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즐거운 웃음소리와 함께 거리에는 크리스마스라며 신나 하는 포켓몬들이 널려 있었다. 주변 상점가는 크리스마스용 장식구들로 예쁘게 꾸며져 있었고, 크리스마스 캐럴을 부르며 돌아다니는 어린아이들도 보였다. 소복하게 쌓인 깨끗하고 예쁜 눈바닥하며, 차갑게나마 하늘에서 쏟아지는 눈조각들까지. 뭐 하나 빠지는 것 없이 완벽한 날이었다. 마히루는 반짝이는 눈망울로 주위를 돌아보고, 시게루는 그런 마히루가 그저 어린아이처럼 느껴져 웃으며 느릿한 발걸음으로 따라가주었다. 마히루의 파트너인 루카리오 또한 행복해하며 웃음보를 터뜨리는 제 주인 따라 기분이 좋았던 날이다. 부모님이 안 계신 날이었기에, 마히루는 시게루가 바쁘지 않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제 집에 초대하게 되었고, 당일인 크리스마스에 함께 데이트라도 하며 케이크라던가, 여러 물건들을 사기 위해 상점가로 나온 것이었다. 사실은 반쯤 나들이에 가까웠지만 뭐 어떨까. 마히루는 적어도 지금,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었다. 제 파트너도 자신을 따라다니며 즐기고 있었고, 사랑하는 사람과 간만에 외출로 즐거운데.
“시게루 군! 빨리 안 따라오면, 마히루 먼저 가버린다!”
“잘 가고 있으니까 걱정말고, 천천히 걸어~ 그러다가 넘어진다?”
“어린애가 아니니까, 넘어지지 않는다구!”
괜히 뾰로퉁해진 눈치로 마히루는 여전히 눈바닥을 신나게 밟았다. 제 발자국 남는 게 어찌나 재밌는지 제 파트너 루카리오 손 잡아다가 같이 거닐며 연신 제 연인과 파트너 이름을 부르기 일쑤더라. 시게루는 물론 자신이 연인인 것에 대하여 크나 큰 안심을 하고 있었으나, 마히루가 제 파트너 이름을 부르는 횟수가 잦은 것은 썩 달가운 사실이 될 수 없었다. 연신 걷는 속도를 느릿하게 유지중이던 시게루가 한달음에 거리를 좁혀 마히루의 손을 잡아 앞섰다. 마히루는 그제서야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고는 시게루의 팔을 끌어다 안으며 붙어다녔다. 그래도 제 여친이라고 시게루는 그런 마히루의 모습에 작게 웃음소리를 터뜨리며 머리를 다정하게 쓰다듬기도 하였다. 착하다, 착하다. 작게 읊조리면서.
“아까까지는 되게 천천히 걸었으면서~?”
“나까지 빨리 걸으면 네가 진짜 넘어질 듯 뛸 것 같으니까 그렇지, 마~히루 양은 워낙 덤벙대니까 말이야.”
“마히루는 덤벙댄 적 없거드은!”
어린아이 장난처럼 티격태격하며 시끌벅적한 소년소녀의 목소리가 끊이지를 않았다. 물론 티격태격, 여느 친구처럼 말씨름을 늘어놓는 것도 잠시, 결국에는 사랑해, 사랑해. 달달한 말들을 주고받으며 실실 웃는 모습이 비추어졌다. 곧이어 마히루의 눈에 띈 것이 있었다. 마히루는 시게루의 손을 붙잡은 채 이끌며 가보자고 보채었다.
“시게루 군, 저거저거!”
“마히루 양~ 진정하고. 내가 안 갈거라고는 안 했잖아?”
일정한 보폭과 속도를 유지하며 마히루를 달래고는 마히루가 가리킨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약간 톤낮은 보랏빛의 꽤나 긴 목도리였다. 한 사람이 전부 두르기에는 답답해보이는, 긴 목도리. 시게루는 눈을 깜빡이다가 마히루를 내려다보며 물었다.
“이거? 갖고싶다고?”
“응응!”
“마~히루 양이 하기에는 꽤 길지 않아? 목 얇잖아, 체구도 작으면서.”
“마히루 키 작다고 은근슬쩍 돌려까는거지!? 흥, 혼자 쓸 요량이었으면 안 산다구. 나, 그렇게 비효율적인 사람도 아닌걸? 아까 시게루 군 선물도 샀으니까, 이거 사주기!”
“안 사줄 생각은 아니었지만~ 그럴까.”
차분히 골라 계산을 끝낸 뒤에야 톤 낮은 보라색의 긴 목도리를 받은 마히루의 표정이 환해졌다. 조금은 뿌듯함이라도 느낀건지, 시게루가 엷은 미소를 지었다. 이후 마히루는 적당한 길이의 파란색 목도리까지 스스로 계산하여, 루카리오에게 둘러주었다. 아까 산 보라색 목도리는 길게 펴더니, 이내 제 목에 일부 감아, 나머지 부분은 시게루의 목에 둘렀다. 시게루가 아차, 하고는 이러려고 산거였냐며 마히루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뭐~야, 이러려고 긴걸 샀던거야?”
“예~전에 책에서 봤는걸! 연인끼리 커플목도리! 되게 낭만적이지 않아? 마히루 말이야, 이런거 안 까먹으니까! 시게루 군이랑 해보고 싶었어!”
“귀엽기는. 선물을 두 개나 받아버린 셈이네~”
시게루가 내뱉은 말에 마히루는 마냥 기쁜 듯이 배시시, 얼굴에 웃음기를 걸어놓았다. 따뜻한 온기로 몸을 데우며, 두 손 맞잡고는 새하얀 눈바닥이 깔린 거리를 거닐었다. 오늘은 바빴던 만큼, 천천히 이 시간을 즐길 수 있다면 좋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