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제다애
어릴 때는 모두가 기대하는 산타할아버지의 선물은 엄청난 행복이다. 그 만큼의 애들도 좋아하면서 부모도 기뼈하니까. 두배로 기뼈하는 크리스마스날에 나는 항상 혼자서 집을 보는게 일상이였다. 그래도 형이랑 누나가 아직은 어릴 땐 선물을 받아겠지만, 5살과 8살 차이에 형과 누나로선 끼어서 받을 수도 없었다.
“다애 오빠! 오빠는 받고 싶은거 없으세요?”
“선물해주려고? 그럼 아이스티가 좋을 것 같은데.”
예림이는 팔짱을 낀채 그게 아니라면서 볼을 부풀다가 결국은 알겠다는 말을 내뱉었다. 오늘은 예림이가 시간이 텅 비어서 오래만에 유진이랑 놀려가려고 했지만 때마침 유현이랑 던전에 가기로 약속해서 못해서 삐져있는 상황이라고 한다. 삐져있기에는 엄청나게 활발한 아이이긴 하지만.. 꼭 선물은 안해줘도 되는데 말이다. 살포시 예림이의 머리를 쓰담고서는 따뜻한 코코아를 한잔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겨울은 금방왔고, 크리스마스라는 날도 금방 왔다. 모두한테는 엄청나게 기대되는 날이지만, 그 반대로 나는 무덤덤했다. 누구는 선물을 위해서 상담까지하면서 기뼈하는 표정이고, 누구는 애인을 위해서 계획을 짜고 있고..등등. 많은 사람들이 무언가를 하고 있었지만 나는 크리스마스가 다가올 수록 할 일은 없었다.
“대학교는 왜 크리스마스 때도 쉬는거야?”
“너 너무 그러지마라. 크리스마스 때 할 일이 없나?”
대학교에 같은 학과인 친구가 내 머리카락을 가지고 놀면서 물어보았다. 그걸 말이라면서 흘끔 쳐다보다가 다시 책상에 얼굴을 받은채 중얼중얼 거렸다. 크리스마스가 되면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혹은 가족이랑 보내는 사람들이 많았다. 가족이랑. 나한테도 당연히 가족이라는 것은 있다. 일단은 형식적으로 말이다.
형은 던전에 꽤 있을 것 같으니까. 무리면서 누나는 여자친구랑 같이 보내기로 했으니까. 아마도 집에 가면 나 혼자일 것이다. 크리스마스 때 혼자서 보내는 것은 익숙하다. 익숙하긴 했지만 그래서 싫었다.
“너는 어디 가는데?”
“어디긴. 당연히 클럽이지. 근대 다다애 너 애인있지 않나?”
“있긴 하지..”
엄청나게 바쁜 애인이 말이야. 작게 중얼거리면서 다시 머리를 박은채 두눈을 감았다. 애인이라면 있다. 잘생기고, 모두가 부러워 하면서 모두가 좋아하는 세성길드에 길드장인 성현제. 이 사람이 내 애인이면서도 외모도 돈도 다 되어있는 놈이다. 예의도 바르고, 상냥하고 인기까지 있지. 그럼 뭐하나?
애인이 있는지도 모를 수도 있을 거다. 연락이 없는지도 오래이면서 연락이 안된지도 오래다. 아마 차단을 했을 수도 있고, 흥미가 떨어져서는 더 이상 챙겨줄 생각이 없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성현제는 흥미가 끄는 곳에만 저절로 오는 애니까. 꼭 어린아이같기도 하면서 진짜로 나쁜 남자이기도 하다. 그걸 알면서도 난 헤어지자는 말도 못하고서는 사귀지 않는 사귀는 기분으로 있을 뿐이다.
한숨만 작게 몇 번 내뱉고서는 혼자 있을 크리스마스를 생각한 채 두눈을 다시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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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진짜 있어도 괜찮을까?”
지금 나는 해연길드장에 형이면서 단짝 친구인 유진이에 초대로 거절할 수 없어서 오게되었다. 파티같은 분위기에 성현제도 오다는 소리도 들었긴 했지만 혹시나 오겠어. 하면서 탄산을 마시면서 이야기를 하던 중이였다. 유진이에 깜짝 놀란 목소리에 예림이랑 이야기 하고 있던 나는 들리는 목소리로 향했다. 여러 선물을 들고 온 성현제의 넉살 좋은 미소에 나는 한순간 눈썹을 찌프려지만 곧 아무렇지 않게 미소를 짓었다.
성현제는 아무렇지 않게 모두한테 하나씩 선물을 주면서 넉살 좋게 웃고 있었다. 성현제를 좋아하는 나한테는 별로 좋은 일은 아니였다. 그리고, 크리스마스인 날에도 말이다. 당연히 내 선물도 준비해둔 현제는 나한테 다가와서는 선물을 내밀었다. 선물을 한번 흘끔 보던 나는 혀를 차는 듯이 어이없는 감탄사를 내뱉었다. 눈 앞에서 챙겨주지도 않는 애인앞에서 당당하게 선물을 내밀는 그가 어이없기도 하고 짜증도 낫다. 아직도 난 성현제를 좋아하는 것도 내 자신한테도 짜증이 낫다.
“고마워. 현제야. 나도 선물이 있어.”
난 어릴 때부터 크리스마스를 기대하지 않았다. 부모님한테 버림받고서는 기대하는 선물은 더욱 실망이 커지니까. 애초에 기대를 하지 않았다. 형한테 누나한테도 기대같은 것을 바라지 않았다. 사랑같은 것도 바라지 않았지만 처음으로 현제한테 무언가를 바랬다. 많은 것도 아닌 그저 사랑을. 크리스마스 때는 둘이서 이야기하고, 사랑을 나누고, 선물도 서로 교환하고, 코코아도 마시는 단순한 생활을 하고 싶었을 뿐인데 말이다.
조금은 그립다는 듯한 표정으로 반지를 빼내서는 성현제의 손에 놓았다. 살포시 놓은채 금빛 눈동자와 눈이 마주친채 입을 열었다.
“우리 헤어지자.”
“아직 화가 더 풀린 것인가? 다애군.”
“화? 아니야. 현제야. 난 이제 널 사랑하기에 너무 힘들어서 그래. 미안해”
버틸수 있다고 생각했던 나의 착각 이였다. 현제의 미소에 답을 주는 듯이 미소를 짓고서는 곁옷을 입고선 파티장을 나섰다.
천천히 걸어나가면서 한 개씩. 한개씩 생각나는 몇개월도 안돼는 추억을 되짚어봤다.
‘이런이런, 우리 애인씨는 단것을 너무 좋아하는군’
‘현제가 해주는 오므라이스도 먹는걸!’
‘그걸로는 안된다네. 현제야.’
단 것을 많이 먹어서 주의 받는 것이 그렇게 기쁜 것인줄도 모를 정도로 현제를 사랑했다. 평범하게 웃으면서 너의 상냥한 손길을 몸에 맡기면서 좋아한다고 몇번이나 속삭이고, 그런 날이 영원할 거라고 믿었는데. 우리의 끝은 왜이렇게 힘들까?
웃음이 나왔다. 너와 내가 얼마나 많은 시간을 보냈는지 고작 1년도 안돼었지만, 기대했던 내가 바보처럼 느껴졌다. 아마, 내가 헤어진것도 그저 단순하다고 느껴진채 일주일이 지나면 잊어버릴 것이다. 그저 장난 같은 짓일 뿐.
“많이 사랑했어. 누구보다도-”
떨리는 목소리에 결국 주저 앉은 채 목놓아 울기 시작했다. 사랑했다. 사랑하고 사랑했다. 그리 진심으로 사랑해서는 죽을 수 있을 정도로 사랑했다. 그런데 그가 장난이라는 것을 알았도 이상하게 마음이 아파왔다. 알면서도 바보처럼 상처를 받고서는 또다시 헤어진것에 후회하는 듯이 눈물만 쏟아버렸다. 애써 없는 산타할아버지한테 어릴 때부터 빌지 않았던 소원을 빌어보았다. 아주 조금은. 괜찮지 않을까 하고서는 제발 저한테 행복을 달라고 말이다. 속으로 몇번이나 빌고 빌었다.
몇 시간이나 울었을까. 화이트 크리스마스 처럼 눈이 내린것이 완벽한테 말이다. 눈밑이 아픈게 얼마나 울었는지 알것 같은 느낌이였다. 하하. 하면서 가볍게 웃고서는 몸을 일으켰을 때 였다. 따뜻한 손길이 허리를 부여잡았고 고개를 올려보았다. 두눈이 커지면서 놀란채로 그의 이름을 불렸다.
“현,현제야..?”
“당연히 마중하려 왔다네. 너무 안와서 말이야. 다애군이 좋아하는 코코아와 케이크까지 만들어 둬는데 말이네”
현제의 상냥한 미소에 난 의심하는 것을 포기했다. 알고 있는데. 알고 있는데도 손길을 막을 수 없었다. 따뜻한 손이 내 뺨을 만지더니 곧 깍지를 한 손으로 천천히 날 잡아 당겼다. 그대로 천천히 걸음을 옮기는 나는 현제의 손을 흘끔 보다가 다시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는 행복한 듯이 미소를 짓었다.
“현제야, 가서는 크리스마스 노래도 들으면서 붙어있자.응?”
“우리 애인씨가 좋다면 다 좋다네.”
“그리고, 사진도 찍자. 둘이서 잔득”
내 머리카락을 살포시 쓰담으면서 끝머리에 작게 입을 맞추고서는 꼭 끌어안았다. 고개를 끄덕이면서 귀에 속삭였다.
“사랑해. 다애야.”
듣고 싶었던 소리. 눈물이 나올정도로 행복한 지금. 절대로 잊고 싶지도 꿈이라면 깨고 싶지도 않는 상황에 나는 포기하기로 했다. 최악의 크리스마스보다 나한테는 행복한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위해서라면 말이다. 그대로 현제의 품속에 파묻쳐서는 ‘나도’ 라고 작게 중얼거리면서 또 다시 걷기 시작했다. 행복한 이야기를 하면서, 장난도 치면서, 눈사람도 만들면서 말이다.
난 행복해 질거다. 크리스마스니까.
“현제야.”
“응?”
“메리메리 크리스마스. 내년에도 같이 보내자.”
“당연하다네. 평생 같이 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다네.”
모두가 행복해지길. 산타할아버지가 조금의 내 소원을 이루어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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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현제!! 너 미쳐서? 지금이서 다다애를 찾아?!”
성현제는 매우 상태가 좋지 않았다. 크리스마스. 그래. 지금인 크리스마스는 누구한테는 행복한 날이지만, 모두들한테는 최악의 크리스마스였다. 그는 인정했다. 처음에는 흥미였고, 그 다음은 장난감 같은 기분이였다고 변명도 못 할 정도였지만 그것은 사랑을 한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은채 어린아이처럼 굴었던 것이였다. 그것에 다다애는 결국 작별을 고했다. 헤어지자고 말하고서는 나가버린 다다애의 뒷모습을 보다가 정확히 10분뒤에 난리가 난것처럼 성현제는 다다애를 뒤따라 갔지만 보이지 않았다.
아니, 눈이 오는 날씨에 발자국은 이어져 있었지만 그 걸음을 따라갔다가 중간에 끊겨졌다. 그리고 때 마침 들려오는 주민들의 목소리. 갑작기 나타난 던전에 한 남성이 혼자서 들어갔다는 소리였다. 그것도 누군가를 따라가는 듯이 성현제와 닮은 시계를 찬 남성이 손이 보였다고 말이다.
성현제는 깨달았다. 다다애가 없는 세계에서 다다애가 아닌 자신이 못 산다는 것을 말이다.
“다애야..가지말게..”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흐느끼는 소리와 곧 오는 다다혁과 다다나는 성현제를 원망스러운 눈빛을 한채 소리를 내뱉었다. 성현제는 그저 듣기만 하다가 결국은 고개를 떨쳐서는 유일하게 자신 손바닥에 있는 반지를 꽉 쥐었다.
잡았더면 좋았을까? 좀 더 일찍 알았으면 크리스마스 때 행복한 크리스마스를 지낼 수 있었을까? 성현제는 생각을 멈추지 못한채 어느새 그 자리에 우뚝 서있는 채 다다애의 이름만을 계속 중얼거릴 뿐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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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애야.’
다애는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 걸음을 멈추었지만 곧 자신을 부르는 현제의 목소리에 아무것도 아니라면서 환하게 미소를 짓었다. 긴 머리를 휘날리면서 아주 조금은 옛 현제를 그리워하는 것인지 다애는 아주 작게 중얼거렸다.
“현제도 행복한 크리스마스를 보내길 바래.”
더욱더 깊은 속으로 다애는 둘이서 같이 걸어갔다. 눈이 오는 날. 눈이 쌓이지 않는 어깨와 아무 소리도 안나는 거리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