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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주와 언럭키는 동료며 듄과 드림주는 친구라는 설정입니다.

 

 

 

묶었던 머리카락은 어느새 풀려 눈앞을 가리고 있었다. 거슬려 치우고 싶었지만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바로 위에서 들리는 목소리가 들려오면서 몸이 자연스레 위로 올라왔다. 상체가 일으켜지고 상대가 머리카락을 치워준다. 그러니 상대의 얼굴이 바로 드러난다. 학창 시절의 친구가 보이자 반가운 마음에 이름을 불렀지만 그러자마자 몸속에서부터 올라오는 구역질에 소리를 내며 무언가를 뱉어냈다. 놀란 친구가 말하지 말라고 한다. 몸을 움직이려 힘을 썼지만 겨우 손만 움직였다. 그러자 손바로 옆에 무언가가 사람이라는 걸 인지하기까지 얼마 걸리지 않았다.

 

 

 

“…아?”

“아… 진짜 누구야.”

“미, 미안…….”

 

축 처진 목소리에 바로 고개를 들었다. 불행해질까 봐 만지지도 못하고 근처에서 왔다 갔다하며 쳐다만 보는 얼굴에 숨을 짧게 내쉰다. 일을 마치고 잠깐 벤치에 앉아서 쉰다는 게 그만 잠이들었나 보다. 두 팔을 위로 올려 기지개를 켜다 다친 곳이 욱신거려 몸을 잠깐 움찔인다. 걱정하는 목소리에 눈동자를 굴려 그를 빤히 쳐다본다. 엉망으로 긴 머리카락 위로 쳐진 귀는 그가 혼혈임을 보여준다. 물론 제 얼굴 앞에 있는 파란 나뭇잎 가면 역시 본인이 혼혈임을 나타내는 증거였지만……. 가만히 쳐다보고만 있자 당황해하는 얼굴을 보다 씩 웃었다. 그 뒤로 저를 빤히 쳐다보는 한 사람이 더 보인다. 조금 전 꿈에서 나왔던 제 친구였다.

 

“아니에요. 언럭키선배. 듄도 있었네.”

“스푼으로 가려던 참이었는데 같이 갈래요?”

“나 이 꼬락서니로 가도 되려나.”

“피… 정도는 지우고 가야 하지 아, 않을까?”

“귀찮아요. 선배 겉옷 빌려주세요.”

 

우물쭈물하던 언럭키를 보고는 다시 한번 더 같은 말을 반복하자 결국 언럭키는 겉옷을 벗는다. 당연하게 뺏어 입고 선 잔소리를 하는 듄을 따라 걷기 시작하려 했지만 몇 발짝 걷다가 가만히 있는 그를 보며 뒤에서 따라오던 언럭키가 행동을 멈춘다. 한참 먼저 앞으로 가다 평소라면 반박하던 목소리가 들려야 하는데 아무런 대답이 없자 듄은 뒤를 돌아보았다. 가만히 바닥만 보고 서있는 그가, 그 주변에서 손이 닿지 않게 하지만 그의 안색을 살피는 언럭키의 행동에 무슨 일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곤 빠르게 되돌아간다.

 

“무슨 일 있었나요?”

“응. 옆구리를 칼에 찔렸거든.”

 

아무렇지도 않은 대답에 아 그렇구나. 하면서 넘어가려던 듄은 뒤늦게 상황 파악을 한다. 이어 말하려던 그가 언럭키의 불행 탓인지 갑자기 사례가 들려 기침을 심하게 하면서 뒤로 몇 발짝 물러난다. 그러다 어째서인지 있는 바나나 껍질을 밟고 그대로 몸이 뒤로 넘어간다. 아. 큰일이다. 그런 와중에도 놀란 언럭키를 보며 그는 괜찮다고 답했다. 그리고 불을 끈 듯 눈앞이 깜깜해진다.

 

 

 

본인이 더 심각하게 다쳐 휠체어를 타고 왔으면서도 뭐가 그리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는 모습에 사과하지 말라고 답했다. 주변의 불행을 자신에게로 가지고 오는 특기였던가 여하튼 그런 특기가 어디 있어. 짜증이 났다. 본인의 몸은 생각도 안 하고 남부터 걱정을 한다는 게. 자신은 히어로부터 경찰이 되어서 까지 본인이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을 했을 뿐이었다. 일을 하다 보면 다칠 수도 있는 거고. 친구가 옆에서 한마디 했지만 잔소리 같아 듣기 싫어 짜증을 내며 누웠다. 여전히 저를 걱정하는 눈빛은 점점 시간이 흐를수록 사람의 마음을 움직였다. 길게 숨을 내쉬며 손을 뻗어 그의 손을 잡았다.

 

 

살짝 어깨가 들썩였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고마워요.”

“으, 응?”

“아니, 칼에 찔렸으면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아야죠! 하… 급소를 빗겨나서 다행이었지 큰일 날뻔했다네요.”

 

상황 파악을 못하고 있으니 듄이 설명을 했다. 바나나 껍질을 밟고 가벼운 뇌진탕으로 기절을 해버리는 바람에 병원으로 가려 했지만 언럭키와 함께 병원을 갈 수도 없었고 그렇다고 혼자 두기도 그랬기에 어쩔 수 없이 스푼에서 치료를 했다는 거다. 그 말에 어이가 없었지만 불행이 가벼운 뇌진탕으로 끝나서 다행이란 생각도 들었다. 자신이 잡고 있는 손이 빠지려 하자 그는 더 힘을 주어잡았다.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없네 이 사람은. 그때, 과거처럼 저를 보며 미안해하는 얼굴이었다. 이번엔 어쩌면 언럭키도 한몫을 한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기적인 놈들 때문에 그동안 언럭키가 당해온 일들을 떠올리면 그런 말은 함부로 내뱉을수가 없었다. 이악물고 참던 그의 입에선 이빨끼리 마찰하며 나는 소리가 들린다. 듄은 숨을 짧게 내쉬면서 의자를 챙겨와 언럭키의 옆에 앉는다. 이렇게 보니 이 두 사람몸만 컸지 달라진건 없었다. 물론 본인도 마찬가지지만.

 

“선배 탓이 아니에요.”

“맞아요.”

“그, 그렇지만 나 때문에…….”

 

고개를 푹 숙이며 들지도 못하는 언럭키를 보다 듄과 서로 눈이 마주친다. 듄의 입에서 나온 말을 믿을 수가 없었다. 인간이 아닌 짓을 하면서 본인은 살겠다고 하는 게 역겨울 정도로. 주먹에 힘이 들어가자 손이 아니 몸이 크게 들썩인다. 손에 힘을 풀어 다른 손을 가져와 잡는다. 불안한 얼굴의 듄은 손을 빤히 쳐다보다 언럭키가 고개를 들자 모르는 척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린다. 제 동료도 걱정되지만 투닥거리긴 해도 오랜 시간을 함께했던 제 친구 역시 신경이 쓰이지 않을 리가 없었다.

 

“늘 말하잖아요. 제가 덤벙거려서 그렇다고.”

 

그의 대답에 언럭키는 더는 대답을 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걸 보고는 만족한 얼굴을 한다. 그런 두 사람을 듄은 말없이 쳐다보았다. 자신은 같은 팀이고 오랫동안 함께 일한 동료니까 그렇다고 치지만 그는 같은 팀도 그렇다고 오래 함께 일한 것도 아니었다. 일 때문에 몇 번 정도였지. 그런데도 일주일에 한두 번씩은 제 상사인 언럭키의 집을 찾아가거나 심지어 그 집에서 자고 갈 때도 있었다. 언럭키 집이 무슨 게스트 하우스도 아니고. 오랜 시간 함께했던 친구로서 그가 운이 좋지 않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다가온 불행을 맞으면서도 마치 게임 캐릭터가 죽고 나면 리셋되듯이 언럭키에 대해 잊어버린 것처럼 변함없는 행동을 하였다. 그의 한결같은 행동은 사람을 짜증 나게도 했지만…….

 

“아. 그러고 보니 듄. 내가 다친 거 다나한텐 얘기”

“했는데요.”

 

조금은 빠르게 대답을 하면서 언럭키의 얼굴을 살폈다. 조금은 편해 보이자 듄 역시 마음이 풀어… 지려고 했었다. 곧이어 날아온 두루마리 휴지가 얼굴에 닿기 전까진.

 

 

한편 소식을 들은 다나가 화가 나 확 문을 젖혀 열었다. 눈앞에 일어난 상황은 문이 열리자마자 제법 둔탁한 소리와 함께 하지만 곧, 바닥에 힘없이 툭 떨어져 굴러가는 두루마리 휴지 위로 그 둘의 눈빛이 한순간에 불타오른 것에 놀란 언럭키의 얼굴이 먼저 보였기 때문에 우선 자신이 하려던 말은 도로 속으로 집어넣고 둘의 사이로 끼어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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