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로몬. 혹시 심령사진 찍을 줄 알아?”
릴리벳의 물음은 순수하기 그지없었다. 어떠한 악의도, 시험의 의도도 없는 호기심뿐인 물음. 그렇기에 솔로몬은 오래 고민하지 않고, 그 엉뚱함에 웃으며 즉답할 수 있었다.
“갑자기 무슨 소리야, 릴리벳.”
“말 그대로야. 심령사진 찍을 줄 알아?”
“나는 마법사지, 심령연구가가 아닌걸.”
물론 자신쯤 되는 마법사라면 사령과 대화 정도는 일도 아니긴 하지만, 릴리벳이 궁금해하는 건 그런 게 아니겠지.
그는 어린 제자의 궁금증을 해결해주기 위해 질문을 구체화하기로 했다.
“굳이 따지자면 악마나 불길한 걸 찍어볼 수는 있겠네. 그래서, 그건 대체 왜 묻는 걸까?”
“아니, 뭐 그런 게 필요해서 그런 건 아니고……. 문득 인간계에 있을 때 심령사진이라고 본 사진들이 얼마 전에 떠올라서.”
과연, 그런 거였나.
별일이 없다는 건 다행이지만, 참으로 별난 걸 궁금해한다 싶다. 그러나 솔로몬은 이 귀여운 호기심을 모르는 체하며 넘기지 않고 성실하게 답해주었다. 어차피 자신은 한창 따분한 참이기도 했고, 이런 이야기로 릴리벳과 시간을 보내는 게 싫지 않았으니까.
“그런 건 진짜와 가짜가 섞여 있어서 일일이 살펴보는 게 아니면 딱 잘라서 뭐라 말하기 힘들겠는걸.”
“그래? 어쨌든, 진짜가 있긴 한 거지?”
“그거야 물론 있지. 봐, 릴리벳 근처엔 이미 심령사진에 나올 법한 것들이 잔뜩 있잖아?”
“그건 그렇긴 한데…….”
잠깐 고민에 빠진 릴리벳의 머릿속에 악마 7형제의 바보 같은 소동들이 떠오른다.
사소한 계기로 시작된 싸움에 모두가 휘말리거나, 유치한 내기를 했다가 루시퍼에게 잡혀 혼나거나, 식사 당번 문제로 죽일 듯 싸우다가도 맛있는 걸 사 먹고 오면 기분이 풀리는 그들은, 어떨 땐 인간보다 더 인간 같아 보일 때도 있었다.
“어째 다들 그다지 악마답다는 느낌이 없다고 할까.”
“이런, 어째서일까?”
“다들 어떤 의미로는 인간적이라서?”
‘물론 몇 명은 언제 봐도 무섭긴 하지만.’ 그렇게 중얼거리는 릴리벳이 가볍게 어깨를 떤다. 지금 상대의 머릿속에 떠오른 악마가 누구인지 쉽게 눈치챈 솔로몬은 동의한다는 듯 쿡쿡거리며 웃었다.
“혹시 심령사진이 가지고 싶어?”
“아니? 저주받을 일 있어? 굳이?”
“하하.”
이미 지옥의 군주라 불리는 7명의 악마와 살고, 차기 마왕과 그 집사랑도 거리낌 없이 지내면서 인제 와서 저주를 무서워하다니. 그들은 절대 자신을 저주하지 않을 거란 확신이 있는 걸까.
솔로몬은 그 근거 없는 당당함이 싫지 않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자신도 저 생각엔 동의하고 있었고.
‘으으음.’ 혼자서 뭔가 고민하던 릴리벳은 머리 위에 원을 그리며 혼잣말했다.
“그러고 보니 악마의 사진이 아니라, 천사의 사진이면 부적이 되거나 하진 않으려나.”
“그건 아닐걸. 그쪽도 별로 좋을 것 없을 것 같은데.”
“역시 사람은 사람이나 자연을 찍어야 하는 건가…….”
그거야 인간이 다른 존재랑 접촉해 봐야 좋을 게 없긴 하니까. 릴리벳은 혈통적으로 좀 특별하기도 하고, 본인도 워낙 기가 세서 상대적으로 무사한 것이지. 만약 심약한 이가 교환학생으로 선택되어 마계에 왔다면, 이렇게 잘 적응할 수 있었을까?
인간이지만 인간의 범주에선 꽤 벗어난 솔로몬은 점점 자신을 닮아가는 제 제자에게 특별한 제안을 했다.
“말 나온 김에, 우리끼리 사진이라도 찍을까?”
“갑자기?”
“릴리벳이랑 사진을 찍은 적은 없으니까. 한 장 정도는 같이 사진을 찍고 싶어서. 안 될까?”
“아니, 안 될 건 없지만.”
말하는 것만 보면 그리 반기지 않는 것 같지만, 표정에선 감출 수 없는 신남이 느껴진다.
역시 릴리벳은 솔직한 점이 귀엽다. 특히 말보다는 표정에서 감정이 다 드러나는 게, 정말 아이같이 느껴지지. 다 큰 숙녀에게 그런 말을 하는 건 실례이니 이렇게 마음속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지만, 솔로몬은 이런 게 상대의 매력이라 생각했다.
“좋아. 그럼 카페라도 가자.”
“카페?”
“이왕 찍는 거, 분위기 좋은 곳에서 찍는 게 좋으니까.”
슬쩍 손을 잡고 외출하는 솔로몬은 갈 만한 카페 목록을 줄줄 읊으면서 가게마다 어떤 메뉴가 맛있는지를 알려주었다. 릴리벳은 얌전히 끌려가긴 했지만, 무언가 이상함을 느끼고 고개를 기웃거렸다.
‘이거, 데이트 아냐?’
자신은 그냥 궁금한 걸 물으러 간 것뿐이었는데, 정신을 차리니 시내로 나와 있다니. 능숙하게 자신을 구워삶은 솔로몬이 참으로 어이없다.
하지만, 굳이 제가 이 상황을 벗어날 이유가 있을까.
그가 만든 음식은 싫지만, 그가 사 주는 음식은 마다할 이유가 없는 릴리벳은 이 상황을 즐기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