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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는 언제부터인가 불온의 폐허가 되었다. 그리하여 설원이 되었고.


마침내 순백의 세계가 되었다.


백천은 그중 몇 없는 생존자였다. 이건 악착같이 버틴 결과다. 그가 살면서 만나온 이들은 대개 이기주의로 점철된 어른들이었는데, 하나같이 모든 책임을 짊어지겠다 떵떵대놓고 입만 산 부류이기도 했다.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라는 수식이 제 성정과 꼭 맞지 않아 백천은 어느순간 이해라는 이름의 정당화를 포기했다. 대신, 사회 초년생이라는 패를 꺼내들어 세상 물정 따위 모르는 척 웃는 낯으로 속을 긁었다.


‘그러고는 쫓겨났었지.’


이제 와서까지 굳이 상기할 필요는 없는 사실이었다.


나 하나 성질을 누르고 살면 모두가 편하다. 그런 불문율에 의지하면 생존 확률도 한없이 치솟겠지만, 찝찝한 마음 한 켠을 수반할 바엔 차라리 마음 가는 대로 행동하자는 게 백천의 의지였다. 물론 그도 안다. 생존 경쟁에서 정의를 숭상하는 경우는 드물다는 것을. 옛말에 오비삼척(吾鼻三尺)이랬다. 당장 살아남기에도 바쁜데 남 챙길 겨를이 어디 있겠는가? 세계가 멸망한 지금은 계급이나 재산이 쓸모를 잃어 하필 그러한 사태가 더욱 심화된 뒤였다. 물론, 세계 어딘가에서는 계급 문화가 다시 발발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백천과는 다른 세계의 이야기였다. 


백천은 어쩌면 생존자 그룹의 유일한 이단아였고, 예외였으며, 멍청한 자식에, 기만자에 불과했다. 그렇기 때문에 백천은 그 자신이라도 정의를 택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판도라의 상자에도 마지막까지 희망이 남아 있었다. 그런데 사(死)의 인력에서 허덕인 결과 절망만이 남아버린 세계는 조금…. 비참할 것 같았다. 설령 인간의 삶이란 것 자체가 타인의 명예를 짓밟고 우위를 점하는 식으로 운영된다 한들 말이다.


여기서 백천이 행동할 수 있었던 건, 말하자면 저와 비슷한 사람이 하나 정도는 존재할 것이라는 희망 덕이었다. 스스로가 한 번 내민 손이 언젠가 나비 효과로 작용해 세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거라는 염원 덕이었다. 허황된 가능성이래도, 인간은 누구나 그리 살아가는 법이니까. 하지만 세상살이는 그의 마음만큼 쉽지가 않았다. 내리 몇 달을 방황한 백천은 어쩌면 스스로가 지쳤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무리 그라도 거부당하기만 하는 삶이 달가울 리 없으니까.


“천도운입니다.”
“…아, 백천…. 진백천입니다.”


그렇기에 또다른 예외를 만난 백천은, 그가 꼭 하나의 기적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앳된 얼굴을 한 이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검은 옷을 입고 있었다. 그리고… 차가운 인상이지만 준수한 외모에, 눈이 굉장히 인상깊은 사람이었다. 이질적인 새파란 눈. 세상의 모든 푸름을, 그에 어울리는 모든 수식을, 마지막으로 겨울이라는 계절을 전부 쑤셔박은 듯한 선명한 푸름의 눈. 다시는 잊을 수 없을 것 같은 감각이었다.


그리하여 백천은 청년을 푸른 설원이라 정의했다. 앞뒤가 맞지 않았지만 그럴 법도 한 것이, 생각해보면 도운과는 첫만남부터가 좀 이상했기 때문이다. 그를 처음 마주한 백천의 시선에서 도운은 제 몸 하나 지킬 뒷배도 없는 주제에 약자를 보좌하고, 권력을 오시하는 이였다. 그러다 자존심에 한계가 달한 상대가 손을 올리려던 때 백천이 상황을 중재했던가. 나중에 듣자하니 도운의 행동은 꼭 정의를 따랐기 때문만은 아닌 듯했지만, 겪어온 게 워낙 많은 백천인지라 그것으로도 충분히 인상적이었다. 이어지는 대답을 들은 백천은 도운의 첫인상에 ‘이상한 사람’을 추가해뒀었다.


그리고 나서 백천은 분명, 도운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아직 분이 채 풀리지 않은 건지, 남겨두고 온 이들이 신경쓰이는 건지. 백천을 비껴나가 허공을 응시하던 눈동자가 느릿하게 움직였고. 백천은 서서히 숨을 참았다. 금방이라도 질식할 것 같은 공기가 압도해온다. 그의 녹빛 눈동자와 맞닿은 시선이 두어 번 점멸하고, 이내 호흡. 흰 입김이 둘 사이를 비집고 새나올 즈음 백천이 입을 뗐다.

 


*

 


“저기요.”
“응. 응?”
“뭐 하느라 불러도 대답이 없으십니까.”
“아, 미안하다. 잠시 옛날 생각을 좀 하느라.”
“형이 다 그렇죠, 뭐.”
“…내가 다 그렇지.”


미묘한 표정을 짓는 도운을 두고, 백천은 허공을 가벼이 그러쥐었다. 그래서, 그때…. 뭐라고 했더라? 잘 기억나지 않는다. 엉겁결에 도운의 손을 단단히 쥐고 자리를 피했던 것도 벌써 1년이 더 지난 일이었다. 당연히 찰 줄 알았던 손은 의외의 따스함을 머금고 있었는데, 지금의 도운은 잘 내어주지 않는 온기여서 조금 더 오래 손을 잡고 있을 걸 생각하는 게 백천의 최선이었다. 희미한 기억 속 분명한 것은 언젠가의 백천이 무작정 함께 지내자는 제안을 해버렸고, 그것을 도운이 승낙해버린 것. 이후로도 많은 일이 있었지만 어떻게든 버텨 지금에 이르렀다. 


“그래도 이번엔 운이 참 좋았습니다. 이런 곳을 발견할 줄은 몰랐으니까요.”
“너는 2주 전 이야길 지금 하고 그러냐.”
“제가 다 그렇죠.”


그랬었다. 한참을 돌아다녀 어쩌다 자리잡은 폐건물의 한구석. 집이라기엔 한 자릿수 나이의 백천과 도운이나 아지트로 삼을 법했던 이곳이 둘의 임시 거처였다. 물자 충전이 더딘 현재, 생존자들은 거주지를 고정할 수 없었기에 근처에서 얻어낼 수 있는 게 없다 싶으면 다른 곳을 찾아 떠나야 했고, 도운과 백천 사이의 ‘많은 일’에는 주로 이런 행위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러니 따져야 할 사항이 한두개가 아닌 와중 그나마 멀쩡해보이는 살만한 곳을 찾은 건 행운이나 다름없던 것이다. 사방이 어느정도 막혀 있고 일주일 넘게 사람의 흔적이 지속적으로 남은 곳임에도, 열기가 도온되지 않은 채 흩어져 내내 불을 피워야 하는 게 아쉬웠지만. 그나마 남아있던 벽걸이 달력을 북 찢어 태우던 도운이 입을 연다.


“겨울이네요.”
“늘 그랬잖아.”
“아니, 그거 말고…. 봐요.”


도운의 손가락이 달력의 월(月) 부분을 가리킨다. 12. 착각할 수 없는 숫자였다.


“그렇네. 이맘때겠구나. 너랑 만난 것도. …그때는 이렇게 될 거라고 상상도 못 했는데, 신기하지 않아.”
“뜬금없이 왜 청승 떨고 그래요, 진짜…. 아, 소름 돋게.”
“언젠 안 그랬냐? 그리고 내가 형이야. 이 자식아.”


장난스레 도운의 머리를 꾹 누른 백천은 이내 손에 닿은 머리칼을 한껏 헝클어뜨렸다. 지난 1년을 버틴 데엔 확실히 도운의 영향이 컸을 거라고, 백천은 생각한다. 둘이 있으니 소통을 할 수 있다는 것부터가 예전과 달랐다. 1년 전의 백천이 불가해의 사회 현상에 대해 벽을 보며 질문을 던지고, 스스로 그 답을 고안하다 머리를 뜯었다면 지금은 도운에게 물어본다는 선택지가 생겼다. 도운 또한 명확한 답을 알 수 없는 질문은 토론이나 토의로 이어졌다. 그건 꽤 즐거운 일에 속했다. 세계가 멸망하지 않았다면 유행했을 각종 매체들도 지금으로선 소용 없는 것들이니까. 백천이 생각하는 것보다도 도운이 더 많은 지식을 알고 있어서, 영 심심할 때면 하나씩 이야길 보채는 게 백천의 소소한 재미였다. 그렇게 쓸데없는 잡담을 나누다 보면 어느덧 밤이 찾아오곤 했다.


“그러고 보면… 겨울이면, 곧 크리스마스겠네.”


생존자라는 것 이외에는 공통분모가 딱히 없어 대화 소재 자체가 쉽게 떨어지는 둘의 주된 이야깃거리 중에는 날짜에 관한 것도 있었다. 그 덕에 몇몇 기념일을 챙겨보기도 했고. 특히 지난 크리스마스를 계기로 부쩍 친해진 백천과 도운에게 기념일이란 건 굳이 다른 의미를 부여하지 않아도 그 자체로 특별한 날이기도 했다. 비록 도운의 생각은 조금 다른 것 같았지만… 백천은 도운 역시 저와 비슷할 거라 굳게 믿었다. 딱히 거창한 경험을 한 건 아니나, 위기를 함께 견딘 이에게는 정이 가기 마련. 달라진 태도를 보면 틀림없었다. 그런데, 근처 편의점에서 운좋게 가져온 과자 몇 봉을 추위에 덜덜 떨며 먹은 것도 위기의 일부인가? 거기까지 떠올린 백천이 손을 데우던 도운의 곁에 느지막이 붙어왔다. 잠시 질린 표정을 지은 도운이 한숨을 쉬며 그를 갈무리했다.


“운아. 우리 크리스마스에 작게 파티라도 할까, 지난번처럼.”
“그것도 근처에 뭐가 있어야 할 수 있는 거잖습니까.”
“있어. 내가 전에 봤어. 조금 나가야 하긴 한데, 어차피 지금 먹을 것도 가스도 다 떨어진 참이라 나가봐야 하긴 했다. 그러니까 겸사겸사인 거지. 위험할 것 같으면 곧바로 돌아오면 될 일이고.”
“이런 와중에도 낭만이 챙기고 싶습니까?”
“틀렸다. 이런 와중이니까 낭만을 챙기는 거야. 감정은 이따금 삶의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는 걸, 그 똑똑한 네가 다 잊어버리는구나?”


그리 말하는 백천은 오랜만에 네 바보 같은 모습을 봤다고, 즐거운 듯 환히 웃고 있어서 도운은 그만 시선을 돌려버렸다. 도운에게 백천은 곁에 있으면 춥지 않은 사람이었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랬다. 영원의 계절에 어머니를 잃고 괜한 곳에 화풀이를 하고 있던 때, 제 앞을 단단히 가로막은 등을 봤을 때의 감정. 그걸 어떻게 잊을 수 있겠는가. 그 이후의 일도 대충 비슷했다. 잠깐 기다리라면서 한 시간을 기다리게 하더니, 굳이 먼 거리의 편의점까지 가서 식량을 구해온 그에게 감화된 지난 1년 간 도운은 여실히 깨달았다. 타인에게 감정을 갖는 것으로도 삶을 느낄 수 있다는 걸 말이다. 야속한 시간이나 날씨와는 달리 백천 만큼은 절 떠나지 않을 것 같은 믿음에 더욱 그랬는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면 어쩐지 심장께가 몽실거려, 입을 연 도운은 괜스레 툴툴거리고 만다.


“그럼, 제가 돌아가자고 하면. 그때는 가는 겁니다. 또 괜한 고집 부리다가 지난 번처럼 콱….”
“아, 알았다. 알았으니까 그만 진정해라. 그땐 내가 잘못했대도. 일단 시간이 늦었으니 자는 게 좋지 않을까 하고…”


괜히 심기를 거스를까 급히 상황을 무마시킨 백천이 도운을 이불 속에 묻었다.

 


*

 


“이러면 숨이 막힙니다.”
“좋은 거지.”
“좋기는 뭐가요. 눈사람도 아니고.”
“눈에 파묻지 않은 것에 감사해보거라.”


그건 감사할 게 아니라 그냥 미친 놈인 거 아닙니까. 덧붙여봤자 의미가 없다는 걸 깨달은 도운은 입을 다문 채 백천이 제 얼굴에 둘둘 말아버린 담요를 정리했다. 꾸미는 건 열심히 꾸몄는데, 역시 추운 건 어쩔 수 없다는 도운의 말에 대한 백천의 대응책이었다.


시간이 흘러, 때는 어느덧 크리스마스. 그동안 백천과 도운은 자그마한 손수레를 끌고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필요한 물품들과 식량을 일부 챙겨왔다. 이전 거처로부터 한참을 걸어 도착한 곳이라 그런지, 원래부터 사람이 몇 없던 곳이라 그런지. 수확은 나쁘지 않았다. 구시대의 잡동사니를 파는 곳이 많다보니 사람들이 되려 피해갔는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이런 걸 챙겨봤자 괜히 짐만 늘리는 셈이니까.


“그래도 이정도면 나름 연말 분위기 나고 좋지 않으냐.”
“코코아만 있었어도, 그럴지도 모르죠.”
“그러게, 그 코코아 가루 챙겨오지 그랬어?”
“그건 코코아 가루가 아니라 카카오 파우더라고 다섯 번은 더 말했습니다. 유통기한도 지났을 것 같던데요, 뭐.”


입꼬리를 비죽 올려 헛웃음을 지은 도운은 캔커피를 땄다. 한 모금을 머금으면 그 특유의 달짝지근하면서도 시큼한 향이 올라온다. 그가 아는 크리스마스 치곤 상당히 조촐한 맛이었다. 남은 걸 대신 마시라며 내밀어진 캔을 쥔 백천은 캔을 입에 물고 집 내부로 시선을 돌렸다. 지낸 지는 며칠 되지 않았지만, 그래도 인테리어가 바뀌니 분위기도 확실히 다르긴 다르다. 쓰지 않는 옷을 자르고 꿰매 만든 가랜드, 그러고도 남은 천을 엮어 만든 식탁보. 실제 사용할 수는 없지만 장식용으로 가져와 배치해둔 다이얼 전화기 같은 것도 분위기를 더해주니 그럴싸했다. 만족스럽게 근처를 훑던 백천이지만, 곁에서 들리는 목소리에는 시선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원래 같았으면 어디 좋은 카페라도 가서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시켜 마셨겠죠.”


아쉬움은 아쉬움이라. 한탄하듯 내뱉은 도운이었다. 눈동자를 굴려 쳐다본 도운의 표정은 머리카락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았다. 종말은 다정하지가 않아서, 그간 꽤 오랜 시간을 버텼음에도 그 서먹함이 여전했다. 백천은 도운과 함께인 것으로도 충분하다 생각했지만 도운은 영 그렇지 않았던 모양이다. 곁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백천의 머리도 차갑게 식어갔다. 백천에게 시선조차 주지 않은 도운이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만약 우리가 만난 게 이런 상황이 아니었다면, 이보다 안정된 나날을 보내고 있을 거고요.”


도운은 그것이 늘 아쉬웠다. 백천은 좋은 사람이다. 상황이 이렇지만 않았어도 어딜가나 사랑을 받으며 지냈을 거고, 저처럼 특출난 것 하나 없는 이 곁에서 뒷수쇄를 할 일도 없었을 거다. 백천과 지내온 시간이 싫은 건 결코 아니었고, 따지자면 그 반대에 가까웠지만… 도운은 그것이 과분하다고 여겼다. 시대를 잘못 만나 그의 품성이 보답받지 못하는 것도 분했다. 조금 더 나은 세계에서 태어났으면 좋았을 걸. 장난인 척 백천에게 몇 번 말을 꺼내봐도, 그때마다 백천은 괜찮다며 넘기곤 했다. 하지만 도운은 그게 모조리 빈말이라 생각했다. 어찌 아니겠는가. 지금 상황에서 일상에 대한 염원은 누구나가 당연한 것인데. 


백천은 그 뒤로 한참 말이 없던 도운의 옆머리를 조심스레 넘겼다. 그리고, 그제서야 알아차렸다. 이건 상황에 대한 불만도, 아쉬움도 아니었다.


‘쓸데없는 걱정을….’


그러고 보면, 예전에도 몇 번 그랬던 것 같기도 하고. 그땐 무슨 소릴 하나 싶었는데, 왜 여즉 알아채지 못했나 한숨이 나올 지경이었다. 익숙한 기류를 느낀 백천은 도운을 물끄러미 보다 말고 입을 열었다.


“그래도, 나는 너랑 또 보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런 크리스마스라도. 이건 틀림없는 진심이야.”


그 말에는 도운의 눈동자가 따라왔다. 여전한 푸름을 담은, 그의 불안정한 겨울이. 걱정은 그만 덜으란 듯 은근슬쩍 손을 잡아오는 백천에 도운이 반응했다.


“전 이제 겨울은 질렸습니다.”
“왜. 너 닮아서 좋은데.”
“춥잖아요, 그것보단 따뜻한 봄이 더 좋죠.”
“그럼, 우리 봄이 오면 매화를 보러 갈까.”
“왜 하필 매화입니까?”
“그냥. 내가 좋아해서.”


그럼 그렇게 해요. 어이없단 양 새는 웃음을 흘린 도운이 다시금 백천과 시선을 마주했다. 그가 봐온 백천은… 물론, 필요에 따라선 빈말도 할 줄 아는 사람이지만. 그저 믿고 싶어졌다. 영원의 계절에 이어지는 봄이 오지 않더라도, 최소한 세계의 어딘가 매화가 필 때까지는 백천이라는 봄이 그의 곁에 있어줄지도 모르겠다고. 사실 봄이란 건 하나의 핑계일 뿐이다. 어떤 계절이라도 상관 없다. 크리스마스의 지는 달 아래에서, 손을 마주잡은 서로라면 괜찮다고 생각했으니까.


“내년 봄에도 잘 부탁해.”
“이런 날엔 메리 크리스마스가 나와야 하는 겁니다.”
“그럼, 메리 크리스마스.”


온기가 닿은 곳에 가벼운 춘풍이 불어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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