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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곧 크리스마스네..”

 

광장에 크게 세워져있는 크리스마스 트리를 보며 벌써 그런 시기인가- 하는 생각을 했다. 미국에 돌아오고 정신없이 보내느라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되었는지도 모른 상태로 지나가 버려서 올해는 외롭지만 혼자서 보내야겠네. 하는 생각을 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 * *

 

“크리스마스날 이쪽으로 오라니까. 이치로”

“그치만 대학교에서 할 일도 있고 그 전날까지 농구부 연습있다니까 형-“

 

같은 미국에서 지내지만 살고있는 주는 다르기 때문에 만나기 힘들어서일까 아니면 작년에 나 혼자 크리스마스를 보내게 한 것에 대한 미안함인걸까 벌써 몇일 째 끊임없이 계속 연락을 하는 카가미였다.

 

“혼자서도 괜찮아. 그날은 알렉스도 와준다고 그랬고, 깜짝 놀랄만한 크리스마스 선물을 가져다준다고 그랬어!”

“알렉스가 그런 말을 했다니까 뭔가 오히려 더 불안한데..”

 

잘 지내라는 말과 함께 전화를 끊자 기다렸다는 듯이 또 한번 전화가 울리고 핸드폰에 떠오르는 이름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서둘러서 전화를 받자 너무나도 보고싶고 그리운 목소리가 들린다.

“아오미네상..! 이제 집에 들어오셨어요?”

“어, 아 피곤해.. 오늘도 술 마시자고 하는거 겨우 떼어놓고 왔어”

“오늘도 고생많으셨어요.”

“그쪽은 지금 아침인가.”

“완전 새벽은 아니에요!”

 

진로를 위해 나는 미국으로, 아오미네상은 일본에 그대로 남아있게 되었지만 금방 이곳으로 온다고 약속했으니 각자의 위치에서 열심히 하기로 했다. 그래도 매일매일 일본 시간에 맞춰서 전화를 해주는 그를 보면 기쁜 마음에 웃음이 나왔다.

“그러고보니 크리스마스날 뭐할꺼냐, 이치로”

“음- 아직 못 정했어요! 형은 자기네쪽으로 오라고 했지만 크리스마스 전날까지 학교 농구팀 연습이 있어서 그거 때문에 아마 올해는 혼자 보낼거 같아요. 아! 그래도 알렉스가 올거라고 그래서 아마 외롭지는 않을 것 같아요!”

“그러냐”

“아오미네상은요?

“나도 뭐, 별 일정은 없어. 사츠키 녀석도 약속이 있다고 그랬으니까.”

 

작년까지는 크리스마스날이면 늘 그와 함께 했는데 막상 함께하지 못한다는 생각에 조금 기운이 없어졌다. 그런 자신의 목소리를 눈치 챈 것인지 자신에게 말을 건내는 목소리가 상냥하다고 느껴졌다.

“..새해때는 내가 그쪽으로 갈까”

“진짜요? 하지만 시간이 안되시거나 그러면 괜찮은데..!”

“어짜피 일본은 연휴잖아. 그정도야 뭐. 크리스마스날은 못 가겠지만”

“그럼 아오미네상 올 때 맞춰서 시간 비워둘게요!”

 

기쁜 듯 대답하자 수화기 너머로 기분 좋은 웃음소리가 들리더니 알겠다는 대답과 함께 전화를 끊었다. 비록 크리스마스는 함께 못 보내지만 새해는 같이 보낼 수도 있다는 생각에 자신도 모르게 콧노래 흘러나왔다.

* * *

 

크리스마스날 당일, 오후쯤 도착할거 같다던 알렉스에게서 저녁에 도착할거 같다는 얘기를 듣고 잠깐 장을 보러 나갔다. 깜짝 선물과 함께 꽤 많은 사람들을 데려갈 예정이니 잘부탁한다는 얘기와 함께. 이것저것 만들어 놓는게 좋겠지 싶어서 장을 보고 돌아다니던 도중 자수를 세길 수 있는 손목밴드가 눈에 띄어서 멈칫했다.

“그러고보니 저번에 아오미네상 쓰시던 손목 밴드가 오래되었다고 하셨는데..”

 

이름을 세겨놓으면 잃어버릴 일도 적을 테니 좋지않을까 싶은 마음에 가게에 들어가 사버렸다. 바로 건내줄 수 있으면 좋겠지만 새해 연휴에 오기로 했으니 그때 전해줘야겠다 라는 생각을 하며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 *

 

띵동- 띵동

규칙적으로 울리는 초인종 소리에 요리를 옮기다가 서둘러 밖으로 나갔다. 노란색 금발에 안경을 쓰고 늘 언제나 그랬듯 밝은 얼굴로 웃으며 인사해주는 그녀에게 자연스럽게 허그를 했다.

“알렉스! 오랜만이에요- 그동안 만나지 못했으니까 많이 아쉬웠어요.”

“이치로! 잘 지냈어? 미국으로 돌아와서는 바로 대학 생활을 했으니 무리도 아니야. 아 맞아 깜짝 게스트를 데려왔어.”

“깜짝 게스트요?”

 

뒤를 가리킨 알렉스의 모습을 눈으로 쫓아가자 미국에서 만나지 못한 사람들이 있었다. 쿠로코상 그리고 형에다가 히무로 형도 있고 무엇보다 자신이 가장 보고 싶었던 사람. 어느센가 몸이 먼저 움직였고 그대로 안겨버렸다.

“..위험하잖아 이치로, 그렇게 내가 보고싶었냐?”

“여, 연휴에 오신다고 하셨잖아요! 아오미네상..!”

 

자신을 내려다보며 아, 그거- 하고는 씩 웃으며 대답도 하지않고 있자 뒤에서 느껴지는 시선에 알렉스를 돌아보자 알렉스 역시 웃으며 대답했다.

“미국에서 혼자 힘내고 있던 이치로를 위한 깜짝 선물이지-“

“메리 크리스마스. 이치로”

 

자신은 어쩌면 정말 행복한 사람 아닐까? 이렇게 좋아하는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여준 것만으로도 너무 기뻐서 웃음이 멈추지 않았다.

“메리 크리스마스에요! 아오미네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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