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탄절은 성스러운 사람이 탄생한 것을 기념하는 날이라고 했다.
그러나 한지혁은 그 의미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성탄절을 보내야 했다. 그는 자신의 과오를 책임지고, 자신이 흘린 피를 내면에 새긴 인간이었다. 그리고 그가 겨누는 총구에 누군가는 생명을 잃었다. 사후 세계가 있다면, 생명을 잃은 사람은 지옥으로 가겠지. 그리고 자신 역시 그들과 마찬가지라고, 한지혁은 생각했다.
적이 있다면 휴일도 반납해야 하는 그였고, 그는 지난 며칠간 쉴 수 있는 날이 없었다. 그래도 만약에, 적어도 12월 25일 밤 7시까지만이라도 임무가 끝난다면 그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있었다.
"괜찮아. 안 와도 돼. 너무 무리하지 마."
박정윤의 연말 콘서트는 12월 25일 밤 8시 공연이 마지막이라고 했다. 보러 가기 힘들겠지만 노력해보겠다는 한지혁의 말에, 박정윤은 저렇게 아무렇지 않은 듯 말했다. 그렇지만 연인이 하는 콘서트였다. 안 가면, 아니, 못 가면, 한지혁이 괜찮지 않았다.
박정윤을 위한 혼자만의 약속을 한지혁은 지키고 싶었다. 그리고 임무를 모두 끝낸 순간, 그는 곧바로 핸드폰의 시계를 확인했다.
12월 25일 밤 11시.
공연은 이미 앵콜 무대까지 모두 끝났을 것이고, 박정윤은 혼자서 퇴근하고 있을 시간이다.
그리고 박정윤의 문자 한 통.
한지혁이 문자를 확인하자, 그 문자에는 그저 녹음 파일 하나만 첨부되어 있었다.
이어폰을 꽂고, 녹음 파일을 재생하자, 익숙한 기타 소리가 먼저 들려왔다.
그리고 익숙하지만, 듣고 싶었던 목소리도 같이 들렸다.
"We wish you a merry Christmas
We wish you a merry Christmas
We wish you a merry Christmas
And a happy new year
Good tidings we bring to you and your kin
We wish you a merry Christmas
And a happy new year"
박정윤의 노래가 끝나고, 한지혁은 한동안 가만히 있었다.
그리고 그 노래를 한 번 더 반복해서 듣고 나서야, 한지혁은 박정윤에게 전화할 수 있었다.
박정윤은 그 전화를 바로 받았다.
"기다렸어."
"…… 미안해."
"아냐. 내가 그랬잖아. 괜찮다고."
"… 언제 녹음한 거야?"
"오늘 공연 전에. 요즘 핸드폰 음질 좋아서, 금방 했어."
"……."
"안 다쳤지?"
"……."
많이 다쳤다. 이 일을 그만두지 않는 한, 그에게는 계속 상처가 생길 것이다. 하지만 지금 이야기를 나누는 상대가 있기에 그 상처는 더 깊어지지 않을 거라고, 한지혁은 잠깐이나마 믿고 싶었다.
"여보세요? 내 말 듣고 있어?"
"응, 듣고 있어. 말해."
"어디야? 내가 갈게."
"아니."
그는 자신의 차로 이동하며 답을 이었다.
"이미 출발했어."
"뭐?"
"네 집으로 가는 중이야. 도착하면 연락할게."
"하여간 참……. 알았어. 천천히 와. 서두르지 말고. 아, 지혁 씨 운전하니까 끊어야겠다. 기다릴게."
계속 기다렸으면서 얼마나 더 기다리려고.
그렇게 생각하며, 한지혁은 운전대를 잡았다.
더 기다리지 않도록, 그의 차는 점점 더 빠르게 달렸다.
차 안에서는 박정윤의 캐럴만 들릴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