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캐해석, 설정 날조 주의
* 급전개 급마무리주의
“무슨 색 장미가 좋냐.”
“노란색. 왜?”
“자.”
대답을 들은 염호는 바로 들고 있던 꽃다발을 건넨다. 살짝 붉은 기가 도는 노란 장미꽃 다발. 갑자기 받게 된 장미에 어리둥절하지만 바로 입맛을 다지는 그의 행동에 그만두라며 내뱉었다. 저지 당하다 슬쩍 눈치를 보며 향을 맡다가 꽃잎을 깨물려니 염호는 입과 꽃잎 사이로 손을 집어넣어 그의 입을 툭툭 때린다. 제 입을 때리는 손을 꽉 물자 놀라서 손을 빼고선 염호는 손을 확인한다. 이빨 자국이 드러나자 혀를 차는 염호에게 그는 눈을 흘겼다.
“먹으라고 준거 아냐?”
“아닌데.”
“장미 먹을 수 있다고 들었는데….”
“아니, 먹으라고 준거 아니라니까.”
“그렇구나.”
그가 쓰고 있는 파란 나뭇잎 가면이 살짝 아쉬워하는 표정을 하고 있자 왜 자신이 저런 눈빛을 받아야 하는 건가 싶어 숨을 짧게 내쉰다.
염호가 장미를 산 것은 별다른 뜻은 없었다. 두가지 색을 내는 게 특이하고 예뻐서. 그리고 이 꽃을 받은 그의 반응이 궁금해서. 아무리 애가 특이하다고 해도 설마 먹는다는 말이 나올 거라곤 상상도 못했다. 출근길에 발견해 이 꽃을 들고 서까지 온 본인의 모습을 본 사람들의 마음까진 알 필요가 없었지만, 저 반응을 보고 뒤늦게 어땠을까 하고 생각하니 끔찍했다.
내일 얼굴을 어떻게 아니, 퇴근할 때부터. 걱정이 밀려오면서 머리까지 지끈거렸다. 다른 생각을 하자. 염호는 앞으로 닥쳐올 상황을 도피하려 다른 생각을 뒤져내기 시작했다.
“색이 특이해서 사는 경우는 있지만 상대에게 이 장미를 선물하기엔 애매하기도 해요.”
꽃집 사장의 말에 염호는 고개를 들었다. 대답 않고 저를 쳐다만 보자 사장은 웃으면서 가시를 제거한 장미를 투명한 비닐 포장지 위에 올려놓는다. 방금 막 꺼낸 노란 장미 위에 서려진 붉은색이 조금은 탁하게 느껴졌다. 비닐 포장지에 물방울이 떨어지자 긴 끈을 이용해 포장지를 두르고 그 위에 고정을 시킨다.
“꽃마다 꽃말이라는 게 있잖아요. 특히 장미는 색이나 개수마다 다른 꽃말이 있어요.”
“그럼 그 꽃말 때문에 애매한 겁니까?”
“네. 이 장미의 꽃말은 우정 그리고…”
이어 종이 재질의 포장지를 꺼내 길이에 맞게 잘라 투명한 포장지 위로 종이 재질의 포장지를 두른다.
“사랑에 빠지다라는 뜻이 있거든요.”
“…그럼 잘 산 것 같네요.”
“잘 됐네요. 받으시는 분이 기뻐하셨으면 좋겠어요.”
사장의 말에 그는 지갑에서 돈을 꺼내어 꽃다발과 교환한다. 지갑을 주머니에 넣은 뒤 꽃다발을 손에 쥐었다. 꽃집을 나서자 가게 안에선 응원의 목소리가 드렸다. 무슨 의미로 받아들인 건 진 몰라도, 그런 게 아니라며 염호는 내뱉고 이어 작게 미소를 띤다.
“꽃병 가져왔는데요.”
“아, 고마워!”
다른 생각을 찾다 꽃을 살 때 나눴던 대화를 떠올린 염호는 포장지를 뜯어내 꽃병에 장미를 한 번에 들어 꽂는 그를 바라보기만 했다. 문이 닫히자 꽃잎이 흔들리고 맺혀있던 물방울이 책상 위로 툭 떨어진다. 그가 책상 위에 떨어진 물방울을 대충 손으로 닦자 이번엔 옆에 있던 포장지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저러고 그냥 가는 건 아니겠지 싶어 포장지를 주워 손으로 꾹꾹 눌러 구겼다. 동그란 포장지 뭉치가 완성되자 염호는 몇 번 만지다 쓰레기통 안으로 던져 넣는다.
‘사랑에 빠지다라는 뜻이 있거든요.’
어째서 또 한 번 그 말이 떠오른 걸까. 염호는 마른침을 삼켰다.
“먹지 못해서 아쉽지만.”
“…….”
“염호야 고마워, 이 장미 너무 예쁘다.”
끝이 붉은 부분으로 손가락으로 톡톡 건드리며 웃는 그가 제 이름을 부르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얼굴에 열이 올라 고개를 돌리자 다가와 저를 빤히 보자 염호는 손으로 얼굴을 밀어낸다. 짜증을 내는 목소리와 제 얼굴을 밀어내는 손 때문에 제 얼굴이 반대쪽으로 획 돌아가자 염호는 다시는 꽃을 사다 주지 않을 거라고 다짐한다. 오늘도 괜히 사 왔어라고 후회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