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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버여, 이걸 보겠나?”

 

기숙사 담화실에 들어선 실버를 반기는 건 릴리아의 다정한 권유였다.

다녀왔다는 인사를 하려다 말고 부름을 받은 그는 뜻밖의 상황에 두 눈을 깜빡이다가, 곧장 릴리아에게 다가갔다.

소파에 앉아 편지를 뜯어보던 릴리아는 제 바로 뒤에 선 실버에게 사진 한 장을 내밀었다.

실버는 그 사진을 알아보고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건…….”

“기억나느냐? 이건 네가 7살 때 찍은 사진인데…….”

“예, 기억합니다.”

 

사진에 찍혀있는 건 커다란 생일케이크를 사이에 두고 선 자신과 로세우스였다.

다정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을 바라보는 로세우스를 뚫어지게 보던 그는, 자연스럽게 이 사진을 찍었던 날을 떠올렸다.

 

‘생일 축하한단다, 실버야.’

 

자신의 7번째 생일날. 로세우스는 이른 아침부터 준비한 케이크와 생일선물을 내밀며 자신을 축하해 주었다. 부드러운 생크림의 달콤한 향기와 설탕물 옷을 입어 반짝이는 과일이 돋보이는 생크림 케이크는 꼭 모형같이 아름다워, 아직 어린아이였던 그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 케이크는 디알버스 님이 구우셨어요?’

‘그래.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구나.’

‘마음에 들어요, 정말로요.’

 

릴리아의 괴멸적인 요리에 익숙해져 있던 그에게 그 케이크는, 절대 잊을 수 없는 생일 케이크가 되어주었다. 실버는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나는 단맛에 입맛을 다셨다.

달콤한 추억을 충분히 되새긴 그는 사진을 도로 릴리아에게 돌려주었다.

 

“그런데 이 사진은 어디서……?”

“로세우스가 편지와 함께 보내주었단다. 내가 보고 싶다고 슬쩍 어리광을 부렸더니, 이걸 보내주더구나.”

“아…….”

 

릴리아는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말했지만, 실버는 그 이야기를 흘려들을 수 없었다.

릴리아와 로세우스가 어떤 사이인지는 오래전부터 보고 들어 잘 알고 있었다. 두 사람은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고 존중했으며, 서로에게 예의를 지키면서도 편안한 관계를 유지했다. 결혼만 하지 않았을 뿐, 마치 부부 같은 두 사람의 관계는 고향에서 꽤 유명했다.

방금 본 사진만 해도 그렇다. 이 사진에 나온 건 자신과 로세우스 뿐이었지만, 이 자리에는 릴리아도 함께 있었다. 그 사진을 찍어 준 게 다름 아닌 릴리아였으니까.

언제나 제 옆에서 아버지와 어머니 노릇을 해주던 두 사람이, 지금은 서로 떨어져 지내니 얼마나 답답하고 그리울까. 그런 걱정이 들자, 실버는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많이 보고 싶으십니까?”

“응?”

 

받아든 사진을 가만히 들여다보던 릴리우스는 그제야 실버의 얼굴에 슬픔이 느껴진다는 걸 눈치챘다. 아들 같은 이의 슬픔에 화들짝 놀란 릴리아는 급히 손을 저으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하하, 그런 표정 짓지 말아라. 내가 로세우스와 떨어져 지낸 시간이 하루 이틀인 것도 아니고. 젊을 땐 더 오래 못 본 적도 있으니,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단다.”

“……예.”

 

말은 저렇게 하여도, 분명 신경쓰지 않아도 될 정도로 그리움의 크기가 작지는 않을 테지.

실버는 사진을 쉽게 집어넣지 못하는 릴리아의 뒷모습을 오랫동안 바라보다가, 슬그머니 제 방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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