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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한테 줄 게 있다고?”

“네. 이건데요.”

“사진? 아… 저번에 같이 찍었던 그 사진이면 안 받는다.”

“그, 그 사진은 아니에요.”

사과하는 상대를 보자 대만은 그가 내민 사진을 받아서 든다. 뒤집혀있던 사진을 보니 얼마 전 이상한 포즈로 사진을 찍었던 때가 떠올랐다. 서로 맞지 않은 포즈와 당황함이 묻어난 서로의 얼굴이. 어땠던가. 그날 대만은 제 후배 부원에게 들켜 놀림을 받으며 집으로 돌아가 이불만 뻥뻥 찼다. 주변에도 그렇고 남자들과 사진을 찍고 함께해서 그런지 여자와의 사진이 처음까진 아니어도 적은 편이었기에 포즈를 어떻게 취해야 할지 몰라 평소처럼 그랬을 뿐이었다. 그때를 떠올려 당황함에 시선을 제대로 못 마주치고 있었더니 말을 덧붙인다.

“미리 사과드릴게요. 경기 뛰실 때 찍었던 사진이에요.”

“아. 아니. 확인하려고 했었어.”

바로 사진을 뒤집자 보이는 건 경기중의 자기 모습이었다. 저번과는 다르게 큰 카메라를 들고 있기에 뭘까 했는데 자신을 찍었다는 사실과 받은 사진을 보고선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 후였다. 대만이 그를 피하기 시작한 건.

해남대 부속고 매니저는 한명이 아니다. 훈련받는 선수들을 케어하기 위해선 여러 명이 있어야 했고 그중 가장 오래된 매니저는 후배 매니저들에게 알려주기까지 해야 해 더 바쁜 일상을 보내야 했다. 그런 와중에도 좋아하는 선수 덕질 정도는 아무도 뭐라 하지 않았다. 제 일만 한다면 무엇을 해도 괜찮았다. 그렇다고 저렇게 큰 기자들이 사용할만한 카메라를 들고 와 좋아하는 선수를 찍어도 그동안 해온 게 있으니 다들 어느 정도 넘어가는 분위기였다. 서로 대화도 자주 하고 가끔은 따로 만나는 것 같다는 소문도 돌아서인지 두사람이 좋은 팬과 선수 사이가 아닌 그 이상일 수 있다는 농구부 안에서 도는 이야기였다.

저번까지만 해도 잔뜩 찍은 사진을 주어간다고 기뻐하고 있었는데. 이게 어찌 된 상황일까. 매니저에게 시간을 주기 위해 주장이 상대 팀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분명 말을 걸고 있음이 분명한데 옆이 조용하자 곁눈질로 상황을 지켜보았다. 평소처럼 기뻐하던 얼굴이 아닌 정수리만 보여 대화를 멈추고 그를 보았다. 이건 무슨 상황일까. 그러다 주변이 조용해지자 훌쩍이는 소리가 들리자 주변에 있던 후배 부원이 그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별일 아니야. 그 미안한데 잠깐 음료수 좀 사 올게.”

대답을 듣지도 않고 빠르게 걷다 뛰어가는 그를 보던 주장도 후배 부원도 멍하니 있다 상대 팀에 있던 한 선수가 그를 따라 뛰어갔다.

대만은 갑자기 옆구리를 찔러온 매니저의 행동에 고개를 돌렸다. 상대 팀 매니저가 간 곳을 가리키자 그제야 아차 싶어 뒤쫓아간다.

대만이 그를 피한 이유는 시간을 살짝 거슬러 사진을 받은 날부터 시작된다. 생각보다 잘 찍혀있던 사진과 저와 사이가 좋은 팬이 준 거니 만족스러웠고 그 사진을 가족에게 보여주며 자신이 이렇게나 활약했다며 보여주기도 했다. 자랑을 위한 일이기도 했었기에 좋은 반응을 해줄 거라 생각했다. 물론 처음 반응은 그랬다. 이어지는 말에 흔들리기 시작했다.

“네 팬이 찍어준 거라고? 널 정말 좋아하나 보다.”

좋아한다는 그 감정이 저를 응원하는 친구들과는 다른 좋아한다는 감정일까 싶어서. 팬이라고 했었는데. 대만은 그날 밤, 잠을 자지 못했다. 함께했던 때를 떠올리면 어딘가 간질거리는 느낌을 받았다. 평소엔 마주칠 일이 없으니 그러다 말았지만 대회 때나 본인을 보면 더 그랬다. 괜히 시선도 못 마주치고. 주변에선 둘이 무슨 일이 있냐고 물을 정도로 전과는 다른 분위기에 대만이 피하고 있었던 것이 확연히 드러났다.

따라가던 발이 멈추자 그곳은 대회장 어느 쉼터. 경기를 보러온 사람들이 많았기에 경기를 하고 중인 지금에선 쉼터에 사람은 없었다. 그 쉼터 가운데 서 있는 한 사람의 뒷모습이 보였다. 손수건으로 눈가를 닦으며 서 있는 그 모습에 대만은 다시 어딘가가 간지럽기 시작했다.

“제가 혹시 뭘 잘못했나요?”

작은 목소리임에도 둘밖에 없어서인지 크게 들려왔다. 대만은 대답을 해야 했지만 머릿속에 복잡해 뭐라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어떤 말을 해야 할까. 우는 사람들 달래는 건 대만에겐 어려운 일이었다. 같은 남자라면 좀 더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렇다면 죄송해요.”

“그런 게 아니야.”

대만은 조심스레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어느 곳을 잡아야 할까 고민하더니 그의 팔꿈치 쪽으로 손을 겨우 뻗어 그마저도 옷만 집게 손으로 잡았다. 훌쩍임이 줄어들자 대만은 숨을 길게 내쉰 뒤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무슨 말을 들어도 상관없으니 일단 제 생각에 관해 이야기를 했다. 사진을 받고 나서 들었던 생각과 들은 말, 그리고 자신이 지금까지 왜 피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빠짐없이.

얘기를 듣던 그가 돌아 봤을 땐 제 뒤에 있던 대만의 얼굴은 잔뜩 빨개져 있었다. 그의 어딘가가 간질거렸다. 알 수 없는 두근거림이 이어졌다. 이 두근거림을 경기를 볼 때 박동과는 다르다는 걸 깨달았다. 그러더니 갑자기 자기 생각만 하고 행동한 것이 부끄러운 건지 얼굴이 잔뜩 빨개져서는 오히려 고개 숙여 사과를 해왔다. 집게손가락에서 그의 옷이 빠져나가자 대만은 제 손을 가만히 보다 고개를 살짝 들었다. 그러다 시선이 마주쳤다. 대만의 손을 뻗어 소매를 꼭 잡히자 그가 먼저 소리 내 웃었다. 대만 역시 웃음소리에 저도 모르게 소리를 내 웃는다.

“정말 죄송했어요.”

“아니, 내가 미안.”

사과하는 목소리는 아까와는 다르게 안정적이었다.

한편 걱정되어 따라온 몇몇 후배 부원은 누군가는 놀릴 생각 누군가는 안도의 숨을 내뱉음으로써 둘이 다시 예전처럼 사이좋게 되겠지. 아니면 그 이상이 될 수도 있을까 하는 각자의 생각을 하면서 두사람에게 들키지 않게 먼저 돌아가기로 한다. 이 소식을 제 부원들에게 말할 공통의 생각으로 신이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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