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나미 켄토와 드림주는 남매, 하이바라 유우와 드림주는 선후배 관계라는 설정입니다.
어쩌면 고전에서 가장 일을 많이 하고 있는 사람 중 한 명이라고 생각이 되었다. 그렇지 않은 이상 제 동생이 입학한 지 몇 달. 만에 쉬었으니까. 누나의 얼굴을 전혀 보지 못한 건 아니었다. 피곤한 얼굴로 안부를 주고받기도 했고 임무가 끝나고 나서 피로함이 몰려왔는지 누군가에게 실려 그대로 방으로 가던가 스스로 고전으로 와서는 피곤하다며 냅다 바닥이나 벽이나 벤치 등에 몸을 맡겨 잠을 자는 모습을 봤으니까.
중학생 때도 잠은 어디서든 잘 자긴 했었기에 그런가 보다 했지만 저런 식으로 까진 아니었다. 물론 그땐 자신을 포함한 가족이나 친구들이 있었고 지금처럼 며칠 밤을 새워가면서까진 안 했을테니 어쩌면 같은 상황이었다면 지금과 같았을지도 모른다. 잠깐 다른 생각을 하다 저를 부르는 목소리에 나나미는 고개를 돌린다. 친한 친구라는 말에 함께 초대된 하이바라가 부르는 목소리에 나나미는 자신이 혼자 다른 곳으로 가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고는 미안하다며 하이바라가 서있는 곳으로 걸어간다.
조금 더 걸어 방문 앞에 도착하고 노크를 하자 익숙한 목소리와 함께 빠르게 다가오는 발소리에 나나미는 다음 행동을 떠올리곤 하이바라를 옆으로 밀어낸다. 옆으로 밀린 하이바라가 상황 파악을 못하는 동안 문이 벌컥 열리고 두 팔이 벌어지며 자신과 옆에 있던 하이바라가 급속도로 가까워지자 나나미는 슬쩍 다리에 힘을 주고 버틴다. 누가 어떤 마음으로 이런 행동을 하는지 뻔히 알고 있으니까.
“켄토, 유우 어서와!”
“오랜만의 휴일인데 둘이서 보내야하는데 저까지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켄토의 친구고 내 후밴데 뭘~”
“식사 준비했어요?”
“아… 아! 맞다! 두 사람 어서 들어와!”
어깨 위로 둘렀던 팔을 풀어내고 안쪽으로 손짓을 하자 두 사람은 안으로 들어갔다. 나나미는 문득 제 누나가 집에서 요리를 했던가에 대해 떠올렸다. 하긴 한 것 같은데 결과가 좋았던가. 음식 냄새는 괜찮은데……. 눈앞에 놓인 음식을 보고선 눈을 감았다. 괜찮아야 한다. 맛이 없어도 괜찮은 척이라도 했다.
힘겨운 식사를 마친 나나미가 식사만으로도 지쳐 자리에 앉아있는 동안 혼자 방을 구경 하던 하이바라의 시선을 잡은 것은 벽하나를 가득 채운 게시판이었다. 어색하게 나란히 찍은 사진과 제법 자연스러운 포즈와 함께 일상을 보여주는 여러 장의 사진이 붙어있었다. 단체로 찍은 사진이나 둘이서 찍거나 상대 혼자 찍힌 사진 등 다양한 각도에서 많은 사람들이 찍힌 사진을 가만히 보고 있던 하이바라가 입을 열자 설거지를 하고 있던 그가 고개를 돌렸다.
“사진이 많네요? 언제부터 찍은거예요?”
많은 사진들 앞에 서있는 하이바라를 보자 그는 그가 예전 함께했던 동료로 보이는 착각에 다시 설거지를 하던 그릇 쪽으로 고개를 돌린 뒤 대답을 하면서 설거지를 이어간다.
“입학한 지 얼마 안돼서부터. 동기, 선후배들이야.”
“그렇다면 지금은 다들 주술사를 하고 있겠네요. 아. 여기 게토 선배랑도 사진을 찍었네…”
달그락. 순간 그릇끼리 부딪쳐 생각보다 큰소리에 사진을 보고 있던 하이바라도 의자에 앉아있던 나나미도 소리가 난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그릇을 헹구려 틀어놓은 물소리만이 들려왔다. 한곳을 바라보던 나나미와 하이바라가 눈이 마주쳤다. 뭔가 말실수를 한 걸까. 당황해서 큰소리로 웃다 점점 줄어드는 목소리에 나나미가 그를 부르자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고 아무렇지 않은 척 대답을 한다.
“미안. 잠깐 다른 생각 좀 했어. 음… 사실 그 사진을 찍은 건 추억도 있지만 기록에 가깝거든.”
“기록이요?”
“응. 너희들은 아직 경험이 없…어야지. 그래. 최근엔 쇼코네랑 찍긴 했었어. 아까 스구루랑 찍은 사진도 그때 찍은 거야. 세 사람은 나한테 사진 자주 찍자고 하더라고.”
틀어놓은 물에 그릇을 헹궈내고 선 건조대 위에 올려놓는다. 손에 묻은 물기를 닦아내려 수건을 찾던 그의 옆으로 나나미가 먼저 수건은 건네준다.
“그럼 우리도 찍어요.”
“나나미 좋은 생각이야! 나나미랑 선배랑 저랑 해서 우리도 같이 찍어요. 그러고 보니 요즘엔 유행하는 포즈가 있다고 하던데 내가 찾아볼게!”
“응?”
“뭐?”
나나미는 하이바라의 대답에 알 수 없는 기분이 들었다.
“…지금 뭐 하는 거야?”
“나나미 저쪽을 보라니까?”
“켄토, 쇼코가 들고 있는 핸트폰을 봐줘!”
아까까지 벤치에서 자고 있기에 담요를 챙겨왔는데 어째서인지 다크서클이 잔뜩 내려온 얼굴로 사진을 찍고 있는 것에 나나미는 숨만 푹 내쉬었다. 그냥 방으로 옮길 걸 그랬나 싶기도 했지만 저렇게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니 안 하길 잘했다는 생각도 들었다.
“나나미 선배 저 가면 안 돼요?”
“미안해, 쇼코! 사토루가 찍어준다더니 자기 셀카만 잔뜩 찍었지 뭐야! 스구루는 초점이 안 맞았고.”
“나나미 사진 찍는다!”
이에이리가 사진을 찍으려고 하자 하이바라와 그가 같은 곳을 향해 고개를 돌린다. 시선이 닿은 곳에선 나나미가 어정쩡하게 서있자 두 사람은 웃으면서 손 모양을 하트로 바꾸고 그리고선 핸드폰에선 셔터소리가 들린다. 이에이리의 손에 있던 핸드폰이 원래 주인에게 돌아가자 가장 먼저 확인한 건 촬영된 사진이었다. 나나미 역시 자신이 어떻게 찍혔을 지 궁금하기도 했기에 보고 있던 사람 뒤로 고개만 내밀어 확인을 한다.
양옆으로 다른 손이 만든 손하트 속에 당황한 나나미의 얼굴이 보이자 신난 두 사람을 보던 나나미는 어째서인지 그날의 상황을 떠올렸다. 추억보단 기록. 그 후 이곳 생활을 하면서 그 말의 뜻을 이해할 수 있었다. 누가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랐기에 둘이 나갔다 한 명이 되거나 두 사람 다 돌아오지 못할지도 몰랐고 두 명이 돌아와도 다음엔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패턴에 그럼에도 우리가 있었다는 기록이었다는걸. 이 사진도 그와 같은 역할을 하겠지만 시간이 지나고 찍혀있는 세 사람이 함께 이 사진을 보게 된다면 어쩌면 추억이 될지도 모른다.
찍힌 사진은 조금 당황스럽지만 나나미는 지금 이 상황이 계속 이어지기만을 바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