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나기! 이리 와봐!”
뭐야. 또 무슨 사고가 터진 거지.
어렵사리 주워온 신문을 읽던 중인 나를 찾아온 건, 다급해 보이는 표정의 크로우였다.
“뭐야 무슨 일이야?”
“유세이랑 키류가….”
“안 보여? 걱정하지 마, 둘이 또 어디 듀얼이라도 하러….”
“아니 둘이 싸운다고!”
아니 이게 무슨 소리야. 내가 뭘 잘못 들었나.
다른 사람도 아니고, 유세이랑 쿄스케가 싸웠다고? 팀 내에서 제일 죽이 잘 맞는 거 같은 그 두 사람이?
아무리 생각해도 왜 싸웠나 상상도 가지 않는 조합에, 나는 바보같이 몇 번이고 되물었다.
“둘이?”
“어.”
“그러니까, 내 동생 유세이랑 키류 쿄스케가?”
“그래!”
이렇게나 집요하게 물어도 농담이라는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오히려 크로우는 뭘 계속 묻냐는 듯, 짜증 섞인 목소리로 답할 뿐이었다.
그래. 짜증 나게 구는 건 미안한데, 솔직히 안 믿기는 걸 어쩌냐고.
내가 생각해도 좀 지겹게 굴긴 하지만, 나는 혹시 몰라 마지막 가능성을 물었다.
“둘이 노는 걸 잘못 본 거 아냐?”
“내가 바보야? 그것도 구분 못 하게?”
“하긴, 네가 별거 아닌 걸로 날 부를 리는 없지만.”
당사자가 말하긴 했지만, 크로우는 바보가 아니다. 게다가 나나 유세이와도 형제처럼 자라온 사이니까, 유세이가 소란을 피울 때 그게 정말 싸우는 건지 장난치는 건지는 금방 알 수 있으리라.
‘대체 무슨 일이지?’
유세이는 싸움을 좋아하지 않는다. 걸어오는 싸움을 피하지는 않지만, 일부러 시비를 걸거나 할 성격도 아니었다. 그런 유세이가, 그렇게나 잘 따르는 쿄스케랑 싸웠다고?
이상하다고 느껴지는 건 쿄스케 쪽도 마찬가지였다. 잭이나 크로우와는 가끔 투닥거려도, 유세이랑 마찰이 생기는 일은 거의 없었는데. 무슨 일일까?
“내가 말려주길 바라니까 온 거겠지?”
“당연하지.”
“좋아, 기다려.”
자세한 사정은 모르겠다만, 일단 이 상황을 끝내긴 해야겠다. 내가 아끼는 두 사람이 싸우는 건 싫고, 왜 싸우는지도 궁금하니까.
크로우를 따라 싸움 장소로 간 나는, 뒤엉켜서 바닥을 구르는 인영을 보고 한탄했다.
“헐.”
레슬링이 아니다. 어쩌다가 넘어져서 같이 구르고 있는 것도 아니다.
누가 봐도 저건 싸우는 모양새였다. 부정할 수 없는, 완벽한 대립의 현장.
‘진짜 싸우고 있네? 뭐지?’
주먹질하거나 살벌한 듀얼을 하는 건 아니라 다행이긴 하다만, 대체 뭐가 문제라서 저러고 있는 걸까.
나는 양쪽 팔의 소매를 걷어붙이고 둘을 떼어 놓으러 갔다.
“야, 그만해! 그만!”
그리 큰 소리를 낸 것도 아닌데, 유세이와 쿄스케는 움직임을 뚝 멈추었다.
“누, 누나.”
“미나기?”
나와 눈이 마주친 두 사람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이런 비유를 해도 될지 모르겠는데, 꼭 새벽에 과자를 꺼내 먹으러 왔다가 부모에게 걸린 아이 같은 표정이라고 할까.
유세이야 그렇다 쳐도, 쿄스케가 나에게 혼나는 걸 무서워할 녀석이 아닌데. 뭔가 이상하다.
“너희가 싸우다니. 대체 무슨 일이야?”
“아니, 그게….”
어색하게 변명하려는 두 사람 사이에, 작은 종잇조각이 팔랑팔랑 떨어졌다.
저게 뭔가 힌트가 되어줄 게 분명하다. 듀얼리스트의 감으로 그렇게 판단한 나는 내 앞으로 날아온 종이를 낚아챘다.
“이건….”
종잇조각의 정체는 낡은 사진이었다. 대체 언제 찍은 건진 기억이 나지 않지만, 어릴 적 나와 유세이가 찍힌 걸 보아 마사가 찍어준 거겠지.
얼빠진 표정으로 사진을 살피고 있자니, 유세이가 뒤늦게 답했다.
“키류가 그걸 뺏으려고 했다.”
“빼앗다니? 말이 심하네, 유세이! 미래의 매형에게 잠깐 빌려달라는 것뿐이잖아?”
“빌리겠다는 말, 없지 않았나?”
그러니까, 지금 이 사진 하나 때문에 이 난리를 부리며 싸웠다는 건가.
황당함에 할 말을 잃은 나는, 크게 심호흡하고 활짝 웃었다.
“둘 다 나한테 한 대씩만 맞자.”
“뭐? 아니, 왜?”
“누나. 일단 진정을….”
“어허, 문답 무용!”
차라리 심각한 문제로 싸웠으면 몇 마디 말하고 말려고 했지만, 시답잖은 걸로 대형사고라도 난 듯 싸웠으니 나도 대형사고를 진압하듯 해줘야지. 그래야 다음부터는 시답잖은 문제는 시답잖게 싸우고 말 거 아닌가.
나는 조용히 읽다 만 신문을 말아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