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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혼 미츠바 편에서 한참 후의 이야기로, 미츠바 편의 결말이 잠시 언급됩니다.

 

 

 

 

공기가 찼다. 먹구름 가득한 하늘이 당장이라도 비를 쏟아부을 것 같았다. 비 소식은 없다던 오키타의 말을 믿는 게 아니었다. 히지카타는 작게 혀를 찼다. 치안은 중요했으나, 이런 날이라면 빨리 순찰을 마치고 돌아가는 게 나았다.

"……저 녀석."

이곳저곳을 살피던 히지카타의 눈이 한 지점에 멈췄다. 이제는 일부러 착각하려 해도 불가능했다. 그가 신경이 쓰이는 건 저 여자 자체였다. 미츠바와 외모가 닮았다 한들, 히지카타에게 이미 저 여자는 히나리였다. 단지 상황 때문에 여전히 '미츠바와 닮은 여자' 취급을 할 뿐이었다. 눅눅함에 평소보다 가라앉아 보이는 머리칼은 오늘도 낮은 양 갈래로 묶인 채였다. 저 머리 모양과 아주 조금 더 큰 눈만이 달랐다. 모두가, 죽은 미츠바가 살아 돌아온 줄 착각할 정도였다.

히나리는 시선을 눈치 채지 못한 듯 계속해서 걸었다. 어차피 순찰 경로에 포함된 길이었다. 검을 쓸 줄 아는 여자라도, 둔영에 머무는 이가 무슨 일을 당한다면 진선조의 체면이 서지 않았다. 그러니 순찰하는 김에 지켜보는 것쯤은 괜찮을 터였다.

우산이 없는 여자는 연신 하늘을 올려다보고 상점가를 살폈다. 비가 오면 우산을 사기라도 할 셈인가. 누구든 비를 그대로 맞고 싶지는 않을 테니, 크게 이상할 건 없었다. 하지만 왠지 저 여자라면 굳이 짐을 늘릴 것 같지 않았다. 홀연히 온 만큼, 어느 날 갑자기 무엇도 남기지 않고 사라지겠지. 최근 히나리가 지쳤다는 건 히지카타에게도 잘 보였다.

어차피 쭉 버텨도 마음을 받아들이지는 않을 생각이었다. 혼자 살아왔다면 앞으로도 혼자 살아가면 될 일, 진선조와 더 엮이지 않았으면 했다. 애초에 그 날 히나리를 미츠바로 착각해 구한 히지카타로 인해, 작았던 소녀는 수 년이 지나 에도에 왔다. 그간 자기 몸을 스스로 지키려 연마한 검을 들고서. 히나리 본인의 말대로, 저 얼굴에는 잘못이 없었다. 죄라면 과거 소녀를 타인으로 착각한 어린 자신에게 있었다. 그러니 옛날은 잊고 행복을 찾아 주었으면 했다. 미츠바가 끝내 그러지 못했으니까.

"……."

빗방울이 떨어졌다. 한 방울, 두 방울 땅을 적시던 비가 금세 굵은 줄기를 쏟아냈다. 어깨를 덮은 제복 겉옷을 빗줄기가 때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 여자는 어쩌고 있었냐 하면, 문이 닫힌 상점의 처마 밑으로 가 비를 피했다. 동작이 지나치게 익숙했다. 홀로 살아온 날들을 몸소 증명이라도 하듯이.

상점 처마는 두 사람이 여유롭게 들어가고도 남을 정도로 넓었다. 히지카타는 히나리에게서 조금 떨어진 위치에 가 섰다. 히나리가 놀란 눈으로 그를 쳐다봤다. 모른 척 겉옷을 벗어 물기를 약간이나마 털어냈다. 주머니를 뒤져 담뱃갑을 꺼내자, 안이 텅 비어 있었다. 우중충한 날씨에 맞춰 운까지 나빴다. 하는 수 없이 빈 갑을 도로 주머니에 넣었다. 지나가는 소나기겠지. 돌아가는 길에 할 일이 하나 늘었다.

히지카타가 그런 것처럼, 히나리도 말이 없었다. 먼 하늘에 시선을 고정해 두고, 이따금 이쪽을 쳐다보는 게 전부였다. 비가 그칠 때까지도 여자는 말을 걸지 못할 게 뻔했다. 둔영 안에서도 항상 그랬다. 한번씩 건네는 인사조차 히지카타는 무시했다. 틈을 줘서는 안 되었다. 그래 놓고 히나리의 옆으로 오다니, 모순이 지나쳤다.

어쩌면 이 여자가 외톨이라서일지 몰랐다. 어디에도 있을 곳이 없는 외톨이. 잠시 돌봐 주던 노부부가 타계한 지 오래라, 에도에 올 때 모든 걸 정리했다고 했다. 무슨 일이 생겨도 편을 들어 줄 이조차 히나리에게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래 봐야 여자와의 사이가 달콤한 뭔가가 될 확률은 없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지쳐 둔영을 떠나겠지. 그걸로 영원히 안녕이었다. 문이 닫힌 가게의 처마 아래, 침묵과 그칠 줄 모르는 빗소리만이 두 사람을 둘러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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