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전의 복도를 바쁘게 뛰어가는 발걸음이 깃털처럼 가볍다.
제이드는 품 안의 고급 과자가 혹여나 부서지지 않을까 싶어, 두 팔에 너무 힘을 주지 않게 신경 써야 했다.
“메로스여! 전에 말한 그거….”
기대에 부푼 제이드가 도착한 곳은 메로스의 집무실이었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집무실에서 그를 반기는 건 방의 주인이 아니라 엉뚱한 사람이었다.
“쉿.”
“아….”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준 건 잠든 메로스 옆에 우두커니 서 있는 카이사르였다.
목소리를 확 죽인 제이드는 어쩔 줄 몰라 하며 주변을 살피다가, 발끝을 세워 두 사람에게 다가갔다.
“자는 것이냐?”
“보시다시피 그렇지?”
메로스는 누가 온 것도 모르고 푹 잠들어 있었다. 이렇게나 푹 자는 모습은 정말로 오랜만이라, 제이드는 무슨 신기한 현상이라도 보듯 메로스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많이 피곤했던 모양이구나.”
“그러게요. 이 녀석, 잘 안자니까 걱정이라니까요.”
카이사르는 넉살 좋게 웃으며 메로스를 검지로 가리켰다.
메로스가 새벽에 잠깐 눈을 붙일 뿐, 오래 자는 사람이 아니라는 건 가디언의 대부분이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때때로 이렇게 낮잠을 자 모자란 잠을 보충할 때도 있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가끔 있는 이벤트일 뿐. 평소의 그는 언제나 피곤해 보여 주변의 걱정을 샀지.
“자는 모습은 천사 같은데….”
그렇게 중얼거리는 카이사르가 희미하게 웃어 보였다.
제이드는 그 발언이 이해가 안 간다는 듯, 고개를 기울였다.
“메로스는 원래도 천사이지 않으냐?”
“…네? 이 녀석이요?”
메로스가 천사라니. 카이사르는 동의할 수 없다는 듯 두 눈을 크게 떴다.
아니, 사실 이건 카이사르만 그런 게 아닐 테다. 분명 대부분은 메로스라면 천사보다는 악마를 더 떠올릴 테지. 그건 그의 인성이 나쁘다던가, 사악해서 그런 게 아니었다. 메로스는 거침없었고, 악인에겐 자비도 없었으며 명쾌할 정도로 폭력적이기까지 했다.
그런 메로스가 천사라니. 혹시 죄인을 고문하는 징벌의 천사 같은 거라면 어울릴지 모르지만, 제이드가 말하는 천사는 그런 게 아닐 테다.
“대체 얼마나 잘해주는 건지.”
카이사르는 씁쓸하게 웃었다. 메로스가 제이드에게 약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천사 소리가 나올 정도로 잘해주고 있을 줄이야.
제이드는 허탈해하는 카이사르를 보더니 더더욱 이해가 안 간다는 듯 물었다.
“그대는 메로스가 무서운가?”
“무섭다기보단, 가끔 놀랍다고 할까….”
“놀라워?”
“어떨 땐 한없이 다정해 보이다가도, 어떨 땐 화 난 황소 같고. 뭘 생각하는지 모르겠고, 그런 점이?”
어찌 보면 횡설수설한 설명 같지만, 제이드는 그걸 모두 알아들었다. 제이드의 앞에선 웬만하면 조용한 메로스지만, 메로스의 평소 성격이 어떠한지는 잘 알고 있었으니까.
“알 것 같기도 하고….”
“뭐, 공감하기 힘들지도 모르지만요. 당신한테는 잘해주니까.”
아닌데. 나도, 메로스에 대해서는 제대로 알고 있는데.
카이사르에 말에 그리 반박하려던 제이드는, 문득 불평으로 가득찬 카이사르의 얼굴을 보고 입을 다물었다.
왜인지 모르겠는데, 대꾸를 하면 안 될 거 같다.
날카로운 공기를 직감적으로 읽어낸 제이드는 조용히 메로스 옆에 과자를 내려놓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