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 AU입니다.
교회를 걸어나오자 하늘을 가득하게 채운 먹구름이 마치 곧 쓰러질 것처럼 흔들흔들해 보였다. 집을 향해 걸음을 옮기기 시작한 아라는 눈이 오기 전, 길이 질척질척하기 전에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올해는 몇 없는 화이트 크리스마스 중 하루라고 했다. 비록 너무나도 귀찮았던 탓에 밖으로 나가기에는 무리가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 안에서 눈을 볼 수 있다는 사실에 아라는 기대하며 집으로 성큼성큼 발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라의 어깨에 눈방울 하나가 톡, 하고 떨어졌다. 그렇게 조그마한 눈방울 하나가 떨어지자, 그 다음에는 중간 정도의 눈방울이 어깨에 떨어지기 시작했다. 아라는 설마, 하며 종종거리며 발걸음을 조금 더 빠르게 탁탁, 앞으로 달리듯이 옮겼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방울은 아라의 발목을 잡고 '야, 솔직히 놀고 싶잖아. 그냥 일반 크리스마스도 아니고, 다름 아닌 화이트 크리스마스인데. 조금 더 놀고 싶지 않아? 다시 어린아이로 잠시만 돌아가도 되잖아!' 말하는 것처럼 계속해서 떨어졌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라는 앞으로 걸어갔고, 결국 집 앞에 도착했을 때에는 아라의 모든 옷에 눈이 쌓여 있었다. 이제 그만 놀 생각 해야지, 하고 생각하며 눈을 퍽퍽 털어내며 창틀을 무의식적으로 바라본 아라는, 그곳에 조그맣게 올려진 눈사람 두 개를 바라보고 결국 밖에서 놀고 싶다는 마음을 버리지 못하고, 주머니에서 벙어리장갑 두 짝 -사실상 추위를 방어하기 위해 가지고 온 것이었지만- 을 꺼내어 조심히 눈덩이 하나를 만들어 내었다. 그리고 그것에 작은 나뭇잎과 동그란 조약돌들로 눈을 만들고, 머리에는 떨어진 장식들 중 산타 모자 장식으로 모자를 씌운 눈 토끼를 만들어 그 옆에 올려 놓았다. 그 때, 뒤에서 조그맣게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길럼 역시 귀여운 눈 토끼 하나를 만들어 내 아라의 옆에 조심히 놓아둔 것이었다. 아라가 발견하고 미소를 짓자, 길럼은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며 미소지었다. 그의 입에서 다정한 크리스마스 인사가 흘러나왔다.
"메리 크리스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