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을 본다는 건 누군가의 일면을 보는 것과 같다. 그래서 행맨은 지금 몰리의 본가에 놀러와 그녀의 어린 시절 사진을 보는 게 즐거웠다. 그가 사진을 보게 된 계기는 그녀의 오빠 데이비드의 영향이었다.
“어이, 제이크. 바빠?”
몰리 여기 없는데.
“없는 거 알아. 본가에 있으니까. 그건 그렇고, 심심하면 놀러 올래? 위치 내가 알려줄게.”
- 그래도 되나?
“네 자기 포커하는 거라도 구경하든지.”
- 몰리 포커해?
“응. 딕이랑 하고 있던데. 나도 곧 낀다. 너 올 거야?”
- 갈게.
전화를 끊은 데이비드가 몰리와 더글러스에게 물었다.
“열 올리고 있는 거 아는데 제이크 불렀다.”
“제이크? 내 애인 제이크?”
“응. 포커하자니까 오겠다던데?”
“데이브는 눈치가 있는 거야, 없는 거야. 그럼 모모랑 여기까지 해야 하잖아. 지금까지 내가 다 졌단 말이야.”
“왜. 눈치 보지 말고 마저 해. 난 괜찮아.”
“물론 제이크랑 노는 건 좋아하지만, 홈 데이트 하고 싶을 거 아니야.”
“매번 하는 게 홈 데이트라서 지겨우니까 같이 껴서 놀자, 좀.”
“그러면 데이브.”
“왜, 딕?”
“테니스 치러 가자. 둘이 놀게 하고.”
“이러기야?”
“그럴까? 딕. 점심은 샌드위치 먹을래?”
“참나. 그래라. 둘이 밖에서 재미나게들 노세요.”
사이좋은 두 형제는 어깨동무를 하고 밖으로 나섰다. 그러다 행맨과 마주쳤는데, 데이비드가 장난스레 웃었다.
“딕한테 감사해 해. 너 데이트 하라고 자리 비켜주는 거야.”
“안 그래도 되는데. 고맙긴 고맙다, 딕.”
“다음에는 진짜 포커하자, 제이크.”
“좋아.”
그들이 사라지고 행맨이 초인종을 누르자 몰리가 문을 열었다. 자연스럽게 두 연인이 서로를 얼싸안고 입을 맞췄다.
“안녕, 자기. 본가 오니까 좋아?”
“적당히 소란스럽고 좋아. 점심부터 먹을래?”
“그래. 맛있는 거 먹자.”
간단히 점심을 먹고 난 뒤 둘은 아까 이야기 나온 포커를 하기도 했고, 이런저런 게임을 했다. 그러다 문득 행맨이 뭔가 생각났는지 몰리에게 물었다.
“자기야.”
“응.”
“나 사진 보여주면 안 돼? 어릴 때 사진.”
“볼래?”
두 사람은 몰리의 방으로 갔다. 책장에서 앨범 몇 권을 집은 그녀가 행맨에게 그것을 내밀었다. 어린 시절부터 몰리는 참 깜찍했다. 네다섯 살 즈음부터 춤을 춘 건지 무용복을 입고 있는 사진, 뭔가를 만드는 사진, 얼굴이며 옷에 생크림을 묻힌 사진……. 그것을 보며 행맨이 중얼거렸다.
“진짜 귀엽다, 모모.”
“어릴 때는 누구나 귀여운 법이야.”
그의 어깨에 기댄 몰리가 따라 앨범을 보았다. 잊고 있던 옛 생각을 떠올리다 이런저런 에피소드를 늘어놓기도 했다. 그게 또 사랑스러워 행맨은 그녀에게 입 맞출 수밖에 없었다.
“간지러워.”
“너무 귀엽잖아, 몰리. 하긴 이렇게 귀여워서, 나를 꼬드겼지.”
“네가 먼저 꼬드겨 놓고 무슨 소리야.”
“이거 보니까 나중에 틈날 때마다 자기 사진을 찍고 싶어지는걸.”
“나야 언제든 환영이지.”
장난스럽게 웃은 그녀가 포즈를 취했다. 편안한 의상을 입은 터라 더 여유로워 보였다. 행맨이 망설임 없이 휴대전화를 들었다.
“그 전에 여기 사진 몇 장 찍어가도 돼?”
“좋을 대로.”
사진을 찍은 그가 이번에는 몰리를 향해 렌즈를 대었다. 그러자 그녀가 다양한 자세와 표정으로 한껏 매력을 발산했다. 그 점이 더욱 사랑스러워 보임을 알면서. 행맨이 한숨을 쉬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몰리가 말했다.
“너도 찍어.”
“나도?”
“나만 찍으면 재미없잖아. 빨리.”
그러자 행맨 역시 다양한 자세와 표정을 취했다. 셔터 소리가 연거푸 나다 몰리가 그의 곁에 붙었다.
“찍는 김에 같이 찍어야지.”
몰리는 행맨의 옆에 붙어 사진을 찍었다. 뺨 위에 입을 맞추기도 하고 어깨에 기대 가만 올려다보기도 하는 등, 그의 눈에 실로 앙큼해 보임을 알 터인데.
“많이도 찍었네.”
침대 위에 엎드려 두 사람은 찍은 사진을 확인했다. 행맨의 손이 몰리의 가는 허리를 감싸 안고 있었다. 초점이 빗나간 것들이나 이상하게 나온 것들을 제외하고도 양이 많았다.
“나한테도 보내줘.”
“응.”
“모모.”
“왜?”
“그만 사랑스러워도 되지 않아?”
“네가 사랑스러워하면 난 뭐든 좋아서 어쩔 수 없을지도.”
능청스럽게 대꾸한 그녀가 입을 맞췄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자세를 바꾼 두 사람이 서로에게 기댔다.
“사랑해.”
“나도.”
가벼운 사랑 고백을 나누고 단단히 끌어안았다. 평화로운 하루가 또 다시 지나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