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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한 삼각관계라기보다는 드림주의 전생과 맞물린 삼각관계입니다.

 

관세음보살은 산옥에게 춤을 가르치고 있었다. 타고난 몸치인 그를 가르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다행스럽게도 열의가 있었기에 가르치는 것 자체는 문제가 없었다. 다른 문제가 있다면 산옥에게 닿는 다정한 시선이겠지.

 

“다과라도 드시겠어요?”

“아, 고마워.”

“고맙습니다, 팔계 씨.”

 

산옥이 인사를 건네자 팔계가 미소 지었다. 둘은 서로에게서 완전히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연인이 되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나 달큼하게 서로를 바라볼 줄은 몰랐다. 둘을 가만히 바라보던 관세음보살이 헛기침을 했다.

 

“아, 아. 죄송합니다.”

“아냐, 됐어. 천하의 보살도 눈치 보게 만드는 힘 대단하네.”

“아이, 보살님도 참.”

 

응석 가득한 산옥 말에 관세음보살이 헛웃음을 터뜨렸다. 산옥은 그에게 살가운 태도로 다가와 간식을 건넸다. 아무렇지 않게 받아 든 관세음보살이 그에게 말했다.

 

“너는 안 먹어?”

“저야 보살님이 먼저 드시면 그 때 먹죠, 뭐.”

“그래, 그럼.”

 

과자를 먹는 그를 보며 산옥이 만족스럽게 웃었다. 그리고 저 역시 하나를 집으려는데 관세음보살이 팔계 쪽을 보고 말했다.

 

“잠깐 자리 좀 비켜.”

“네?”

“할 얘기 있으니까 잠깐 비켜 달라고.”

 

어리둥절해하던 팔계가 산옥과 눈빛을 교환했다. 산옥도 조금 생각하는 것 같더니 이내 괜찮다는 듯 웃었다. 그에 팔계가 자리를 비켰고, 둘만 남았다. 관세음보살은 팔계 뒷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바라보다 물었다.

 

“어디가 좋아, 저 녀석?”

“네?”
“아니, 그냥. 궁금해서.”

 

제게 닿은 물음에 산옥은 생각에 잠겼다. 팔계와 연애를 시작한 이후로도 종종 관세음보살이 자신을 보러 온 일은 있었지만, 한 번도 그런 것은 묻지 않았던 탓이었다. 한참 고민하던 그가 입을 열었다.

 

“음. 글쎄요, 사실 거의 첫 눈에 반한 것도 있었고.”
“설마.”

“정말이에요. 게다가 다정한 분이고, 가슴에 어두운 것들이 차고 넘치는 걸 그냥 제가 조금이나마 위로해 주고 싶고. 그런 거 있잖아요.”

“흠.”

“그런데 그런 건 왜 물어보세요?”

“어?”

“오실 때마다 절 가르쳐 주시고 가벼운 이야기만 하셨잖아요.”

“내가 그랬나?”

“네.”

 

산옥은 미소를 지으며 관세음보살에게 차를 따라 주었다. 찻잔에 배인 온기를 알아챈 관세음보살이 그에게 물었다.

 

“무슨 차야?”

“엽차예요. 무슨 찻잎이었는지는 잊어버렸는데. 다른 거로 바꿔 드릴까요?”
“아냐, 됐어.”

 

입가에 찻잔을 가져다 댄 관세음보살이 차를 가만히 마셨다. 그리고 찻잔 속 자신을 응시하다 입을 열었다.

 

“있잖아.”

“네?”

“즐거워? 그 녀석과 같이 있는 거 말이야.”

“그럼요. 즐겁죠. 뭐야, 보살님. 이런 이야기 들으려고 팔계 씨 따로 부르신 거예요?”

 

장난스럽게 웃으며 키득거리던 산옥이 관세음보살을 보았다. 그러다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말했다.

 

“보살님, 이거 보실래요? 저, 보살님 오실 때까지 연습하고 있었어요.”

 

그가 팔을 뻗었다. 엉성하지만 부드러운 춤선은 쉬이 끊어지지 않았다. 하나하나 배운 것을 되짚는 듯한 동작들 사이에서 관세음보살은 익숙하고도 잊고 있던 기억을 끄집어냈다. 산옥과 같은, 아니. 산옥의 원초적 존재를.

 

“나는 다시 태어난다면 그대가 아닌 다른 이에게 마음껏 사랑받으며 살아갈 거라오. 진정으로 나를 잃는다는 상상만으로도 끔찍하여 내가 그 이에게 나타나자마자 안을 수밖에 없게 만드는, 그런 사랑을 받을 거라오.”

 

“그래서, 이렇게나 사랑받고 있구나.”

“네?”

“아, 아무것도 아니야.”

 

저도 모르게 나온 중얼거림에 관세음보살이 고개를 저었다. 산옥은 여전히 춤을 추었고, 그 모습은 관세음보살이 기억 속에 묻어뒀던 편린을 연거푸 꺼내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산옥에게 춤을 그만 춰도 좋다는 말을 하지 못했다. 마치 편린 속 주인이 자신을 똑바로 보아달라고 하는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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