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휴이쨩! 얼른 오라구! 안 오면 소녀 먼저 가버린다!”
“그러다가 넘어져서 울지마.”
넉살 좋게 얘기하며 마치 연하를 보는 것 마냥 말하는 휴이의 반응에 약간은 괘씸함을 느낀 아이카가, 곧이어 휴이의 손을 붙잡고는 눈바닥으로 덮힌 공원의 거리를 뛰어다녔다. 휴이가 연신 이끌리며 천천히 걸으라고 말을 놓았다. 그럼에도 아이카는 어차피 눈바닥이라 넘어져도 아프지 않을거라며 쉬이 말을 듣지는 않았다.
“애초에 말이야, 휴이쨩 눈빛이 소녀를 어린애처럼 보는 것 같았다구! 소녀, 휴이쨩보다 연상이니까 말이야? 말은 안 하지만 소녀가 어른스러운 게 당연하잖아?”
“아아, 그렇지. 연상이었던 것도 같고~ 워낙 하는 행동이 어린애같아서 자꾸 까먹는단 말이야.”
“하아?”
아이카가 다소 불만스럽다는 눈치를 보이며, 멋대로 풀썩, 눈바닥에 주저앉아 그 상태로 휴이를 끌어당겼다. 방심하고 있던 찰나였기에 그 상태로 이끌려 아이카의 옆으로 풀썩, 주저앉은 휴이가 아이카를 노려보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뭐가 그리도 즐거운지 한바탕 웃음소리를 흘려보내며 눈을 한움큼 쥐어, 휴이의 머리위로 흩날리듯 뿌리기도 해보았다. 뭐하는거냐며 휴이는 제 머리카락 털어내었고 장난스럽게 웃으며 키득키득거리는 아이카는 어린애같이 들떴다. 이내 휴이가 노려보았던 눈길을 거두고는, 눈바닥 위에 앉은 아이카가 조금이나마 걱정은 되는지 슬 먼저 일어나려고 했다. 먼저 일어나서 손이라도 내밀려고 했던것인지, 아이카는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다시금 휴이의 손을 잡아 앉혔다.
“어디가려구.”
“너 추워보이니까, 일어서서 손이라도 내밀어주려고 했지.”
“안추워!”
“너 스스로 자각은 하고 있는지 모르겠는데, 반바지야. 너 져지 안에도 민소매고. 크롭이 아니니까 망정이지 지금도 무척 추운 옷이거든? 일어서자.”
“감기야 걸려도 되는거구! 더 앉아있자!”
“하아...”
결국 아이카의 고집을 꺾지 못해, 휴이는 일어서지 않기로 했지만, 아이카가 걱정되는 건 다를 바 없었기에 조용히 뒤에서 껴안아 주었다. 이러면 되는구만 뭘! 이라며, 아이카는 태평하게 웃어보이기도 하였다. 마냥 고집을 부리는 아이카가 괘씸하기는 했는지, 휴이는 아이카의 이마에 약하게 딱밤을 때리기도 했고, 아이카는 아프다며 제 이마를 만지작거렸으나 그래도 행복하다는 듯 웃음이 떠나가지를 않았다. 평소보다 조금 더 휴이에게 붙어 애교를 부리기도 하였고, 껴안거나 입을 맞추거나, 얼굴을 부비기도 하였고 사랑한다는 말을 몇 십번은 속삭였던 것 같기도 하다. 휴이야 원래 겉으로 티를 잘 내는 성격도 아니었던지라, 아이카의 말에 몇차례 반응해주고, 몇 번 입을 맞춰주면서 반응하는 느낌이라도 주려는 듯 노력하는 정도였다. 어쩌다가 시선이 마주치면, 휴이가 먼저 입을 맞춰주는 것으로 아이카는 만족하였지만 말이다. 손깍지를 껴서 꼬옥 붙어있노라면, 온기가 닿아서 따뜻하게 느껴지기도 하였다.
“슬슬 일어나자. 너 진짜 감기 걸린다? 집에 가서 더 붙어있든 해도 될테니까.”
“힝, 네에.”
그래도 몇 분 더 붙어있던 것이 좋았는지 아까와 달리 순순히 휴이의 말을 따르는 아이카였다. 그제서야 만족한 듯 엷은 미소를 입가에 걸치며 휴이가 먼저 일어나 아이카에게 손을 내밀었다. 확 잡아서 다시금 앉혀볼까 싶은 아이카였지만 이번엔 정말 화라도 내겠지 싶어 그냥 잡고 일어나주었다. 눈 묻은 하의를 털어내며 종종걸음으로 휴이의 곁에서 보폭을 맞추어 걸었다. 이제 진짜 크리스마스구나, 오늘 지나면 조금 아쉽겠다 하며 히히덕거리기도 하였고. 두 사람에게 있어서는 단 둘이 처음 맞이하는 크리스마스였으니까.
“내년 크리스마스도 같이 보낼 수 있으면 좋을텐데.”
“네가 싫어도 그렇게 될거야.”
“소녀가 싫어할 게 뭐가 있다구.”
가만히 내뱉는 한마디 한마디에 온기가 가득한, 메리 크리스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