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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토키 오토야의 사랑을 색으로 표현하자면, 초여름에 활짝 핀 탐스러운 장미의 색이었다. 마치 그의 색처럼 빨갛고도 싱그러운 색을 닮은 장미일 것이다. 아마도, 그의 사랑을 이렇게 설명한다면 잇토키 오토야를 아는 모든 사람들이 입을 모아 그렇다고 했을 것이다. 그러나 사실, 그 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랑스럽게 물든 분홍색의 장미가 숨어있었다. 누구도 알지 못하는 요루미를 향한 그만의 맹세였다.

 

 

나의 사랑은 어느 색이든 변함이 없는 색일 것이라고.

 

 

 

 

 

 

 

 

요루미에게 처음으로 꽃을 받은 것은 데뷔 무대를 하는 날이었다. 데뷔를 축하한다며, 자신의 곡을 불러줘서 고맙다고 말하며 느릿하게 내민 것은 탐스럽게 핀 빨간 장미들과 하얀 안개꽃으로 장식 된 꽃다발이었다. 긴장으로 차가워진 손으로 얼떨떨하게 그것을 받아들이자 장미향이 훅 밀려들어왔다.

“손이 왜 이렇게 차가워?”

“....긴장해서 그런가 봐. 헤헤....”

그건 또 언제 알아챈 건지 동그랗게 뜬 눈으로 제 손을 덥석 잡는 것이 좋았다. 제 손을 꼬물거리며 만지는 것도 좋았고, 긴장을 풀어주려는 건지 조곤조곤 말을 걸어오는 것도 좋았다. 마주잡은 손에서 느껴지는 온도가 유난히 따뜻했었다. 데뷔 무대를 무사히 마친 그 날, 집으로 돌아와 꽃다발을 눈에 잘 띄는 곳에 나둔 것은, 오토야가 받은 꽃보다 더 환하게 웃는 요루미의 얼굴이 떠나지 않아서였다. 시든 꽃의 꽃잎이 더는 빨간빛을 띄지 않아도, 말라 비틀어져 더 이상 제 가치를 더 할 수 없음에도 그는 한동안 그것을 치우지 못했다.

 

 

 

 

 

 

울타리를 감고 있는 줄기에서 작은 꽃봉오리가 보였다. 기억 상으로, 자주 지나갔던 이 거리에는 이맘때쯤이면 늘 장미가 피었다. 따뜻한 봄을 지나 여름을 향해갈 때면 반갑게 맞이해주던 것이었다. 요루미는 그것이 반가운지 늘 몇 번 쳐다보고 가곤 했었다.

그는 제 손에 들린 것을 보았다. 햇빛을 받아 더 사랑스럽게 보이는 분홍색의 장미가 노란색 포장지로 싸여있었다. 이 거리의 장미를 보고 충동적으로 산 꽃이었다. 찾아 간 꽃집에서 봤던 분홍색의 장미가 너무나도 사랑스러워 저도 모르게 요루미가 떠올라 고른 것이었다. 점원의 말로는 장미는 색깔마다 꽃말이 다르다고 했었는데, 그가 고른 분홍 장미는 사랑의 맹세라는 꽃말을 가지고 있었다. 빨간 장미보다도 이쪽이 더 로맨틱하다고, 점원은 장미를 손질하며 말했다.

사랑의 맹세라.... 잇토키 오토야는 잠시 생각에 빠졌다. 그는 아직까지 이런 것을 생각 해 본 적이 없었다. 좋아한다는 말은 수없이 했던 오토야였지만, 이런 맹세는 생각하지 못 했던 것이었다. 점원이 꽃다발을 다 만들 때 가지도 그는 그 생각에서 쉽게 깨어나지 못했다.

 

 

 

 

 

 

 

 

 

 

오토야는 요루미의 집 앞에 도착할 때까지 쉽게 생각해내지 못했다. 요루미를 봤음에도 떠오르지 않았다. 사랑의 맹세, 사랑의 맹세....

“그건 뭐야?”

호기심이 가득한 눈이 그의 손으로 향했다. 생각에 잠겨 아직 건네지 못한 꽃다발이었다. 요루미의 눈이 데굴데굴 돌아갔다.

“누구한테 고백 받았어?”

“그런 거 아니야......”

“앗, 그래...?”

머쓱한 표정이 아무래도 저 대답에 그렇다고 대답을 했으면 놀리려고 한 것 같다. 그는 꽃다발을 앞으로 내밀었다.

“그냥, 네.... 선물이야.”

“나?”

“응!”

제가 들은 말이 확실한 건지 요루미는 한 번 더 그에게 물어보았다. 오토야가 똑같은 대답을 두 번이나 답했을 때 서야 꽃다발을 받아들었다.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을 꽃다발로 가렸다가 꽃을 보다가, 뭐라 말하려는지 입을 달싹이다가 한참을 그러다가 부끄러운지 눈만 내놓고 꽃다발로 얼굴을 가렸다.

“으어어....어........... 고마워......”

이상하게 앓는(?) 소리를 내다가 결국 뱉은 말은 고맙다는 말이었다. 그게 참, 요루미 다운 모습이다. 부끄러운 건지 눈을 열심히 움직이다가 사랑스러운 분홍 장미로 눈이 고정되었다. 그리고는 꽃 몇 송이를 꺼내었다. 전부 꽃망울이었다.

“이건 아직 피지 않았으니까, 따로 빼놔서 꽃병에 넣어둬야겠다! 나머지는 잘 보이는 곳에 두고.”

“따로 빼지 않아도 꽃은 볼 수 있지 않아?”

“그렇긴 하지. 그래도 이건 늦게라도 필거니까. .... 꽃을 선물 받아서 좋기는 한데, 시간이 지나면 문제야.”

“왜? 시든 꽃에 무슨 문제라도 있어?”

“문제는 많지! 꽃이 시들면 필요가 없잖아. 그렇다고 그걸 버리기엔 준 사람에게 미안한 마음도 들고, 꽃다발을 받은 기억도 같이 버리는 것 같아서, 좀..... 찜찜하고 미안하기도 한데.... 그렇다고 버리지 않으면, 그건 그거대로 또 문제지....”

꽃다발을 이리저리 훑던 요루미가 중얼거렸다.

“잘 관리하지 않으면 쉽게 변하니까, 생화는. 나랑은 안 맞아.”

 

 

 

 

 

 

 

 

요루미에게 분홍 장미를 선물했던 날에, 잇토키 오토야는 언젠가는 말하게 될 맹세를 다짐했다. 그 말을 하게 될 날이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의 사랑의 맹세는, 언제나 변함이 없는 사랑이라는 것이었다. 나의 사랑이 장미와 같이 색이라면 빨강과 분홍, 어느 색이든 변함이 없는 색일 것이라고. 나의 사랑의 맹세는 이렇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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