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원작에서는 고등학생이지만, 글에서는 대학생이라는 설정입니다
아카아시 케이지는 꽃에 관심이 없었고, 기념일은 더더욱 관심 없었다. 그저, 길가에 피어난 꽃들을 보면, 꽃 예쁘네, 봄이네 하는 느낌은 있어도, 굳이 꽃을 사고, 누군가에게 선물하고 싶거나, 이 꽃은 어떤 꽃일까 하는 그 정도의 관심은 없었으며, 기념일의 경우는 밸런타인데이, 화이트데이, 포키데이, 크리스마스 등, 가장 대표적인 기념일조차도 있다는 건 알고 있지만, 그 기념일을 챙기고 싶지는 않았다. ᄄᆞᆨ히 줄 사람도 없지만, 인기가 많은 편이라 많이 받다 보니, 고마운 마음과 동시에, 어떻게 다 처리하나 싶어서 조금 난감하기도 한, 그런 날이라서, 친구들이 기념일을 기대할 때, 혼자 귀찮아하고, 앞으로도 친구들처럼 고민하는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 생각은 아케치 레이카를 만나면서 달라졌다.
“무슨데이?”
“로즈데이. 나도 몰랐는데, 5월 14일이 로즈데이래, 그래서 장미를 준비해야 하나 고민이야,”
“별별 데이가 다 있네”
“그래도 이거는 비교적 덜 유명해서, 안 챙겨도 괜찮지 않나?”
한 살 연상인 아케치 레이카를 만나고 사귀게 되면서, 관심 없던 기념일들을 알게 됐는데, 사실,아케치는 기념일을 챙기자고 말하지도, 은연중 기대하는 시늉을 보이는 것도 아니었고, 오히려 안 챙겨도 된다고 말하는 편이었지만, 아카아시는 눈치가 빠른 편이라서, 정말 괜찮은 게 아니라, 자신이 기념일에 별로 신경 쓰는 타입이 아니라는 것을, 아케치가 잘 알아서 신경 써준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렇다고 해도. 모든 기념일을 다 외우고 신경 쓰기엔, 원래, 기념일에 관심이 없어서 잘 기억하지 않았지만, 신경 쓰지 않는 대신, 기념일이 아니라도, 행복하다고 느끼도록, 아껴주며 지냈으나, 로즈데이라는 걸 알고 나서는 아케치가 꽃과 어울리는 사람이라, 장미꽃을 챙겨주고 싶었다. 솔직히 매년 챙길 자신은 없지만, 올해는 이렇게 우연이라도 알았으니 예쁜 장미꽃을 선물하고 싶었다.
“색에 따라 꽃말이 다른 것 같은데, 어떤 색을 줘야 하나”
그렇다고 아무 장미나 건네주기에는, 기념일에 관해서만 관심이 없을 뿐, 같은 꽃이라도, 색에 따라 꽃말이 달라진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왕이면 어울리는 꽃을 선물하고 싶었다. 붉은색이 가장 대표적이라서, 그것도 사랑과 관련되지 않을까 싶기도 했지만, 그보다 더 어울리는 색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검색을 해보았고, 그리 오래 지나지 않아서, 분홍색 장미에 대한 꽃말을 발견할 수가 있었다. 다른 색들처럼 꽃말이 하나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으나
다양한 꽃말 중에서도 눈길을 끌었던 꽃말은 하나였고, 분홍색이 어울리는 아케치에게, 분홍장미는 색으로나 꽃말이나 잘 어울린다는 생각과 함께 웃음이 나왔고, 곧바로 장미를 선물하기 위해서 장미를 어떻게 선물할지, 포장은 꽃집에 부탁할지, 직접 할지 고민하면서 하루하루 보냈다. 기념일이 아니라도, 매일 아케치와 함께 있다 보면 행복해지기 때문에, 생일이 아니라면 특별히 준비하는 일이 거의 없었는데, 이렇게 준비하다 보니, 자주는 힘들어도 가끔은 괜찮겠지 라는 생각도 들었다.
“케이지~! 나도 일찍 온다고 일찍 왔는데…, 많이 기다렸어?”
“아닙니다, 저도 방금 왔는걸요, 레이카 상도 일찍 오셨는걸요”
“항상 케이지가 기다리고 있어서, 나도 일찍 왔는데…항상 기다리게 하는거 아니야?”
“하하, 어서 레이카 상을 만나고 싶어서 저도 모르게 서두르다 보니, 그렇게 된 거니,
레이카 상이 미안해할 필요는 없습니다.”
무엇보다, 아카아시는 약속 시간에 늦는 타입도 아니였지만, 비슷한 시간에 도착하고는 했는데, 아케치랑 만날때는 괜히 서두르게 되면서 일찍 도착하게 됐고, 무엇보다 아케치랑 있다 보면 자주 웃게 될 만큼 좋아서, 자신이 느끼는 행복함처럼, 아케치도 행복하기를 바랐다.
“아무리 그래도…항상 기다리게 하는 건 미안해지는걸”
“괜찮습니다, 그 대신, 저희 둘 다 약속장소보다 일찍 나와서,
그만큼 더 오래 만날 수 있잖습니까?”
“하긴, 그건 그러네, 우리 둘 다, 아무리 늦어도, 약속 시간보다 늦게 온 적은 없으니까”
“그렇죠?, 약속시간이 의미가 없어졌지만, 대신, 그만큼 더 오래 있을 수 있어서 좋은걸요”
지금만 하더라도, 항상 약속시간보다 일찍 도착하면서도 늦게 와서 미안하다고
말하다가도 자신을 향해 웃어주는 모습을 볼 때면, 역시, 자신이 아케치를 기다리는 편이
마음이 편하지, 기다리게 하는 건 마음이 불편할 것 같았다. 정작, 아케치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걸 알고는 있지만, 평소에 자신에게 보여주는 애정에 비하면, 기다리는 것쯤은
얼마든지 할 수 있었고, 무엇보다, 다른 사람을 기다리는 건 지루할 테지만, 그 상대가 아케치라면 얘기가 달랐다. 매일 보더라도, 매일 새롭게 설레게 하는 사람이었으니까.
“오늘은 혹시 장미 향을 뿌렸어? 장미 향이 나는 것 같은데”
“아, 향수는 아니지만, 이거를 드리려고, 했습니다”
“어? 분홍장미네? 나 주는 거야?”
“네, 마침 오늘이 로즈…데이더라고요”
그래서인지, 장미를 뒤로 숨기고 있던 아카아시는, 만나자마자 바로 장미를 선물해주려고 했지만 아케치를 보면 다른 생각보단, 아케치만 보이다 보니, 전해줄 타이밍을 놓쳤는데, 조심히 들고 와서, 장미는 무사했지만, 멋있게 전해 줄려던 계획과 달리, 이렇게 전해주는 게 조금 머쓱했지만, 아케치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다 보니, 어느새, 부끄러웠던 건 잊고, 기분 좋은 느낌만 자리 잡았다.
“예뻐, 고마워 케이지, 나는 장미를 못 챙겼는데…이렇게 예쁜 장미를 선물해줘서 고마워”
“저도 우연히 알게 돼서 챙겼는걸요, 솔직히 내년에도 기억할지는 모르겠습니다만…좋아해 주시니, 기쁘네요, 생각보다, 포장이 어려워서 이상해 보일까 걱정이었거든요”
“세상에, 이걸 직접 포장한거야? 나는 꽃집에서 해준 거라고 생각했어!, 그렇다 해도 기뻤을 텐데, 케이지가 포장했다니 더 예뻐 보여, 그리고 내년에 못 챙기더라도 괜찮아, 지금 이렇게 예쁜 장미를 선물 받았으니, 이 행복을 앞으로도 오래 유지할테니까! 그리고, 빨강 장미도 예쁘지만, 분홍장미라서 더 기분 좋아!”
“분홍 장미는, 레이카 상의 눈을 닮아서 더 예뻐 보여서 골랐습니다, 레이카 상이 제일 좋아하는 색이기도 하지만, 저도 레이카 상의 눈이 예쁘다고 생각하거든요”
포장도, 꽃을 구매할 때, 양해를 구하고, 그 자리에서 배우고 직접 포장했다지만, 처음 하는 꽃 포장이라, 전문가가 하는 것보단 엉성해 보였을 텐데도, 아무런 상관없다는 듯이, 환하게 웃으며 고맙다고 말하는 아케치를 보니, 역시 선물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그 점은 똑같네! 나도 케이지의 눈, 예쁘다고 생각했거든! 꼭 숲을 담은 것 같아”
아카아시는 자신의 눈 색이 드문 편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뿐이었지, 딱히 색이 예쁘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애초에, 아무리 특이한색이라도, 밝은색도 아닌, 어두운 편이라서, 눈에 띄기 힘들었으니, 어쩌다가 자신의 눈이 청록색이란 걸 알게 된 사람들도, 그저 특이한색이라고만 말했지, 아케치처럼 예쁘다거나 숲을 담은 것 같다고 말하지는 않았는데, 이상하게 아케치가 말해서인지, 처음으로 자신의 눈이 예쁜가보다 생각했다. 그러면서도, 자신보다 더 드물면서도 확 눈에 띄는, 그리고, 봄을 담고 있는 것 같은 아케치의 눈이 더 예쁘다고 생각했지만, 자신이 이렇게 부끄러움이 많은 성격이었나 하고 놀랬을 정도로, 아케치에게 말하는게 부끄러웠다.
“그런가요, 그렇게 봐주시니 정말 감사하네요, 그런 말은 처음 들어보거든요”
“그래? 난 케이지의 눈, 정말 예쁘다고 생각했는데!”
“저보단, 봄을 닮은 아케치 상이 더 예뻐요, 그 분홍장미보다요”
“날 그렇게 예쁘게 봐주는 건 케이지 뿐이겠지만, 케이지에게 예뻐 보이면, 그걸로 됐어!
난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보든, 케이지가 좋아해주는 게 좋거든! 그리고, 이렇게
예쁜 장미가, 좋은 향기로 기분 좋게 해주는 것처럼, 우리에게도 좋은일이 생길 것 같아!
나에게만 이 아니라, 우리 둘에게!”
“네, 꼭 그럴거예요, 저도 그러기를 바라거든요”
그것도 아케치가 보여주는 애정에 금방 잊었지만, 한편으로는, 다른 사람과 있을때는 이렇게 활발하지 않았던 것 같은데, 이렇게 자신과 있을때면, 평소의 모습과 달라지는게 연상에게 말해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귀여워 보였고, 한편으로는 아케치가 자신에게 귀엽다고 하는것도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니, 자신들은 많이 닮았다는 생각과 함께 지금 이 순간들이 너무나도 행복해서 웃음이 났다.
‘행복한 사랑이라는 꽃말이 있으니, 우린, 그저 지금처럼만 지내면 되겠죠.
저만 행복한 것도, 레이카 상만 행복한 것도 아닌, 저희 둘, 함께 행복해져요
사실, 레이카 상을 사랑하게 된 뒤로는 매일이 행복해서, 꿈처럼 느껴질때도 있지만,
같이 행복하다면, 꿈이라도 좋을 것 같아요. 사랑해요, 레이카 상이 생각하는 것보다 많이.’
‘케이지랑 함께하는 일상이 너무 행복해서, 꿈이 아닐까 싶지만, 꿈이라도 깨고 싶지 않아,
이 행복이 오래 오래 유지 됐으면 좋겠어, 아직, 표현하는 것보다 더 많이 사랑하는걸.’
그리고, 그건 아케치도 마찬가지였는데, 행복한 사랑을 뜻하는 분홍색 장미처럼, 아카아시도, 아케치도 함께 있는 순간들이 행복하고, 또 그 행복을 안겨주는 상대가 너무 좋아서, 그저
상대를 바라만 봐도 웃음이 나왔는데, 그 덕분에, 두 사람은 어딜 가든지 웃으면서 보냈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닌, 그저 함께 있는 사람이 너무 좋고 소중하다보니, 둘은 각자의
집으로 돌아갈때까지 계속 웃었으며, 헤어질때도 내일을 기약하며 웃으며 헤어졌다.
두 사람이 하는 이별은 영원한 이별이 아닌, 내일, 새롭게 만나기 위한 이별이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