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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무를 막 끝낸 걸 잊을 정도로 하얗게 내리는 눈을 멍하게 보고 있었다. 내리는 눈을 잡으려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는 순간 임무를 하고 있었구나 싶은 참혹한 현장에 숨을 길게 내쉬자 하얀 입김이 피어올랐다.

주술이 담긴 부적으로 감아 만든 주구를 바닥에 던져 놓고선 손바닥을 제 옷에 닦아내는 상대가 다가오는 것을 가만히 보았다. 공부나 임무 때만 쓰던 안경을 벗어 안경집에 넣고 그대로 주머니에 넣은 상대가 제 머리카락을 한번 쓸어넘긴 뒤 다시 주머니 안으로 손을 넣는다. 어느새 가까워진 거리, 안경집 대신 다른 걸 꺼내 내밀며 웃는 상대는 무언가 말하고 있었다. 뭐라고 하는 걸까. 잘 들리지 않았다.

 

무거운 한쪽 어깨 때문에 풀어내려 몸을 일으켰다. 그와 동시에 무언가가 움직이자 고개를 돌리니 의자에 등을 기댄 체 기절한 듯 잠이 든 누군가를 발견한다. 그래서 꿈에서 나왔던 걸까. 저를 보며 웃던 앳된 얼굴은 이제 세월의 흐름에 따라 변해있었다. 잠이 든 그를 보며 쇼코는 조심히 몸을 일으킨다. 크리스마스면 뭐 하나. 일이 바쁜 건 여전한데. 임무를 마치자마자 온 것인지 엉망이 된 머리카락을 쓸어 옆으로 넘겨주는데 한쪽 볼에 눌린 자국을 발견하고 작게 웃었다. 웃는 소리에 눈을 뜬 상대가 자신을 보자마자 웃는다.

 

“선배 더 자요.”

“아냐. 일어나야지.”

“커피 어때요?”

“고마워, 쇼코.”

 

기지개를 켜며 커피를 마시려 새로 물을 넣고 전원 버튼을 눌렀다. 지금 막 전원을 눌러 조용한 커피포트를 보며 주머니에 있던 담배를 꺼내 물자 바로 뒤에서 장갑을 낀 손이 나타나 담배를 빼앗는다.

 

“금연 중이잖아?”

“그러네요.”

 

짧게 숨을 뱉어낸 뒤 쇼코가 담배를 잡은 손 위로 겹쳐 잡으려는 순간 놀라 급히 손을 뺀다.

 

“아. 아아아! 미안, 미안! 나 임무 갔다 와서 바로 여기로 온 거라.”

 

당황해하면서 슬쩍 허리 쪽에 감았던 팔도 풀고 거리를 둔다. 가까워 따듯해진 온기가 갑자기 멀어지니 춥게 느껴진다. 쇼코는 제 겉옷이 뒤에서 들려지자 혹 더러운 게 묻었을까 확인하고 있는 그를 굳이 고개 돌려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옷의 움직임을 느끼니 옷을 살살 털어주고는 거리 두고 앉는다.

 

“급하게 와야 할 이유가 있었나요?”

“시간이 얼마 안 남았길래. 어?”

 

한 손으로 제 옷 주머니를 확인하더니 뭔가 없는지 손에 쥐고 있던 담배를 입에 물고선 양손을 만져보기 시작한다. 바로 발견을 하고 근처에 있던 물티슈로 몇 번 손을 닦아낸 뒤 주머니 안에서 무언가를 꺼내 내민다. 꿈에서 봤던 같은 웃는 얼굴로 그때와 같은 말을 내뱉는다.

 

“메리 크리스마스.”

“전 이번에도 준비 못 했는데.”

“받아만 줘도 고마워.”

“그럼 잘 받을게요.”

“그래. 나 씻고 올 테니까”

 

급히 손을 뺀 뒤 가려는 그에게 다가간다. 긴 머리카락이 일렁이자 멀어지는 손을 잡았다. 상대가 놀라 입에 물고 있던 담배를 떨어뜨린다. 떨어지는 담배보다 눈앞에 있는 제 선배의 눈을 마주 보았다. 시선을 옮기려는 눈동자에 쇼코는 빠지려는 손을 도망치지 못하게 손가락 사이로 제 손가락을 넣어 얽는다. 가까워진 거리에 결국 시선을 마주하고 저와 비슷한 체형이 다른 한 손으로 만져진다. 이렇게도 여린 사람이 어떻게 임무수행을 하는 걸까.

 

“같이 씻을까요?”

“... 그럴까.”

 

상대가 웃자 쇼코는 허리춤에 있던 손으로 올린다. 때 마침 커피포트가 물을 다 끓여 소리를 내지만 신경 쓰지 않고 밖으로 나간다. 문이 닫히자 커피포트의 전원은 저절로 꺼진다. 펄펄 끓은 물에 커피포트 입구에서 열이 피어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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