했다.

 

“오쿠야스 군! 선생님께서 부르셔!”

 

화기애애한 간식타임에 끼어든 것은 곤란한 표정을 짓고 있는 코이치였다. 반가운 인물의 반갑지 않은 전언에 입안의 쿠키를 꿀꺽 삼킨 오쿠야스는 잠깐의 침묵 후, 슬쩍 되물었다.

 

“왜, 왜…?”

“나도 이유는 모르겠는데…. 화나신 것 같았어.”

“크윽, 어제 친 시험 때문인가?!”

 

무언가 걸리는 것이 있긴 한 모양인지 그는 울며 겨자 먹기로 꾸역꾸역 코이치를 따라갔다. 궁시랑 거리며 사라지는 오쿠야스를 가만히 보고 있던 두 사람은 잠깐 동안 아무 말도 없었지만, 죠스케는 이 좋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저기, 오토히메. 너 오쿠야스 좋아하는 거 맞지?!”

“…갑자기 왜….”

“아니, 답답해서 그래. 답답해서! 저 녀석 바보 아냐? 다른 사람들은 다 아는데 본인만 모르잖아?”

“하하, 하….”

 

본인의 일 마냥 열정적으로 화를 내는 죠스케가 고마운 걸까. 오토히메는 작은 소리로 웃으며 수제쿠키가 든 도시락 통을 만지작거렸다.

 

“너무, 그러지 마…. 오쿠야스 군은 조금 단순하니까, 그럴 수도 있지.”

“안 답답해, 넌? 유카코처럼 막나가라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좀 더 적극적으로 다가가도 될텐데.”

“그, 그건 좀…. 이미 이렇게 과자를 만들어 오는 것도 최대한 힘내고 있는 거라….”

 

어째서 제 주변의 여학생들은 이렇게나 성격이 극과 극인 걸까. 코이치에게 무서울 정도로 애정공세를 하는 유카코와 거기에 쫓기던 코이치를 떠올린 죠스케의 초점이 흐릿해졌다.

 

“…하지만, 나는 지금이 좋아.”

“응?”

 

먼 산만 보는 죠스케의 정신을 되돌린 것은, 모처럼 주도적으로 말을 꺼낸 오토히메의 수줍은 발언이었다.

 

“나는 오쿠야스 군 곁에만 있어도 좋아. 좀, 더, 오쿠야스 군을 알고 싶고…. 그걸로 행복해.”

“…너 정말 욕심 없구나.”

“응? 그런, 가…?”

“그래…. 유카코의 5% 정도만 닮았으면 싶을 정도로.”

“하하…, 아, 죠스케 군도 먹어. 쿠키.”

“오오. 땡큐.”

 

비록 지금은 좀 답답하게 흘러가고 있어도, 당사자가 괜찮다고 하고 이렇게 쿠키도 얻어먹을 수 있으니 걱정은 그만 둘까.

머릿속에 눌러앉은 고민을 잠깐 구석으로 밀어두기로 한 죠스케는 먹음직스러운 쿠키를 크게 한 입 베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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