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슬은 제 앞에 쌓인 돌무더기를 보고 소리 없이 감탄했다.
램펄드와 메타그로스가 열심히 땅을 파고, 쌓여있는 흙과 바위 사이에 쪼그려 앉은 두 남자는 열심히 무언가를 찾고 있다.
마치 아이처럼 순수하게 신이 나서 조잘조잘 떠드는 그들은, 윤슬이 잘 아는 얼굴들이었다.
말을 거는 게 좋을까. 아니면 그냥 지나가는 게 좋을까.
너무 진지하게 작업 중인 것 같아서 끼어들기가 곤란하다. 괜히 자신 때문에 흥이 깨지면 미안하지 않나.
이 동굴에 온 건 다른 목적이 있어서니까 그냥 지나가자. 그리 결심한 윤슬이 슬그머니 자리를 비키려 할 때, 두 남자 중 한 사람이 기척을 눈치채고 일어났다.
“응? 윤슬! 여기엔 무슨 일이야?”
반가운 얼굴로 인사한 건 강석이었다.
얼굴에 묻은 흙먼지를 손등으로 훔친 그는 윤슬이 일부러 자신들에게 아는 척을 하지 않았다는 걸 눈치채지 못한 듯하였다.
“응? 윤슬?”
강석의 활기찬 인사에, 열심히 돌을 구분하고 있던 성호도 고개를 들었다.
비록 한발 늦게 윤슬의 존재를 눈치채긴 했지만, 반가운 마음은 강석 못지않았던 성호는 벌떡 일어나 환한 미소를 보여주었다.
“안녕하세요.”
두 사람에게 방해가 될까 봐 그냥 지나가려고 한 거지, 딱히 그들이 싫은 건 아니다. 오히려 친근함을 느끼면 느꼈지, 거부감을 느낄 리 없었으니 일부러 아는 척해오는 걸 무시할 이유가 없었다.
윤슬이 언제나처럼 무덤덤하지만 따스하게 인사하자, 강석이 친근하게 물어왔다.
“집중하느라 못 알아볼 뻔했네! 여기엔 무슨 일이야?”
“진화석이 필요해서 찾으러 왔어요.”
“정말?”
대답을 들은 강석은 뭐가 그렇게 신나는지 두 눈을 반짝 빛냈다.
물론 신난 건 강석만이 아니었다. 성호 또한 대단히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었다는 듯 의미심장하게 웃더니, 돌무더기를 힐끔 바라보았다.
“그거라면 우리가 도와줄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렇지, 강석?”
“음! 맡겨만 줘, 윤슬!”
“예? 어어, 저기….”
윤슬이 뭐라고 하기도 전, 두 남자는 자신들의 포켓몬을 이끌고 동굴 안쪽으로 향했다.
정황을 보아하니 자신 대신 진화석을 찾아주려고 저러는 모양이었지만, 그건 제가 원하는 일이 아니었다. 자신의 일은 자신이 해결하고 싶은데. 저렇게 가버리면….
‘…너무 신나 보이는데.’
문제는 단호하게 뜯어말리기엔 두 사람이 너무 신나 보인다는 거였다.
하긴, 돌을 캐는 일이라면 둘 다 즐거워 어쩔 줄 몰라 하니 자진해서 돕겠다 나선 거겠지. 그렇게 생각하면, 제가 해야 할 일은 말리는 게 아니라 돕는 것일지 모른다.
‘밥이라도 대접해 드리자.’
돌을 캐고 난 후 같이 저녁이나 함께하면 딱 좋으리라. 많은 트레이너와 승부해서 돈은 넉넉히 있는 윤슬은 지갑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두 사람을 따라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