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너럴에게.
안녕하세요, 제너럴. 못 본지 좀 되었는데 잘 지내고 있나요? 황도에는 슬슬 꽃이 지고 햇빛이 강해질 시기일까요. 무법지대는 꽃이 거의 피질 않아서, 계절감이 없는 게 흠이죠.
저는 잘 있어요. 무법지대는 여전히 소란스럽지만 카르텔이 줄어든 것만으로도 분위기가 제법 좋아져서, 요즘은 잠도 잘 자고 평화롭게 지내고 있어요.
뭐, 서론은 이 정도 까지 하고…. 제가 보낸 선물은 마음에 드나요?
하하. 갑자기 꽃 선물이 올 줄은 몰랐죠? 놀란 제너럴의 얼굴이 보고 싶었는데, 아쉽네요. 제가 직접 가서 전해주고 싶었는데, 듣자하니 지금 겐트에 없다면서요? 안톤 문제를 해결하러 갔다고 들었는데, 어떻게 잘 풀리고 있나 모르겠네요. 아, 그렇다고 정말 알려달라는 건 아녜요. 그거, 군사기밀일 거 같으니까.
이 꽃, 무법지대에서 산거예요. 어떤 꼬마애가 전리품이랍시고 팔고 있더라고요.
카르텔 녀석들, 무법지대에서도 별의별 짓을 다 한 모양인지 놈들이 철수하고 난 본거지에서 특이한 게 잔뜩 나왔다지 뭐예요? 뭐, 물론 그 ‘특이한 거’라는 건 아주 유쾌한 물건들만 있는 건 아니었어요. 전에 그 보급기지에서 본 것 같은 실험체 같은 것도 있었고, 딱 봐도 위험해 보이는 물질이 잔뜩 있었다고 해요. 그리고 이 장미도, 그 특이한 것들 중 하나였다고 하고요. 분명 뭔가 품종을 계량해서 이런 색이 나오게 한 거겠죠. 그걸 또 챙겨와 파는 애들이 참으로 겁 없지만 귀엽지 않나요? 적어도 전 그렇게 느껴서 샀어요.
저, 처음 봤어요. 보라색 장미는.
원래 무법지대 자체가 꽃이 흔하지 않은 곳이긴 하지만, 장미하면 역시 붉은 색이나 흰 색이 대부분이잖아요? 가끔 가다가 노란 장미를 보거나 분홍색에 가까운 장미를 본 적은 있긴 해도, 보라색 장미는 처음 봤다고요. 물론 황도나 파워스테이션에선 꽃집만 가도 볼 수 있을지 모르지만…, 제 인생에선 흔하지 않은 꽃이니까요.
이러니저러니 거창하게 말했지만, 사실 이 장미를 보내게 된 건 단순히 기분 내자고 그런 건 아녜요. 아무래도 카르텔의 기술로 만든 거니, 황도군 쪽에 보내면 그쪽 기술자들이 뭔가 분석해내거나 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보내게 됐어요. 애초에 그냥 꽃 선물이었다면, 데스페라도가 분명 질색했을걸요. 평소엔 그렇게 쿨하면서, 제가 제너럴을 챙겨주려고 하면 바로 이래저래 따지고 들려고 하잖아요. 그 사람.
제너럴은 언제나 모든 걸 책임지려고 하면서 정작 본인은 잘 돌보지 못하니까. 그게 걱정되어서 챙겨드리고 싶은 것뿐인데, 왜 데스페라도는 그걸 모르는 걸까요? 본인이 걱정하는 그런 게 아니라고 말해도 안 듣는다니까요.
어쩐지 편지가 길어졌네요. 그냥 용건만 간단히 적어도 됐을 텐데, 제너럴에게 보내는 편지라 생각하니 괜히 이것저것 써야할 것 같아져서 그만. 하지만, 내가 제너럴을 걱정하듯이 제너럴도 나를 걱정해 주고 있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요. 그러니까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제너럴이 걱정하지 않도록.
저희도 잘하면 안톤 토벌 때 합류할 수도 있다고 들었어요, 그때가 되면 얼굴 맞대고 만나서 안부 주고받아요. 건강해야 해요.
무법지대에서, 로시스의 무남독녀이자 악몽 올림.
P.S. 맞다. 어디서 들은 이야기인데 장미마다 꽃말도 아예 다르다면서요? 혹시 보라색 장미의 꽃말이 있다면 뭘까요. 만약 안다면 다음에 만났을 때 꼭 저에게 가르쳐줘야 해요. 알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