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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민현.png

*캐해석, 설정 날조 주의

*급전개 급마무리주의

 

 

 

잠이 든 그를 보고 있던 베르무트는 그의 폰에 저장된, 저와 함께 찍은 사진을 보고 있었다. 많은 시간을 보낸 건 아니지만 한장 한장 그때의 시간을 보여주는 것이 좋아 간직해도 좋다는 허락을 했다.

직업상 사진을 찍히는 게 싫어. 당연 증거를 남기지 않기 위한 거짓말이었다. 그런 거짓말도 아, 그렇구나 하며 속아 넘어간 그에게 조금은 미안함을 느꼈다.

이유를 말할 수 없다. 말한다면 진실은 우리를 갈라놓을 것이 뻔했다. 모든 것을 보여주고 떳떳하게? 말도 안 된다. 그저 지금을 깨뜨리지 않고 지키고 싶었다.

 

“크리스 깼어요…?”

 

작게 웅얼거리는 목소리에 휴대폰을 제자리에 두고 옆으로 다가갔다. 얇은 커튼 뒤로 창밖에 비치는 아침 해가 그의 얼굴을 더 밝혀준다.

언제나 이해한다는 말을 하며 부담을 주지 않으려는 행동이 더 크게 느끼게 하는지 본인은 알 수 없겠지. 이 모든 것이 끝나는 날이 온다면. 그때는 말할 수 있을까. 아니. 지금의 계약이라는 관계를 가지고 시간으로 묶여도 좋았다. 계약이라는 이 단어로 곧 터질 것 같은 감출 수 없는 마음을 붙잡으려 했다.

 

“미안, 나 때문에 깬 거야?”

 

너와 함께 하고 싶다.

 

“아니. 제 품이 허전한 것 같아서 저 혼자 깼어요.”

 

너와 함께 할 것이다. 어디에 있든 함께. 둘이서.

그의 머리카락이 더 붉게 느껴졌다. 졸린 눈으로 바보같이 웃으면서, 저를 향해 내미는 두 팔에 베르무트는 품으로 안겼다. 작고 따듯한 품에 웃음이 난다. 이어 망설임도 느껴졌다. 이대로 있어도 되는 걸까.

지금을, 너를 잃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운다. 조금 더, 조금만 더. 꿈같이 눈을 뜨면 깨져버려 아무것도 남지 않고 사라져 버릴 것 같은 너를 지키고 믿고 싶었다. 베르무트는 두 손을 그의 등위로 얹어 옷을 붙잡았다.

 

“좋은 아침이에요.”

 

품에 얼굴을 파묻고 밝은 빛을 찾으려 애쓴다. 조금만이라도 좋으니 함께 했으면 좋겠어. 중얼거린 베르무트를 그는 더 꽉 안아주었다. 매일은 아니어도 함께 있을 때마다 웃음 뒤에 보여주는 다른 감정은 무엇을 말하고 싶은 걸까. 자신이 무슨 잘못을 한 게 아닐까 누군가 괴롭히는 게 아닐까… 지켜주고 싶었다.

 

“응, 너도.”

 

자신의 비밀. 너무나 사랑해서 지켜주고 싶다. 형사로서 해서는 안 될 나쁜 마음도 조금씩 생각하면서 그렇게 해서라도 제 품에 안긴 그를 지키고 싶다고. 함께 하는 미래를 그리며 밀려오는 피곤함에 다시 눈을 감았다 뜬다.

커튼 뒤로 올라오는 해를 감상하며 옷을 붙잡았다.

이 시간이, 우리라는 계약이 끝나고 나면 영원이라는 게 존재할까. 간단히 부서져 버릴지 않을까 하는 조금의 두려움이 붉은 해처럼 강렬함에 사라져 버리길 바라면서 지켜만 보고 있는다. 함께하고 싶어. 소리는 내지 않고 입모양으로만 말한다. 머리카락이 붉게 물들어가는 것을 보자 한 손을 가져와 머리카락을 몇 가닥 잡아 살짝 들어 올려 입을 맞춘다. 나만의 이기적인 욕심이자 마음이었다. 자신만의 맹세를 했다. 잃고 싶지 않다, 앞으로도 영원히. 우리에게도 밝은 미래라는 게 있겠지 하고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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