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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림캐 생존루트입니다.

흰 장미의 여러 꽃말 중에서 ‘매력’을 채택했습니다.

● 드림주가 한국인입니다. 드림캐는 한국어에 익숙하지 않아 드림주를 일본식 이름으로 부릅니다.

● 드림캐의 대사에 영어가 섞여 있습니다. 이상한 게 아니라 말투가 원래 그렇습니다..

 

 

우시이가 건물을 나왔다. 그는 혜경을 찾아가려 길을 걸었다. 혜경이 있는 곳은 아이돌 소속사로, 축의 가문이 있는 곳에서 버스를 타고 가야하는 곳이었다. 보컬 트레이너로 활동하고 있는 그였기에 소속사로 찾아가는 게 낫겠다 싶은 우시이였다. 그는 버스 정류장으로 가다가 문득 꽃집 앞에 섰다. 오랜만에 만나는데 빈손으로 가는 건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 우시이였다. 그는 꽃집 안으로 들어갔다. 형형색색의 꽃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우시이가 들어온 걸 본 주인이 말했다.

“선물하시려고요?”

“네. 그렇습니다.”

“누구한테 선물하시려고요? 애인?”

틀린 말은 아닌데 주인에게서 듣는 ‘애인’이라는 말은 어째서 부끄러운 건지 알 수가 없는 우시이였다. 그는 대답 대신 잔기침을 하고서 고개를 끄덕였다. 주인은 그런 우시이의 반응에 알겠다는 듯이 따라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

“오늘이 로즈데이라서 장미 사 가시는 분들이 많은데, 장미로 드릴까요?”

“네.”

우시이는 그렇게 말하고 꽃집을 다시 둘러보았다. 여러 색의 꽃들 사이에서 눈에 띈 것은 하얀색의 장미였다. 그가 장미를 바라보고 있자, 주인이 말했다.

“흰색 장미도 예쁘죠. 이걸로 하시겠어요?”

우시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혜경의 머리카락을 닮은 색을 보고 있자니 자연스레 그가 생각났다. 물론 전부 흰색인 것은 아니었지만 바탕이 그러했으니.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장미 꽃다발이 완성되었다. 우시이는 값을 치르고 혜경이 있을 소속사로 다시 향했다.

한편 그 때쯤 혜경은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보컬 트레이닝 중에 아이돌 하나가 울고 말았다.

“왜 우니?”

“선생님.”

“네가 선택한 거야. 일본에서는 굳이 이런 노력 기울이지 않아도 괜찮다는 걸 네가 알면서 선택한 거라고. 한국 아이돌은 이런 게 필수인데 너는 네가 선택해 놓고 울어버리면 어쩌라는 건지 모르겠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 내일 다시 할지는 네가 결정해.”

그렇게 말한 혜경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울고 있는 아이돌을 한 번 보더니, 옷을 덮어주는 그였다.

“얇게 입고 다니면 감기 들어. 건강은 네가 챙겨야지. 먼저 가 볼게.”

“네. 조심해서 가세요. 감사합니다, 선생님!”

호되게 혼은 났지만 혜경의 마음을 모르는 게 아니었는지 아이돌은 눈물을 그치고 꾸벅 인사를 했다. 혜경은 고개를 돌리지 않고 그저 손만 흔들어 주었다. 그는 건물 밖을 나섰다. 집에나 들어갈까, 하고 생각하던 찰나에 무언가 큰 꽃다발이 내밀어졌다.

“에?”

“쿠지.”

익숙한 목소리가 들리자 혜경은 고개를 들었다. 우시이가 흰장미 꽃다발을 들고 그의 앞에 서 있었다.

“웬 장미꽃이야?”

“오늘 로즈데이라고 하더군.”

“에, 자기도 그런 거 챙겨?”

“딱히. 그렇지만 꽃을 보면 네 기분도 한결 pleasure하게 되겠지.”

“티 나?”

그 물음에 우시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장미꽃을 들고 혜경을 부르려고 했을 때, 그의 표정이 평소와 다르게 가라앉아 있었으니 충분히 알 수 있는 기분 변화였다. 우시이는 꽃다발을 그에게 쥐어주고 말했다.

“업혀.”

“엥. 나 걸을 수 있는데?”

“Special하게 오늘 하루는 종일 아가씨의 시중을 들어주지.”

“앗, 그러면 나 완전 호사 누리겠네. 신난다!”

사실 우시이를 보자마자 기분은 얼추 풀려 있었지만 그가 먼저 제안을 해 오는데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혜경은 꽃을 들고 업혀서 집 비밀번호를 눌렀다. 우시이는 그를 침대 위에 앉히고 저도 앉았다.

“자기.”

“왜 부르지?”

“이 흰장미 꽃말이 엄청나게 많거든. 그런데 자기는 어떤 의미에서 준 거야?”

그 물음에 우시이는 꽃다발 값을 계산할 때 주인이 한 말을 떠올렸다. 꽃다발을 그에게 내밀며 주인이 말했다.

“흰장미는 여러 꽃말이 있는데, 매력이라는 뜻도 가지고 있어요. 애인분이 무척 매력적이신가 봐요.”

“네, 그렇죠.”

조금 부끄럽긴 했지만 또렷한 말이었다. 혜경은 확실히 매력적이었다. 예쁘고 세련되기도 했고, 프로패셔널한 면도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으니까. 그런 생각을 하다가 우시이는 입을 열었다.

“그 많은 꽃말 중에 아가씨가 가장 듣고 싶은 말이 있을 거 아닌가?”

“아니, 그렇지만 자기가 평소에 날 어떻게 생각했는지 듣고 싶은 건데. 안 말해줄 거야?”

고개를 갸웃거리며 애교 섞인 말을 하는 혜경을 보던 우시이가 짧게 얼굴 곳곳에 입을 맞췄다. 평소 스킨십이라면 혜경이 먼저 했을텐데 이번에는 우시이가 먼저 하고 있었다. 그만큼 자신을 좋아한다는 말을 하고 싶어한다는 걸 알아챈 혜경이 그의 목을 감쌌다.

“자기, 내일 비번이던가?”

“응.”

우시이가 고개를 끄덕이자 혜경은 입술에 입을 짧게 맞추고 떨어지며 말했다.

“그러면 나를 어떻게 평소에 생각해 왔는지 밤새 이야기해줘. 자기가 지칠 때까지 들을래.”

“한 마디로 충분하지 않나?‘

“해 주려고?”

“아가씨에게 못 할 일은 아니지.”

흐흥, 작게 비음을 흘리며 웃던 혜경은 다시 입을 맞추고 떨어졌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장미꽃을 화병에 꽂았다. 무뚝뚝한 얼굴로 꽃집을 기웃거렸을 우시이를 생각하니 절로 웃음이 나는 그였다. 웃는 혜경을 못마땅하게 보던 우시이가 조심스레 그를 안아들어 침대 위에 앉혔다.

“듣고 싶나?”

“응?”

“아가씨를 향한 내 warm한 말.”

“안 듣고 싶을 리가 없지.”

어서. 채근하듯 우시이의 소매를 쥔 혜경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응? 해 줘. 얼른. 애교가 담뿍 담긴 목소리에 우시이는 입을 연신 맞춰대다가 혜경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사랑한다.”

“나도.”

사랑을 고백하는 연인은 다시금 입을 맞췄다. 햇살이 장미를 비추고 있는 와중에도 두 사람은 떨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소박하지만 따뜻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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