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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위의 크리스마스

 

“나미- 이거 어때?”

 

겨울섬 지대를 지나는 배 위엔 어느새 눈이 소복히 쌓였다. 아직 열매를 맺지 않은 귤나무도 하이얀 눈이 소복히 쌓이고 반짝 반짝한 전구 옷을 차려입었다.

 

“멋진데-?”

 

내 칭찬 한마디에 눈꼬리가 가늘게 휘며 베시시 웃는 그 입술에서 꺄르르 경쾌한 웃음소리가 기분좋게 귓가를 울렸다.

 

“그으럼! 누가 꾸민건데!!”

 

예쁘게 꾸며진 귤나무와 배의 난간을 보며 뿌듯한 미소를 짓는 아실링의 웃음을 보고 있으니 어느새 주방에서 맛있는 냄새가 솔솔 풍겨오기 시작했다.

 

“레이디들- 점심 먹을 시간이랍니다-”

 

식당으로 들어서니 각자의 접시에 놓여진 윤기가 좌르르 흐르는 비프웰링턴에 식탁의 한 가운데엔 커다란 갈비고기가, 그리고 가을섬에 닿았을 때 수확한 귤로 만든 귤주스까지..! 그야말로 진수성찬이 차려져 있었다

 

“와- 잘 먹을게 상디!!”

 

나이프와 포크를 들고 신이 나서 비프웰링턴을 크게 썰어넣는 그의 모습에선 행복이 번졌다. 이 배에 오른지 얼마 안 되었던 그때는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커다란 성의 고귀한 공주님이었던 그는 입을 크게 벌리지도 못하고 고기를 조각내듯 작게작게 잘라 입에 넣는가 하면 반도 먹지 못하고 수저를 내려놓기 일쑤였다. 그러니 전투에 제대로 힘을 내지 못하고, 먹는 밥도 루피에게 빼앗길 뿐이었다.

 

-

 

“아실링. 여기선 더 먹어도 아무도 뭐라고 안 해. 루피를 봐-”

“그, 그치만 저렇게 먹음 교양없잖아...”

“아실링. 넌 지금 공주님이 아니고 해적이야. 교양이 필요해?”

“...! 그러네!”

 

그것이 그의 순환점이었다. 이후로는 고기를 크게 잘라 한입에 넣는가 하면 좋아하는 귤케이크가 나올 때면 그 루피와 속도를 겨룰 정도였다.

 

-

 

“하- 잘 먹었다. 나미- 이리와봐!!!”

 

그를 따라 들어간 드레스룸엔 붉은색의 숏 원피스가 마네킹에 걸려있었다. 원뿔모양의 붉은 모자엔 흰 솔이 달려있고 붉은 윈피스에도 포인트로 큰 페이크 단추가 두 개 달려있었다.

 

“어때-? 귀엽지? 내가 만든 옷을 제일 처음 입을 영광을 줄게!”

“꺄- 고마워! 아실링!!”

 

아실링이 만든 옷은 숏원피스는 짧아도 꽤 따뜻했다. 부드러운 천과 털이 몸을 따스히 덮어주고 움직임까지도 고려한 예쁘고 귀여운 붉은 원피스.

 

“어때- 잘 어울려-?”

“응! 완전!!!! 딱 나미 옷인걸-?”

“고마워- 아실링. 메리크리스마스!!”

 

푸른 바다 위에 하얀 눈송이가 떨어지고, 붉은 원피스 입은 나, 날을 맞추어 모두의 산타 옷이 만들어지고 우리는 찬 눈을 맞으면서도 환하게 웃었다.

 

“모두들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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