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가와 드림주는 선후배 동료관계입니다.
“왜 이런 날까지…”
“이런 날이니까야. 모두가 행복한 날, 무슨 일이 일어나도 모를 그런 날.”
“뭐 그렇긴 하네요.”
나가의 대답에 그가 으쓱인 뒤 바닥에 있던 돌멩이를 줍는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소리를 향해 쳐다보지도 않고 손에 쥐고 있던 돌멩이를 던진다. 인파 속에서 빠져나온 동물 가면을 쓴 한 남자가 맞고 악 소리를 내며 몸이 뒤로 쓰러지려 하자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빠르게 피해 그대로 바닥 위로 넘어진다. 쫓아오던 경찰이 쓰러진 범인을 잡아 수갑을 채우는 동안 나가는 저 앞에서 지겹다는 얼굴을 하는 그의 얼굴을 본다.
“말과 행동이 다르네요.”
“남들이 쉴 때 일하고 남들이 일할 때도 일하는 걸 누가 좋아하겠어. 술 마시고 싶다. 같이 마시러 갈래는 무슨. 어린애한테 뭔 말을 하는 거냐.”
혼자 대답하고 짜증을 내던 그는 경찰에게서 풀려나 제 쪽이 아닌 나가 쪽으로 칼을 내밀려는 범인의 손을 붙잡는다. 염동력으로 누를려고 했지만 오히려 범인을 걱정하며 그만두기로 한다. 주변 가게에서 들리는 크리스마스 캐롤을 흥얼거리며 가볍게 손목을 꺾으려는 행동을 보려다 나가가 옆에 있다는 생각에 그냥 목뒤를 쳐서 기절시킨다.
“좋은 날에 이런 모습을 보이는 건 역시 그렇지?”
“네. 감사합니다.”
“감사하면 나 퇴근 시켜줘.”
“저도요.”
“죄송합니다. 수갑이 고장이 난 바람에…”
다가오는 경찰에게 손을 내밀자 경찰은 수갑을 그에게 내민다. 고장 난 수갑으로 뭘 하려는 건지. 나가는 쓰러진 범인의 양손에 고장 난 수갑을 채운 뒤 억지로 구겨 풀리지 않게 한다. 당황한 경찰에게 범인을 툭 밀어내자 경찰은 겨우 받아든다. 뒤를 이어 숨을 헐떡이며 들어오던 다른 경찰이 상황을 파악하며 눈치를 본다.
“나야 찔리면 그만이지만. 얘가 다쳤으면 어쩔 뻔했어?” “경찰이라면서 그런 기본적인 체크도 안 해? 그리고 너는 왜 이제 와?”
“죄송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묶어놓으면…”
“네가 알아서 해. 염호한테 풀어달라 하던가. … 오늘 같은날 근무라 힘든 건 알겠지만…… 뭐 결과적으론 아무도 다치지 않았으니까. 이만 가봐.”
화를 내다 상대의 얼굴을 보며 점점 어르고 달래는 투로 바뀌고 그만 가보라며 손짓을 한다. 고개를 숙여 인사한 뒤 사라지는 경찰을 보고선 숨을 길게 내쉬곤 하늘을 올려다본다.
“전 괜찮은데.”
저 때문에 그런가 싶어 나가가 한마디 하자 더 큰 한숨과 함께 고개를 내려 나가와 마주한다.
“뭐가 괜찮아. 만약에 내가 없었고 네가 특기를 못쓰는 상태였다면? 넌 그대로 찔렸어. 이렇게 허리 쪽을 푹하고.”
검지로 제 허리를 찌르자 나가는 순간 몸을 움찔이며 거리를 두자 그가 씩 웃는다.
“물론 내가 그렇게 안 둘 거지만.”
“참 든든하네요.”
“안 믿네?”
“믿어요.”
“아. 눈 온다.”
장난을 치던 중 하늘에서 내리는 눈을 멍하니 보던 두 사람은 잠깐 각자의 시선을 향한다. 내리는 눈을 쳐다보던 그를 나가는 빤히 쳐다본다.
“하늘에서 내린 쓰레기네.”
인상을 찌푸리며 중얼거리던 그가 나가가 저를 보고 있자 씩 웃었다. 그가 쓰고 있던 파란 나뭇잎 가면이 그와 같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 저도 모르게 가면으로 시선을 돌린 나가가 다시 그를 바라본다. 주변에서 들리는 크리스마스 음악. 알록달록한 조명과 애리는 눈까지. 알 수 없는 간지러움에 괜히 제 손을 꼼지락거린다. 어느새 걸려온 전화를 받으며 혀를 차던 그는 나가를 보며 다시 표정 관리를 한다. 저를 빤히 쳐다보던 나가의 얼굴이 이상한지 결국 입을 연다.
“뭐해?”
“아, 아뇨.”
“나가, 미안한데 가야할 곳이 있어. 쉬어야 할 텐데…”
“괜찮아요. 아니 같이 가요!”
“응? 그래. 가자.”
어째서인지 적극적인 나가를 보며 손을 들어 머리를 쓰다듬는다. 나가는 손을 밀어내며 피하자 남은 한 손까지 내밀어 머리카락을 헝클인다. 이상한 이 감정은 전에도 느꼈던 것 같다. 언제였더라. 나가는 염동력을 써서 그를 살짝 밀어낸다. 분명 그것은 강렬함과 동시에 짧게 끝났던 것만이 기억에 남았다.
“눈이 더 오네. 나가. 너 얼굴 빨간데 이거라도 들고 있어.”
제 손에서 꺼낸 건 작은 손 난로였다. 염호가 준거야.라는 말을 덧붙이며 나가 손에 쥐여준다. 대학 동기라 그런지 사이가 좋구나. 속으로만 생각을 하면서 나가는 오늘이 크리스마스인 것과 일 때문에 지만 어쨌든 지금은 자신이 그와 함께 있다는 것을 떠올리며 옆에 따라붙는다.
그리고 그 감정은 크리스마스와 주변 분위기, 그리고 눈이 만들어낸 큰 착각이라는 걸 자로 다음날에 깨닫게 된다. 이래서 눈 오는 날엔 여자가 3배는 예뻐 보인다는 착각이 든다는 걸까. 저를 보며 평소와 같은 행동을 하는 그를 보며 나가는 한숨을 푹 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