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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호, 이호와 드림주는 유사가족관계라는 설정입니다.

 


전날 저녁, 앓던 이처럼 지겨웠던 임무를 뽑아내면서 오랜만에 직장동료들과의 즐거운 회식 시간~ 이 될 줄 알았으나 지겹도록 본 얼굴과 식사까진 하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다들 피곤한 얼굴로 흩어졌다. 그 역시 공감하며 가려 했지만 대학생 때부터 지겹도록 본 상사이자 친구가 붙잡는 바람에 밥에 술까지 논스톱으로 달렸다. 어떻게 왔는진 기억이 안 나지만 일단 익숙한 천장이 본인 집이 아닌 본인 집처럼 이용하던 곳이라는 사실과 천장을 바라보던 제 얼굴 옆으로 스멀스멀 다가오는 얼굴에 그가 떠올린 말은 하나였다. 도망가자. 이불을 상대 쪽으로 뒤집어 씌우듯이 던지고는 침대 아래로 발을 내딛는 순간 바로 바닥으로 쿵 소리와 함께 쓰러졌다. 예전과는 다르지. 나이에 맞지 않는 행동을 해서는…….
제 머리 위로 급하게 뛰어오는 발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는 소리와 잠깐의 정적 후 큰 웃음소리가 이었다. 안 그래도 숙취 때문에 머리가 아프고 넘어져 몸도 아픈데 웃음소리까지 들리니 머리가 아파 웃음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주먹을 휘둘렀다.

“악! 너 왜 이래?”
“웃지마요. 머리 아프니까.”
“그렇게 취해서 왔으니 그럴수밖에. 일으켜줄게.  그런데 형은 왜 이불을 뒤집어쓰고 있어?”
“그게 보이면 걷어내주던가요.”
“잠깐만 얘 좀 일으키고… 아니 그보다 형은 스스로 할 수 있잖아?”

큰소리가 들리자 걱정되어 온 것인데 두 사람의 동네북이 된 이호가 투덜이며 한 명은 침대에 앉히고 한 명은 이불 밖으로 꺼내준다. 쟁반 위에 있던 꿀물이 흘리지 않게 한 손으론 쟁반을 또 한 손으론 꿀물이 든 잔을 잡고 있는 일호를 보니 그는 자신이 한 행동에 미안해 사과를 한다. 침대에 걸터 앉은 채로 일호 쪽으로 가서는 꼭 끌어안자 저를 끌어안는 그의 행동에 일호는 말없이 들고 있던 잔을 건네준다. 잔에 든 꿀물을 빤히 보고 있던 그가 두 손으로 쥐자 일호는 다른 한 손에 있던 쟁반을 침대 위에 내려놓고선 자유로워진 두 손이 빠르게 다가와 집게손으로 한 손가락을 입고리에 걸면서 양쪽을 잡아당긴다.

“누가 그렇게까지 술 마시랬어요?”
“아파요, 일호쌤!”
“아프라고 하는 거예요.”
“성인인데 그럴 수도 있지!”

양쪽으로 잡아당겨지는 바람에 발음이 새는데도 투덜이던 그를 보던 일호가 화를 내자 머리가 아픈지 인상을 쓰는 걸 보고 나서야 손을 놓는다. 그는 불만은 있지만 제 손에 쥐어진 잔과 자신이 환 행동 때문에 속으로만 중얼이며 꿀물을 마신다. 전날에 마신 술처럼 한 번에 원샷을 하고선 잔과 제 옆에 놓인 쟁반을 잡아 일호에게 주고선 도로 침대 위로 눕는다. 그대로 받던 일호가 이호 쪽으로 내밀었고 이호가 받자마자 손은 바로 등지고 누워있는 그를 향해 날아간다.

“누가! 먹고! 바로! 누우랬어!”
“악! 아악! 일호쌤 등 때리지 마요! 진짜 아프욱”
“형 그만 때려! 얘 여기다 하겠어!”

이호의 외침에 일호의 행동이 멈추니 그가 어이없다는 반응을 하며 몸을 일으킨다.

“진짜 너무하네. 이호쌤. 일호쌤 저 일어나요. 일어나. 우리 엄마도 안 하는… 아 맞다. 나 엄마 없지.”
“…그런 말을 너무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거 아냐?”
“뭐 어때요. 얼굴도 모르는데. 그리고 제겐 할아버지가 계시고 일, 이호쌤이랑 오수가 있는데… 오수는요?”
“집에. 우리도 가려 했는데 네가 와서 못 간 거고. 걸을 수는 있겠어?”
“아. 그러네. 업어줘요.”

그가 양손을 내밀고 있자 이호는 한숨을 쉬더니 쟁반과 잔을 다시 일호에게 주고선 몸을 돌려 등을 보이자 씩 웃으면서 빠르게 등을 몸을 기댄다. 팔이 제 목 쪽으로 둘러지자 이호가 팔로 다리를 붙잡고선 앓는 소릴 내며 일어난다.

“어제도 이러더니…”
“아 진짜요? 기억 안 나는데.”
“넌 어릴 때부터 나한테 업히는 거 좋아하더라.”
“그야 이호쌤은 얼굴보단 등이니까요.”
“놓는다?”
“안 놓을거 다 알거든요~ 이호쌤은 날 너무~ 좋아하니까!”

두 사람이 웃으면서 방 밖으로 나가는 모습을 일호는 가만히 쳐다만 본다. 그 뒷모습을 보다 잠깐 과거로 가면서 제 동생의 등에 업힌 그가 지금보다 반보다 조금 더 작았을때였던 거 같다. 오수와 함께 놀고 있던 처음 보는 아이는 저를 보며 천사라고 불렀다. 그 뒤로 오수 때문에 못 만날 줄 알았는데 오히려 더 만나는 횟수가, 시간이 늘면서 어느 순간부터는 선생님이라고 부르기 시작했었다. 시간의 흐름이 다른 탓인지 혼혈이라 동안인 외모 덕인 건지 마냥 어리기만 한 아이처럼 보이지만 벌써 다 컸구나. 우리의 관계도 처음 보는 사이에서 함께하는 사이가 되었구나 하는 걸 떠올리니 저도 모르게 일호는 웃음이 난다.
웃으면서 어질러진 방을 정리하기 위해 바닥에 떨어진 이불을 침대 위로 올리는 순간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목소리가 들려온다.

“일호쌤! 이호쌤이 그릇 깼어요~!”
“아니, 저게 핏물인 줄 알고… 너 가만히 있어!”
“이호쌤이야 말로 가만히 아! 이호쌤 여기 보지마요. 일호쌤 빨리와요!”
“하여간…! 기다려요! 곧 내려갈 테니까!”

쥐고 있던 이불을 침대 위로 던지고선 빠르게 아래로 내려간다. 내려가자마자 보이는 상황에 일단 이호의 머리를 쥐어박고 멀리 두고 선 상황 수습을 하기 시작했다. 더 다치기 전에 의자에 앉힌 뒤 그릇 조각부터 빨리 치우고 치료까지 빠르게 끝낸다. 익숙하다는 듯이 마무리를 하자 제 발바닥을 확인하던 그는 이호에게 오라고 부른다. 쭈뼛거리며 이호가 다가오자 일호는 그런 행동을 보고선 한번 더 머리를 쥐어박는다. 이해는 하지만 나름 억울했던 이호가 투덜이자 자리에 앉으라며 턱짓을 한다. 이미 차려놓은 음식에 밥과 국만 떠와서 놓자 속이 안 좋은지 국부터 떠먹는 그를 보면서 잔소리를 하면서 이호 앞에 있던 반찬 하나를 당겨와 놓는다. 이호는 그에게 잔소리를 하면서 점점 반찬이 그의 앞으로 놓는 제 형을 보자 소리 내지 않고 웃으면서 팔을 쭉 뻗어 반찬을 집어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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