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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널 판타지14 최근 패치까지의 스토리 스포가 있습니다. 열람에 주의해주세요!>

 

 

 

하나 둘 눈이 내리기 시작하면서 에오르제아에도 겨울이, 곧 별빛 축제의 기간이 온 것을 알렸다. 사막의 도시에도, 숲의 도시에도, 바다의 도시에도 어김없이 눈이 내렸다. 별빛 축제를 즐기는 것은 에오르제아에 사는 모든 사람들에게 주어지듯이 그건 빛의 전사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어라, 그녀는 어디갔죠?”

“아아, 영웅이라면 잠시 원초세계로 돌아갔네. 만나기로 한 사람이 있는 모양이야.”

“..그러고보니, 원초세계는 슬슬 별빛 축제의 시간이겠군요.”

“그럼 분명 그곳에서 시간을 보내겠네요.”

“..예.. 그러겠죠.”

 

성견의 방에서 조용히 차를 마시던 위리앙제와 야슈톨라는 수정공의 말을 듣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매번 특별한 날이 되면 그들의 영웅이 꼬박꼬박 챙겨가는 곳을 알았다. 자신들은 그녀의 동료였지만 그녀의 힘듦을 같이 나눠 짊어지지는 못했다. 그런 그녀가 거의 유일하게 마음의 안식처라고 느꼈던 존재가 있었고, 그리고 그 존재가 있는 곳으로 간다는 것을 더 잘 알았다.

“이번에도 화려하면서도 외로운 별빛축제가 되겠네요.”

야슈톨라는 차를 한 모금 마시며 중얼거렸다.

 

* * *

오랜만에 돌아온 원초세계는 여전히 그리운 향기가 났고, 그리운 사람들의 얼굴이 가득했다. 별빛 축제로 한창 바쁜 그리나디아에 잠깐 들리자 작년에 도와줬던 실행위원이 말을 걸어 그대로 또 새로운 추억을 만들었다. 분명 너도 즐겁게 보내고 있을거야. 그렇지? 하는 생각을 하며 수많은 사람들의 모습을 봤다. 웃으며 부모님과 손잡고 걸어가는 아이들,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손을 잡고 얘기하는 사람들. 올해도 무사히 그들의 미소를 지킬 수 있었다는 생각에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꼈지만 그와 동시에 떠나온 고향이 생각났다.

 

푸른 대초원에 맑은 하늘. 양들이 움직이고 새들이 우는 소리에 눈을 떴던 아짐 대초원의 풍경이 머릿속으로 그려진다. 가족들은 지금쯤 무엇을 하고 있을까. 평소처럼 사냥을 하고 시장을 갔다 오고 평범한 일상들을 보내겠지. 하지만 오늘은 다른 곳에 볼 일이 있었기에 발걸음을 옮겼다. 북쪽에 있어서 평소에도 눈이 가득한 곳. 차디찬 곳이지만 점차 활력이 돌고있는 성도 이슈가르드를 향해서 빠르게 움직였다.

“앗, 당신은.. 오늘도 와주셨군요?”

“..오랜만이에요. 프란셀경”

“가끔 꽃이 놓여져 있다고 생각했는데 당신이었군요.”

“..그리 자주 찾아오지는 못하지만요”

“오늘 별빛축제는 즐겁게 보내셨나요?”

“네, 그리고 그에게도 즐거움을 전해주러 왔어요.”

 

그가 있는 곳에 도착하자 익숙한 뒷모습이 보였고, 역시나 그의 친구였던 프란셀경이었다. 가끔 그를 만나러 오면 마주치기 때문에 어쩌면 처음 만났을 때에 비하면 더 친해졌을 수도 있다.

“그럼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좋은 별빛축제 보내세요.”

“프란셀경도 좋은 별빛축제 보내세요.”

 

지나쳐가는 그를 바라보다가 시선을 옮겨 네가 있는 곳의 옆에 앉았다. 매번 올때마다 생각하지만 네가 있는 곳은 성도의 모습을 한 눈에 볼 수 있어서 나 자신도 마음에 들어하는 장소였다. 가져온 꽃을 조용히 내려놓으며 너의 비석에 살며시 기대어 앉았다.

“오랜만이야. 오르슈팡. 얼마만이지.. 제1세계는 이곳과는 시간이 다르니까 얼마만에 이곳에 온건지 기억이 잘 안나네. 하지만 그래도 이번에는 제대로 별빛축제에 맞춰서 올 수 있어서 다행이야. 조만간 아니 어쩌면 의외로 금방일 수도 있겠지만 제1세계에서 있는 일들을 끝낼 수 있을꺼 같아. 아직 잘 모르지만 수정공이랑 위리앙제 그리고 야슈톨라가 힘내주고 있으니까 그렇지않을까 하고 생각해.”

차가운 바람을 맞으면서 얘기를 하고 있었지만 어쩐지 네가 바로 옆에 있어주는 듯한 느낌에 오히려 추위 보다는 따뜻함이 더 컸다. 못다한 모험 얘기를 하며 멍하니 성도를 바라보고 있자 날이 어두워지고 성도에도 불이 밝혀지기 시작했다.

“보여? 오르슈팡? 네가 지키고자 했던 성도는 그리고 에오르제아는 오늘도 무사히 별빛축제를 맞이했어. 그리고 나도 나름 한가롭게 보낸다고 생각하고 있어. 아, 맞아. 제1세계에서는 별빛축제를 크리스마스라고 부른다고 하더라. 특이하지? 너도 함께 보낼 수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작게 중얼거리며 너의 비석에 기대고 날이 어두워지는 것을 가만히 지켜보다가 잠시 눈을 감았다.

* * *

“맹우여, 왜 이런 곳에서 자고 있는거지? 감기 걸릴거라네!”

“…..오르슈팡?”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눈을 살며시 뜨자 눈앞에는 푸른색과 은빛이 조화롭게 섞인 머리카락을 가진 너의 모습이 있었고 단번에 이건 꿈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넌 꿈에서 나타나도 늘 내 걱정을 우선시 해주는구나.

“..잠깐 잠이 들었나봐. 오르슈팡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알아?”

“음..! 그건 아주 좋은 별빛축제날이지! 평소와는 다른 의미로 가슴과 몸이 뜨거워지는 기분이야!”

“그치, 그렇지.”

“그러니 어서 동료들에게 돌아가야지. 맹우여.”

“..응, 그러네.”

“영웅에게는 웃는 얼굴이 어울려! 난, 늘 널 믿고있어. 헬리스”

 

작게 속삭이는 다정한 그 목소리를 끝으로 눈을 뜨자 어느새 주변에는 컴컴한 어둠이 내려앉았고, 내려다보이는 성도는 그와 반대되게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잠깐 졸았지만 아무래도 추운 곳에서 잠에 든 것이 문제였을까, 오늘은 서둘러서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너의 비석에 머리를 기대며 중얼거렸다.

“나도 널, 믿고있어. 오르슈팡. 메리 크리스마스. 다음번에 다시 이곳에 올 때는 좋은 소식을 들고올게. 너의 맹우이자 영웅으로서 말이야”

그러니 부디, 춥고 조금은 외롭다고 느껴지더라도 기다려줘. 또다시 웃는 얼굴로 너에게로 찾아올테니까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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