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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터는 들고 있던 휴대폰을 내려 놓았다. 실시간으로 뜨는 글을 읽거나 제 글에 달리는 댓글에 답글을 하느라 손에 놓을 새 없던 휴대폰을 내려 놓는 건 스스로가 생각하기에도 드문 일이었다. 그뿐만이 아니라 제 마음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생각한다면 마음 속에 가진 복잡함이 더 엉키고 마는 것이다. 못 본 척 넘어가는 일도 쉽지 않고, 매번 이렇게 마주한 순간 덜컹 내려앉는 느낌을 무시하기도 쉽지 않다. 혹시 제가 폰을 내려놓는 사이에 다른 글이 더 뜨지 않았을까 싶어 화면을 밑으로 당겼지만, 헛된 발버둥이라는 듯이 여전히 게시글 하나가 상단에 고정된 상태였다. 왜 다들 이럴 때 아무런 글도 올리지 않는 거야. 누굴 향한 불만인지도 모른 채 케이터는 책상에 엎드렸다. 이 글을 신경 쓰이게 된 게 언제부터였더라. 그가 올릴 사진을 찍어야겠다며 다른 사람을 찍어줬을 때? 그리고 찍어준 상대가 저에게 마지카메를 시작했다며 보여준 글에 가장 먼저 댓글을 단 것도 그라는 걸 알았을 때? 분명 훨씬 전부터 신경 쓰였다는 걸 케이터는 알고 있었다. 알고 있기에 철저하게 숨기고 외면한 일이 이런 결과로 돌아온다는 게 더욱 괴로웠다. 그렇지만 이제와서 달라질 수 없었다.

 

 

케이터가 본 글은 트레이의 마지카메 계정이었다. 그가 올린 글에는 대부분 누군가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처음에 보여준 글을 떠올리자면 그때가 가장 비참한 기분이었다고 말할 수 있었다. 그가 꽤 쑥스럽게 말하며 보여주길래 들뜬 마음으로 자신이 알고 있는 걸 알려주고 싶었다. 어떤 글을 써야 인기가 있다거나 어떤 해시태그를 써야 글이 눈에 띈다거나. 전부 케이터만 신경 쓰는 부분이었지만 같이 즐길 수 있다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트레이가 보여준 글에는 활짝 웃고 있는 감독생, 하네카와 유카의 모습이 있었다. 보통 타인이 볼 수도 있는 글에 자신의 사진이 아니라 타인의 사진을 올린다는 건 흔한 일이 아닐 것이다. 만약 그 타인이 유명인이라거나 소중한 연인이라면 첫 게시글로 당첨될 수 있을 것이다. 감독생은 나이트 레이븐 칼리이에서 나름 유명인이었지만 빌 셴하이트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모두가 알고 있고, 친해지고 싶은 유명인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트레이군이 허락없이 남의 사진을 찍어 올렸을 리도 없었다. 둘이 같이 있다가 얘기가 나오고 무슨 글을 올릴까 고민하다 결과적으로 감독생이 저는 어때요~? 라고 장난삼아 말했을 것이다. 트레이군도 별 생각없이 나쁘지 않겠네, 하고 답하며 사진을 찍어 올린 결과물인 게 분명했다. 그러면 그가 올린 글에 대한 상황 자체는 이해할 수 있었다. 물론, 이는 상황을 이해할 수 있다는 말이었다. 머리로는 이해가 가지만, 마음으로는 그렇지 못한 상태. 케이터는 활짝 웃는 감독생의 반대편에 트레이 클로버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흔들렸다. 어떻게, 숨겨온, 마음인데. 당황한 티조차 낼 수 없었다. 그저 사진을 찍어줬을 뿐인데 뭘 그렇게 예민하게 반응하냐고 묻는다면 답할 말이 없었다. 그야, 내가 좋아하니까. 아니면 둘이 사귀어? 라는 말은 설레발을 칠 뿐이지 해결 방법이 아니었다. 케이터는 본인이 생각해도 즉각적으로 반응하지 못했으나 어색하게 답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올린 글이 이것 뿐이야?"

"응, 아직은."

 

 

그게 더 곤란하잖아! 케이터는 둘이 사귀는 게 아니라면 그런 글은 올리지 않는 게 좋다고 말하고 싶었다. 그야 내가 아니더라도 오해하기 좋은 상황이고. 근데 만약 사귀는 사이라면? 아아, 모르겠다! 어린애들도 아닌데 그 정도도 모를까. 케이터는 입꼬리를 겨우 올린 채 제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어떻게든 얘기를 돌리기 위해 제가 올린 게시글이나 댓글을 보여주며 다른 활용방식도 있다는 걸 알게 된 트레이군이 무언가 깨닫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었다. 이마저도 마음으로 그쳤지만. 케이터의 말에 트레이는 사진 밑에 달린 댓글 하나를 보여주었다. 이름은 몰라도 아이디로 Yuka라고 써 있으니 감독생이 달아준 댓글인 건 금방 알 수 있었다. 처음으로 올린 글이 감독생을 찍어준 사진이고 그 밑에 달린 첫 댓글이 당사자라니… 차라리 누군가 대신 둘이 사귀냐는 질문을 해줬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그러면 이렇게까지 당황스럽지 않았을 텐데. 그러나 그의 앞에는 저밖에 없었다. 케이터는 여전히 어색한 웃음을 지은 채 트레이를 바라보았다.

 

 

"있잖아, 혹시 둘이 사귀는 사이는… 아니지?"

 

 

*

 

 

성급했다. 아니, 성급한 질문이라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 당황한 건 저도 모르게 내뱉은 질문이 아니라 그 다음에 들려온 대답이었다. 사귀지 않는다는 답은 당연한 반응이었다. 애초에 그런 답을 듣기 위해 물어본 질문이 아니었다. 뭐? 아하하, 케이터도 참. 그럴리가 없잖아, 하는 대답에 안심했다가 다시 들려오는 답에 입꼬리를 굳혔다.

 

 

'그렇지만 역시, 좋아하는 걸지도 모르겠어.'

 

 

좋아한다니? 누구를? 되물어봤는지 가만히 있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쑥스러워 하는 얼굴에 문득 부럽다는 생각도 들었다. 저렇게 솔직하게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건 저한테 있어 가장 어려운 일이었다. 그렇다고 거짓말만 하고 사는지 묻는다면 당연히 아니었다. 케-군도 솔직할 때는 솔직하다구~! 그렇지 않았으면 자신이 하네카와 유카를 좋아한다는 걸 스스로도 모르게 속였을 일이었다. 적어도 그러지 않았다. 케이터 다이아몬드에게는 정말로 대단한 일이었다.

 

 

반하게 된 계기는 단순했다. 언제나 저를 보고 환하게 웃는 얼굴에 순수함이 담겨 있어 저도 모르게 시선이 따라갔다. 만약 제 웃음이 상대와 친하게 지내기 위한 도구라는 걸 알게 된다면 어떤 표정으로 변할까, 상대에게 진심이 아니었다고 생각하게 된다면? 그런 걱정이 들자 얼굴을 제대로 마주하기 어려웠다. 우선적으로 한 일은 상대를 피하는 일이었다. 애초에 그렇게 친한 사이도 아니었고. 서서히 멀어지는 게 자연스럽다는 생각이 들 무렵, 상대에게서 피하지 말아달라는 말을 들었을 때, 감독생을 좋아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래, 아무도 몰래 좋아하는 마음을 혼자 간직하고 있다보면 정리도 금방 할 수 있겠지. 감정을 정리하는 일이란 쉬운 법이고, 자신이 가장 잘하는 일이었다. 진심이 될 생각은 전혀 없었다. 케이터는 이제까지 떠나는 사람이었지 남겨진 사람은 아니었다. 떠나는 건 저의 몫이다. 감독생이 평생 저의 곁에 남을 수 없는 사람이라면, 그가 떠나기 전에 먼저 행동해야 한다. 그렇게 결론 지을 수 있었다. 분명 그럴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정리하기로 마음 먹었으면 애초에 눈을 떼는게 정답이었다. 좋아하는 사람의 시선을 따라가다보면 누가 또 그를 바라보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스스로의 눈치에 감탄해야하는지, 후회해야하는지. 저 말고도 감독생을 따라 움직이는 이가 하나 더 있었다. 상대는 트레이 클로버였다. 하필이면 그도 한두번 본 사이가 아니었다. 워낙 적극적인 성격의 감독생이라 친한 사람이 많은 줄 알았는데, 다가가는 일은 감독생보다 트레이군이 더 많다는 것도 확연히 눈에 띄었다. 저도 그처럼 감독생을 따라 시선을 움직였기에 알 수 있던 사실이지 아니었다면 몰랐을 부분이었다. 그도 그럴게 같이 지내면서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하네카와 유카를 따라다니던 그였지만, 그 스스로도 알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오랜 시간 감독생을 불러도 괜찮을지 고민하는 저의 모습에 비해 상대를 부르는 게 당연한 느낌. 친구이기 때문에 나오는 자연스러움. 좋아하기에 망설이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아니면, 좋아하기에 더 적극적일 수 있는 걸까.

 

 

괜찮았다. 그래도, 괜찮았다. 제가 좋아하는 사람이 같은 학년에 같은 기숙사 룸메이트인 사람이라도 괜찮았다. 저는 이미 마음을 정리하기로 했다. 그럼 누가 감독생을 좋아하든 신경 쓸 일은 아니다. 맞는 말이야, 케-군. 이제 정말 신경 쓰지 말자!

 

 

그리고 뻔하게도 괜찮지 않았다.

 

 

트레이가 올린 글에는 그가 항상 만드는 타르트와 주방의 모습이었다. 만약 그뿐이었다면 사진을 보고 불편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을 것이다. 사진을 찍은 사람이 트레이군이라면, 타르트 옆에 놓인 손가락 2개, 심지어 귀엽게 브이 사인을 하고 있는 손은 분명 감독생의 손이었다. 단순히 손만으로 확신을 내리는 건 성급한 일이다. 하지만, 트레이군이 감독생과 같이 시간을 보내고 싶어하는 것처럼 저 또한 감독생을 오랜 시간 바라보았다. 못 알아 볼 리가 없다는 확신이 있었다. 이 사진을 보았을 때도, 충분히 그럴 수 있다며 넘어갔었다. 그 이후에도, 또다시 이후에도. …이 정도면 둘이 사귀는 게 맞지 않아? 트레이가 올리는 사진의 대부분은 하네카와 유카의 흔적이 있었다. 이건 둘이 떨어지는 시간이 없다는 걸 의미하거나 사진을 찍는 트레이군이, 감독생과 보내는 시간 외에 사진을 찍지 않는다는 걸 의미했다. 후자라면 참담하다. 좋아하는 사람과 시간을 보내기 위해 적극적이며, 그와 보내는 시간을 매번 간직하는 트레이군에 비해 자신은 매번 올라오는 글을 보며 마음 아파하는 일이 전부였다. 이 차이를 도저히 무엇으로 극복해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이번에 올라온 글도 마찬가지였다. 딸기타르트 옆에 놓여 있는 귀여운 토끼 머리끈. 감독생의 물건이자 누나의 물건이라며 일부러 눈에 띄게 손목에 착용했던 케이터의 물건이었다. 빌려달라는 말에 고민하는 척 건네주었고, 아직까지도 직접 찾으러 가지 않은 물건이데. 나름의 노력도 소용없게 느껴졌다. 그럼 나는 또 무얼 해야 할까.

 

 

"애초에 이게 맞는 거야."

"뭐가요~?"

"유, 유카쨩?!"

"선배, 또 휴대폰 보느라 저 오는 줄도 몰랐죠?"

"아하하, 그럴리가 없잖아~"

"거짓말인 거 다 티나요~"

 

 

아니, 정말 아냐. 응? 맞나? 따지고 보면 휴대폰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지만, 그건 네 사진이 있길래 본 거지. 예전과 똑같은 건… 관두자. 더 비참한 기분이야. 혼자 속으로 생각하던 케이터는 여전히 웃는 얼굴로 유카를 바라보았다. 자연스럽게 이것 봐, 트레이군이 또 디저트 사진을 올렸어, 하며 말을 해도 좋을련만 오히려 보고 있던 사진을 감출 만큼 그는 상대에게 꽤 진심이었다. 그래도 지금 이렇게 둘이 있는 건 나쁘지 않…

 

 

"응? 두 사람, 거기서 뭐 해?"

"아, 트레이 선배다~"

"좋은 오후야, 유카."

"아하하, 뭐야~ 아까도 봤잖아요."

 

 

…이 상황, 진짜? 절망해도 괜찮은 타이밍? 둘이 같이 있던 시간을 초로 세도 100을 못 채웠을 거라고 케이터는 생각했다. 과장스런 부분이 있긴 해도 단 둘이 있는 타이밍에 마침 나타나는 사람이 트레이군이라니, 이 정도면 운명의 장난이나 다름없다. 내 마음을 들키지 않게 경고를 해준다거나 그런 거. 이런 얘기를 마지카메에 했다면 꽤 대박이 났을 텐데. 결국 두 사람에서 세 사람이 얼마 지나지 않아 케이터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두 사람의 간격이 저와 있을 때보다 가깝다는 걸 알게 된 이상 같은 자리에 있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껄끄럽다는 표현이 바로 지금의 상황이겠지. 케이터는 두 사람이 대화하는 사이 휴대폰을 자켓 주머니에 넣었다. 깜깜해진 화면 너머에는 여전히, V 사인을 한 두 손가락이 자리잡고 있었다.

 

 

"나, 급한 볼 일이 있어서~"

"잠깐만, 케이터. 많이 바빠? 할 말이 있어."

"응? 나한테?"

 

 

케이터는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지금 그를 따라간다면 결코 좋은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피한다면? 언제까지 피할 수 있을지 스스로도 장담할 수 없었다. 어쩌면 별 거 아닌 이야기일지도 모른다며 케이터는 그의 뒤를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언제나처럼 웃는 얼굴로 유카에게 손을 흔드는 행위도 잊지 않았다. 두 사람이 아무도 없는 복도를 지날 때쯤, 트레이는 말을 열었다. 가벼운 일이 아니라는 듯이, 그는 꽤 진지한 표정이었다. 덕분에 케이터는 더 곤란할 수밖에 없었다. 도저히 못 버티겠다니까, 저런 표정은. 그리고 이어진 말에 더 이상 웃을 수 없었다.

 

 

"좋아하는 거지? 감독생을."

"에?"

"아니, 미안. 너무 갑작스러웠나?"

"아니, 아니. 응? 잠깐만…"

"내 착각이면 미안해. 그렇지만 난 네가…"

 

 

최악이다. 트레이군을 싫어하는 건 아니지만, 그는 매번 이런 식이었다. 남들 몰래 숨기고 있던 걸 정확하게 집어 내게 말한다. 일부러 숨기는 걸 몰랐다면 상황을 무마했을 텐데, 그게 아니다. 그도 알고 있다. 내가 무얼 숨기고, 왜 숨기는지. 그러니 이번에도 분명 알고 말하는 것이다. 어떻게 알았어? 의미없는 질문이다. 모르는 게 이상하지. 저 또한 트레이군이 누굴 좋아하는 어떻게 알았는데. 그도 마찬가지다. 제가 감독생을 따라 시선을 움직였을 때, 그도 저의 존재를 알아차렸다. 왜 모를 거라 생각했던 걸까. 숨길 수 없는 마음이라면 피하는 상황으로 넘어갈 수 없다. …라는 건 핑계. 모르는 척 시치미 떼는 일이란 상대가 저에 대해 잘 알고 있어도 끝까지 밀어붙일 수 있었다. 괜히 울컥한 마음이 들었다. 기껏 피하고 있는데 들쑤시다니, 치사하지 않아?

 

 

"그렇다면 어쩔 셈이야? 누가 누굴 좋아하든 이상한 일은 아니잖아."

 

 

그런 마음이 담겨 어이없을 정도로 낮은 목소리가 나왔다. 꼴사납네, 나. 알고 있었지만. 일부러 고개를 들지 않았다. 자신의 표정이 어떨지 알았고, 상대의 표정은 예상할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게, 감독생을 좋아한다는 걸 숨기고 싶은 이유 중 하나도 바로 트레이 클로버였다. 룸메이트잖아. 같은 기숙사에, 알고 지낸 시간이 짧지 않은데. 누구 하나라도 고백했다가 차이거나 연인이 된다면 셋이 같이 있는 게 어색해지면. 견딜 수 없을 게 분명했다. 저 때문에 어색해지는 상황이라면 더더욱, 피하고 싶었다. 연적 따위 하지 말자, 트레이군. 셋이 사이좋게 친구로 남자. 그 속마음마저 숨기기 위해 좋아한다는 마음을 인정하는 꼴이었다. 우습게도. 네가 포기하지 않으면 내가 포기하면 돼. 그뿐이야. 정말로.

 

 

한참 바닥을 향한 시선에 고개를 든 건 생각보다 기운찬 목소리가 담긴 대답이었다.

 

 

"그래? 그럼 힘내볼까."

"뭐? 무슨 힘을…?"

"케이터라면 역시 좀 벅차다고 생각했던 참이야. 너라면 알고 있는 것도 많고, 상대를 재밌게 하는 방법을 잘 알잖아. 나는 그게 좀 어색해서… 노력하지 않으면 곤란하겠다 싶어서."

"그게 뭐야, 그런 거라면 내 쪽이 더 힘들다고. 트레이군은 벌써…"

"나? 으음, 내가 케이터보다 뛰어나다고 생각되는 건 별로 없는데."

"아니, 그게 아니라 계속 같이 다녔잖아. 사진도 올리고… 이미 둘이 서로 좋아하는 거 아냐?"

"응? 전혀 아니야. 그야 유카의 마음은 나도 아직 모르지만 그런 낌새는 전혀 아니었는데."

"그럼 마지카메에 올린 사진은…"

"아, 유카가 많이 알려줬어."

"트레이군, 적극적으로 따라 다녔잖아…?"

"그렇게 말하면 내 이미지가 곤란한데…"

"좋아해서 그런 게 아니고?"

"보통 친구라면 그 정도잖아."

 

 

전혀 아니거든! 케이터는 당장이라도 그럴리가 없다며 맞받아치고 싶었다. 생각해보면 기숙사장도 엄청 챙겼지. 그보다 저렇게 쾌활한 답변이라니 오히려 진이 빠지잖아. 나는 꽤 곤란하다고! 심각하다고! 이제껏 제가 한 고민과 걱정을 우습게, 아니, 그라면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답해줬을 일이다. 그게 설마하니 같은 사람을 좋아하게 되는 일이라도.

 

 

"트레이군의 능청스러움은 못 이길 거야."

"케이터… 너한테 난 어떤 이미지인 거야?"

"글쎄~? 그럼 나도 좀 더 힘내볼까나~"

"으음, 너무 힘내면 곤란한데."

"아하하, 그게 뭐야~"

"그래도 잘 부탁해."

 

 

그 말과 함께 내민 손을 케이터는 맞잡았다. 그라고 해도 걱정과 고민이 없는 건 아닐 터였다. 그렇지만, 분명 괜찮을 거라 말해주는 기분이었다.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되어도 괜찮을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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