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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웃어준다면 분명 이번 크리스마스를 기억할 거야.

 

1.

샤를. 나는 너와 많은 것들을 함께 하고 싶어. 그러니까 네가 다시 나에게로 와주길 바라고 또 바라고 있을게. 약속해줘 꼭 이곳이 아닌 다른 곳에서라도 상관없어. 나와 다시 만났을 땐, 나를 위해…….

"...꿈, 인가. 신기한일도 다 있잖아."

자신의 마이룸에서 눈을 뜬 샤를마뉴는 본인이 꿈을 꿨다는 사실이 낯설게만 느껴졌다. 칼데아에 소환되었기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에서인지는 잘 몰랐지만 어느 쪽이든 나쁜 느낌은 들지 않았으므로 크게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이곳에 온지도 시간이 제법 지났나? 혼잣말로 중얼거린 그는 지난날을 짧게 회상했다. 이 지난날이라는 건 비단 이전의 계역에서 일어난 일만은 아니었다. 그보다도 더 전, 꿈과 이상을 두고 싸왔던. 자신의 운명을 만났던 그 일련의 사건도 포함이었다.

"그럼, 마스터를 보러 가볼까!"

힘차고도 쾌활한 걸음이었다. 복잡하게 생각해봐야 자신과는 어울리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크리스마스였지. 시끌벅적한 소음에 오늘이 무슨 날인지를 상기할 수 있었다. 그리고 들떴다. 제 마스터와 함께 보내는 첫 크리스마스였으니까. 단 둘이 보낼 수 없다는 점이 아쉬웠지만 그래도 같이 보낼 수 있다는 게 어디냐는 감상이었다. 그래서 더욱 발걸음을 빨리했다.

"확실히, 식당은 이쪽이었던가."

이전 마스터나 12기사들이 크리스마스 파티를 식당에서 할 거라는 말을 했던 것 같았다. 이번엔 모처럼 전통파 파티라나? 애초에 전통파라는게 뭔지 잘 몰랐지만 대충 아무 사건 없이 평범하게 선물을 교환하고 맛있는 것을 먹고 즐기며 진짜 평화롭게 끝나는 파티. 라는 뜻인 것 같았다. 참고로 그의 마스터가 붙인 이름이었다.

 

"마스터님! 이건 여기에 달까요??"

식당에 들어가자 먼저 보인 것은 커다란 크리스마스트리앞, 손에 크리스마스를 연상케 하는 형형색색의 장식을 가지고 마스터와 함께 트리를 장식하고 있는 브라다만테였다. 시선을 조금 옮기면 마스터도 함께 보였다. 그런데 그의 푸른 눈동자에 비친 마스터는 어째선지 즐거워 보이지 않았다. 브라다만테를 보며 귀여운 듯 웃고 있었지만 얼굴은 어딘가 굳어있었다.

순간 크리스마스를 싫어하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그런 것 치고는 열심히 준비 해왔던 거 같은데. 일단 고민은 잠시 접어두고 샤를마뉴는 두 사람에게로 향했다.

 

"꽤나 멋진 트리가 완성 될 거 같은데?"

마스터의 옆에 다가온 샤를마뉴는 한껏 꾸며진 트리를 보며 한마디 뱉었다. 안녕, 샤를. 마스터는 반갑게 그를 맞이해 주었다. 샤를마뉴는 그런 마스터에게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갔다. 곱슬거리는 은빛 머리카락에 슬쩍 손을 올려 쓰다듬었다. 마스터는 놀라서 눈을 크게 뜬 채, 말없이 샤를마뉴를 바라보았다.

"세레나. 혹시 무슨 고민이라도 있는 거야?"

그는 단도직입적으로 질문을 날렸다. 그리고 뒤에 덧붙였다. 전에도 말했지? 나에겐 잔뜩 어리광 부려도 된다고 말이야. 그는 부드럽게 입 꼬리를 올렸다. 그의 이런 얼굴은 보는 사람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었다. 그래서 그런지 마스터의 표정은 아까보다 조금 풀어졌다.

"...걱정 해준 거야? 고마워. 음, 그런데 이건 신경 쓰지 않아도 괜찮아. 아, 그렇지 샤를도 같이 장식하자!"

그는 장식을 샤를마뉴에게 건네주었다. 그는 여전히 마음에 걸렸지만 지금 만큼은 져 주기로 하고 더 이상 묻지 않고 장식을 받아 들었다.

 

잔뜩 트리 꾸미기에 몰두하다 이제야 자신의 임금을 발견한 브라다만테가 곧 그에게 큰소리로 인사했다. 그리고는 기세 좋게 소리쳤다.

"폐하, 저희 트리를 멋있게 장식 해보는 겁니다!!"

"응. 좋은 기세야. 모두가 멋있다고 생각하는 트리를 만들어 보자구. 그렇지, 트리의 별은 마스터가 다는 게 어때?"

"저렇게 높이 있는데. 세레나가 별 달수 있긴 한가?"

이 매를 버는 한마디를 던진 것은 롤랑이었다. 웬일로 안 보인다싶었는데 결국 이렇게 오는구나. 다행히 옷은 벗지 않았다. 하지만 쓸데없는 말을 했으니 폐하인 샤를마뉴에게 한대 맞아야만 했다. 라고해도 샤를마뉴의 손이 더 아플지도 모를 일이었지만.

"롤랑을 밟고 올라가면 닿을 거 같은데?"

마스터는 답지 않게 살벌한 한마디를 뱉었다. 이번엔 다른 의미로 표정이 굳어있었다. 그리고 롤랑을 잔뜩 쏘아보고 있었다.

"잠깐, 잠깐! 농담 너무 살벌하다고?"

"왜 농담이라고 생각해?"

어찌 보면 조금 무서울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런 모습과 한마디 때문인지 주위에 있던 다른 서번트나 마슈, 그리고 마스터 리츠카까지. 잠시 굳어버렸다. 아, 단 한명. 아스톨포만은 와하하! 하며 웃었지만!

"롤랑 얼른 꿇어줘야겠어."

"아파! 그 눈빛 너무 따가워!!"

"음... 난 마스터랑 롤랑이 사이가 좋은지 나쁜지 모르겠단 말이지."

"저도 마찬가지에요……."

"와하하핫 정말 정신없는 크리스마스네. 응, 정신없어!"

그때였다. 어쩌면 다들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 왜 이런 즐거울 때. 꼭 '어떤 개연성'을 위해서인지 일어나지 않던가. 그러니까,

[긴급~~~!!! 소형 특이점의 발생이야!! 이번엔 세레나가 와줘야겠어. 음! 샤를마뉴도 함께 와주렴!!]

그래. 역시 특이점이 빠져선 안 되는 법이었다.

 

 

 

2.

두 사람이 도착한곳은 어느 나라의 크리스마스거리였다. 불이 켜진 가게. 즐겁게 걸어가는 사람들, 빛나는 일류미네이션. 모두 아름다웠다. 그 중에서도 거리에 쌓인 눈이 가장 아름다웠다. 시간은 밤인듯 하늘은 어두운 남색을 띠고 있었으나, 달빛이 밝았고 그것은 눈을 비추고 있었다. 눈은 꼭 은빛으로 빛나는 것 같았다.

샤를마뉴는 이 달빛을 받은 새하얀 눈을 보며 마치 마스터의 머리색 같다는 생각했다. 달빛과도 같은 창백한 은빛 머리카락. 그것이 샤를마뉴가 자신의 마스터를 처음보고 느낀 감상 중 하나였다.

"이런 곳에서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으려나."

무심코 말을 뱉으며, 마스터를 보았다. 솔직히 그는 마스터도 이 거리를 마음에 들어 할 줄 알았다. 하지만 지금 그의 눈에 비치는 마스터의 표정은 어딘가 공허했고 무엇인가를 두려워하는 것처럼 보였다. 주위엔 그저 크리스마스를 즐겁게 즐기는 사람뿐인데도.

"마스터...?"

그는 마스터를 불렀지만 반응이 없었다. 그는 다시 한 번 큰소리로 그를 불렀다. 큰소리를 싫어하는 것은 알지만 어쩔 수 없었다. 꼭 무언가의 허상에 사로잡혀있는 것처럼 보였기에.

"마스터! ...어이, 세레나!!"

"아, 응.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계속 불렀다고."

"그랬...어? 미안, 옛날 생각이 나서 그랬어."

"그건 좋은 기억이야? 아니면……."

"반가운 기억은 아니긴 하지."

샤를마뉴는 무어라 더 말을 하고 싶었지만 다 빈치의 통신에 잠시 접어 두어야했다. 돌아가면 이것저것 물어볼게 많이 쌓여있겠다고 생각하고는 곧 바로 전투태세에 들어갔다.

"크리스마스에 마수토벌은 그리 유쾌하지 많은데 말이야. 마스터 조심해!"

샤를마뉴는 멋지게 마수의 기습으로부터 마스터를 지켜내었다. 이정도 기습은 샤를마뉴에겐 별것 아니었지만 마스터는 연신 그에게 사과했다. 크게 숨을 내쉬고는 곧 정신을 차렸다.

"미안해, 그리고 고마워. 얼른 끝내고 돌아가자. 여기엔 더 있고 싶지 않으니까."

크리스마스는 역시 칼데아에서 보내고 싶은걸. 마스터의 이 한마디에 샤를마뉴는 평소보다 더 힘을 냈다. 마치 영주의 백업이라도 받은 양 대단한 기세였다.

"돌아가자, 마스터!"

 

 

 

"아, 역시 끝났네."

모처럼의 크리스마스 파티는 이미 끝나있었다. 혹여나 하고 기대했으나 케이크고 뭐고 다 품절난지 오래였다.

마스터와 샤를마뉴를 발견하고는 쪼르르 달려온 브라다만테는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케이크를 지켜내지 못해 미안하다나... 마스터는 그런 귀여운 토끼에게 괜찮다며 옅게 웃어주었지만 여전히 어딘가 굳어 있었다.

"으음……. 난 피곤하니까 이만 방으로 가볼게."

"저... 폐하. 마스터님께 무슨 일 있었나요?"

"……지금부터 알아볼 참이야."

"아! 그렇지 폐하, 케이크는 없지만 아직 슈크림은 남아있어요!!"

브라다만테는 제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아직 쌓여있는 슈크림 접시를 가리켰다. 저 정도 양이면 '그거'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그 말에 샤를마뉴는 브라다만테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두 기사는 천진난만하게 웃어보았다.

 

 

3.

방에 돌아와서 샤워를 끝마치고 나온 마스터는 머리를 말리며 방에 오기 직전 만난 산타 카르나에게 받은 선물을 천천히 풀어 보기로 했다.

"마스터인가. 표정이 좋지 않군. 아직 크리스마스 일 텐데."

"아, 그냥 피곤해서……."

"……그런가. 그렇군. 그렇다면 그런 너에게 이걸 주지."

"이건...?"

"훗. 크리스마스 프레젠트다. 다른 이들과 함께 고른 것이지. 분명 마음에 들 거라 생각하는데. 그럼 난 이만 다른 사람들에게 선물을 전해주러 가보겠다. ...이걸 빼먹었군. 메리 크리스마스. 메리 크리스마스다 마스터여."

뭐, 대충 이런 대화를 나누며 마스터는 선물을 받아들었고 카르나는 유유히 주먹을 앞으로 찌르며 사라졌다는 짧은 해프닝이 있었다.

 

포장을 다 벗기니 거기엔 달 모양을 한 작은 등이 들어있었다. 확실히 이 선물은 아주 마음에 들었다. 역시 산타는 산타구나. 하며 감탄하고 있으니,

"마스터. 나 들어가도 될까?"

샤를마뉴의 목소리였다. 무슨 일이지? 마스터는 곧바로 문을 열어 주었는데 샤를마뉴는 제 눈앞에 있는 마스터의 모습에 조금 놀랐다.

"……너, 너 벌써 자려고한거야?"

그렇다. 마스터는 지금 잠옷 차림이었다. 심지어 머리카락도 아직 젖어있는! 하지만 잠옷이긴 해도 일반적인 원피스와 별반 다른 건 없었기에 전혀 개의치 않았으며 머리카락이 젖은 건 애초에 신경 쓰이지도 않았다. 참고로 원피스 잠옷은 크리스마스 특별 에디션이었다. 호두까기인형을 만나길 바라며 맞춤 제작했다는 비화가 있지만, 이런 세세한 설정은 넘어가자. 지금 중요한 것은 마스터는 크리스마스를 정말 좋아한다는 것뿐이니까.

"응. 뭐, 이런 네 모습에도 익숙해져야겠지."

"……?"

"아무것도 아니야. 그보다 들어가도 괜찮아?"

마스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사양 않고 방안에 들어오자 한 손에 접시를 들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건 뭐야? 마스터가 물으니 크리스마스 케이크라며 마스터의 바로 앞에 접시를 가져가 보여주었다. 접시위에 그것은 마치 크리스마스 트리 같았다. 크기는 조금 작았으나 겹겹이 쌓인 슈크림은 확실히 트리 모양이었다. 그리고 설탕실과 갖가지 과일, 견과류 등으로 귀엽게 데코레이션 되어있었다. 위에는 무려 리본도 달려있었다! 마스터는 그 케이크를 즐겁게 바라보고 있었다. 샤를마뉴는 그 모습에 안심하였다. 그리고 그는 접시를 적당히 책상에 올려놓고는 입을 열었다.

"세레나. 아까 있었던 일에 대해서……. 말해줬으면 좋겠어. 난 그러기위해 너의 옆에 있는 기사니까."

마스터는 제 서번트의 말에서 따스함과 편안함을 느꼈다. 그리고 미안했다. 좀 더 이성적이게 행동했어야 했다. 그런데 아직도 미숙한 모양이었다. 곧 바로 동요하는 것을 보면.

하지만 이젠 괜찮다. 신뢰하는 서번트에게 선물을 받았고, 좋아하는 서번트가 자신의 앞에서 웃으며 자신을 봐주고 있으니까.

"미안해. 있지 그냥 어릴 때 크리스마스 날에 작은 사건이 하나있었어. 근데 그건 좋은 추억이 아니어서. 트라우마 같은 거랄까."

마스터는 어릴적의 이야기를 잠시해주었다. 크리스마스날에 홀로 길을 잃은 어린아이의 이야기였다. 예쁜 거리도 친절한 사람들도 부모를 놓친 아이에겐 전부 공포로 다가왔었다. 그리고 그날의 악몽은 아직까지도 그를 좀먹고 있었다.

"우리 집은 좀 특이했거든. 그래서 내가 사라진 것도 집에 언제 어떻게 돌아왔는지도 아무도 관심이 없었어. 그래서 음……. 크리스마스 자체는 좋지만 이따금 그날의 일이 떠올라서……."

마스터는 말을 전부 끝맺지 못했다. 아까의 거리가 떠올랐다. 이상하리만치 거리는 그의 어린 시절과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기에 저도 모르게 이대로 여기서 미아가 되는 것 같은 두려움이 밀려왔었다.

"세레나."

다정한 목소리로 이름을 불렀다. 이름만 불렸을 뿐이건만 마스터는 금방 진정되고 있었다. 이건 정말 마법 같다고, 마스터는 생각했다. 샤를마뉴는 마스터가 진정된 것을 보고는 다시 말을 이어갔다.

"네 옆엔 내가있어. 지금은 나 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있는 것 같지만. 뭐, 이건 넘어가고……."

"……."

"그러니 걱정 마. 설령 네가 미아가 된다고 해도 나는, 나는 말이야 반드시 널 찾을 거야."

샤를마뉴의 말은 참 신기했다.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했으니까. 눈 녹은 뒤의 봄바람 같은 느낌이랄까? 천천히 제 주위를 감싸는 느낌이 정말 좋았다. 그래서 마스터는 실로 순수하고 맑게 웃을 수 있었다. 샤를마뉴는 그런 그의 웃음이 좋았다. 그리고 마스터를 껴안았다. 껴안은 채로 그는 마스터에게 속삭였다.

"마스터, 그거 알아? 우리 두 사람의 크리스마스는 지금 막 시작 된 참이야."

샤를마뉴는 마스터에게서 조금 떨어 진 뒤, 기품 있게 손을 내밀었다. 이건 마치 춤을 신청하는 자세 같았다. 마스터가 그의 손과 얼굴을 번갈아 쳐다보자,

"...크흠, 한곡 추시겠습니까?"

"아! 으음... 춤은 잘 못 추는데, 잘 리드해주세요. 폐하."

"영애의 부탁이라면 기꺼이."

새하얀 손등에 키스를 하고는 손을 잡았다. 샤를마뉴는 말 한대로 마스터를 제대로 리드 해주고 있었다. 정말이지 우아한 춤선 이었다. 기사지만 왕이었으니까 어느 정도 몸에 익히고 있는 건지도 몰랐다. 왜 소설을 보면 귀족들은 곧 잘 춤을 추곤 했으니까. 그리고 뭣보다 그는 노련하게 마스터를 배려해주며 춤을 추고 있었는데 마스터가 제 발을 밟더라도 티내지 않았다. 오히려 웃어주었다.

"샤를은 춤을 잘 추는구나."

"그래? 사실은 말이지 네 앞이라서 엄청 노력중이야. 꼴사나운 모습을 보일 순 없잖아?"

샤를마뉴와 마스터는 동시에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청아한 웃음소리가 방 안을 가득 채웠다.

 

방은 두 사람이 춤을 추기엔 한참 좁을 지도 몰랐으나 지금 이 순간만큼은 그 어떤 성의 댄스홀보다도 넓게 느껴졌다. 방엔 두 사람뿐이었지만 여기가 진짜로 어느 성의 파티 장이었더라면 누구보다도 더 아름다움이 어울리는 한 쌍으로 보였을 것이다.

움직일 때마다 흔들리는 마스터의 원피스는 웬만한 드레스 못지않게 아름다웠으며 마스터의 살랑대는 은빛 머리카락은 당장이라도 부드럽게 어루만지며 거기에 입을 맞추고 싶다고 생각할 만큼 아름다웠다. 또 샤를마뉴는 어떠한가. 부드럽지만 날카롭게 마스터를 응시하고 있는 그의 푸른 눈동자는 감히 보석보다도 빛난다고 말할 수 있었다. 지금 그 어떤 보석을, 비단을 가져와도 이들보다 빛나고 아름답지는 않을 터였다.

 

잠시 뒤 춤을 멈춘 샤를마뉴는 마스터의 허리를 감고 있는 단단한 제 손에 힘을 주어 다시금 마스터를 품에 껴안았다.

"샤, 샤를?"

샤를마뉴는 자신의 마스터를 껴안는 것을 좋아했다. 지금도 틈만 나면 안으려하지 않는가? 이렇듯 그는 자신의 품에 마스터를 안았을 때 느껴지는 온기가 좋았다. 가까이에서 느껴지는 숨결이 좋았다. 마스터에게서 느껴지는 향기가 좋았다. 이 향은 뭐랄까. 굳이 말로 정의하자면 따뜻한 눈 냄새였다.

"나와 함께한 크리스마스는 즐거웠어?"

그 따스한, 사람을 설레게 하는 다정한 목소리는 겨울의 눈을 녹이기에 충분했다. 마스터는 자신의 눈동자로 샤를마뉴를 담았다. 샤를마뉴도 마스터를 눈에 담았다.

자연스레 서로의 눈동자가 얽혔다. 샤를마뉴는 언젠가 마스터의 눈동자를 보며 봄날의 새싹을 닮았다고 한 말이 생각났다. 여전히 생기 넘치는 눈동자라고 생각하며 그는 입 꼬리를 매끄러이 올린 채 소리 없는 미소를 보여주었다.

그리고 이런 그를 보며 마스터도 똑같이 봄을 떠올렸다. 그가 자신에게 부드럽게 미소 지어 줄때마다 마스터는 당연하게도 봄바람을 떠올렸다. 따스하게 자신을 향해 불어오는 다정한 봄바람을 말이다.

이 부드러운 봄바람 앞에선 누구라도 가슴 설레어 할 것이라고 마스터는 생각했고 여느 때보다도 편안하게,

"샤를."

"응, 듣고 있어."

마스터는 조용히 눈을 내리깐 채 잔잔히 웃고 있었다. 곧이어 그는 생기 넘치는 눈으로 샤를마뉴를 바라보았고, 봄과 같은 상냥한 목소리가 샤를마뉴의 귓가에 흘러들어왔다.

"나는 분명 이번 크리스마스를 기억하게 될 거야. 앞으로 크리스마스를 생각하면 샤를, 너를 떠올리겠지. 그리고 그건 정말로 행복한 일이라고 생각해! 고마워, 샤를."

나에게 와주어서. 말을 끝마친 마스터의 얼굴엔 싱그러운 미소가 만개했다. 봄을 품은 눈동자는 이슬이라도 맺힌 듯 촉촉했다. 이것은 슬픔이 아닌 기쁨이었다.

이 미소를 자신의 눈동자로 담고 있는 샤를마뉴는 이것이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것임을 알고 있다. 햇살 같은 포근한, 보는 사람조차 행복하게 만드는, 이제 막 눈이 녹은 봄이 느껴지는 미소. 샤를마뉴는 이렇듯 겨울이지만 봄인 세레나를 사랑하고 있다.

우리의 크리스마스는 앞으로도 계속 따스했으면 해.

 

 

+

"그런데 샤를. 이거 말이야 트리 모양을 하고 있지만 결국은 크로캉부슈잖아?"

"응. 그렇지."

크로캉부슈의 슈를 하나 떼서 입어 넣으려던 마스터가 질문했고 말을 끝마친 후엔 마저 입에 넣고 오물 거렸다. 응, 맛있다. 그리고 다시 말을 이어갔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결국 이거 프랑스 웨딩케이크잖아."

"……."

"너 알고 한 거지?"

"……그건 그렇고 마스터! 입가에 크림 묻었다구."

능숙하게 말을 돌리고는 능숙한 손길로 입가에 묻은 크림을 닦아주었다. 제 손에 묻은 크림은 본인이 핥아서 먹었지만. 물티슈 있어!

"들어줘, 세레나. 나는 너랑 기왕이면 할 수 있는 모든 걸 하고 싶어."

너와 그렇게 약속했거든. 이 대답을 어떻게 해석할지는 전적으로 그의 마스터에게 달려있었다.

"아차! 이 말을 빼먹었네. 메리 크리스마스, 마스터!! 다음 크리스마스도 잘 부탁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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