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운 여름날, 밖에 나가는 건 오직 축구에 환장한 몇몇 학생들뿐이고 선풍기와 수업 시간에만 틀어줘 지금은 작동하지 않는 에어컨의 희미하게 느껴지는 냉기뿐이었다. 그런 가운데 점심시간이니 환기를 시키자는 반장의 말에 반 학생들은 불만을 토로하면서도 반장의 말대로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켰고 그러자 뜨거운 공기가 들어오면서 남아있던 냉기마저 밀어낸다. 선풍기에선 더운 바람만 불어오고 결국엔 각자 손 선풍기나 시원한 물을 마시기에 바빴다.
그 가운데 유일하게 파란색 나뭇잎 모양의 가면을 쓰고 있는 학생만 신이 나 다른 학생을 따라 복도로 갔다. 옆에서 기웃거리며 상대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며 얘기하던 학생이 씩 웃으며 삿대질을 했고 그 결과는 손가락을 붙잡혀 소릴 지를 뿐이었다. 제 손가락이 아파 꼭 잡아 상태를 확인한 뒤 다시 웃으며 이번엔 팔짱까지 꼈다. 지나가는 다른 학생은 보기만 해도 덥다며 시선을 다른 곳으로 옮기거나 미니 선풍기를 사용해 땀을 식힌다.
분명 나갈 땐 두 사람이었는데 들어올 땐 한 사람이니 몇은 궁금해 다른 몇은 그의 파란 나뭇잎 가면의 표정이 잔뜩 울상인 걸 보고선 상황을 대충 파악하며 학생과 거리를 두며 자리를 옮긴다. 각자의 얘기로 정신이 없는 교실 안, 그는 제 옆자리를 보며 한숨만 푹 쉬며 앉았다. 옆에 있던 학생, 유다는 다른 친구와 대화를 하다 급히 마무리하고 몸을 돌린다.
“또 차였냐.”
“그 얼굴로 말하지 말아 줄래? 배로 기분 안 좋거든.”
“그럼 나랑 사귈래?”
“장난하지 마. 재미없거든.”
“장난 아닌데.”
유다의 대답에 반에 있던 소리가 순간 멈췄고 이어 분위기 파악 못하는 웃음소리만 크게 들려온다. 그 웃음소리를 시작으로 주변이 다시 활기를 되찾으려 하고 있었다. 대화가 이어지거나 너무 놀란 나머지 까먹고 다른 주제로 대화를 하거나였다. 계속 조용해선 안될 것 같은 분위기에.
“유다 너 진짜 웃긴다! 그렇게 내가 좋아?”
“어.”
2차 정적. 주변 학생의 시선이 한곳으로 쏠리자 시선을 받은 그는 웃는 얼굴이지만, 손은 그렇지 못하게 그대로 손을 뻗어 유다의 교복 셔츠를 잡아당기자 유다는 양손을 들어 항복 자세를 취한다.
“미안. 농담이었다.”
“알고 있어.”
“그럼 놓던가!”
혀를 차며 손을 놓고선 짧게 숨을 내쉬자 교복 셔츠를 정리하는 유다가 교실 문쪽으로 다가온 분홍빛의 머리카락을 발견하고서는 못 본척하며 말을 이었다. 그의 시선이 순간 교실문으로 향하려다 그대로 제 얼굴을 본다. 빤히 제 얼굴을 보고 있던 그의 손이 제 뺨을 감싸자 표정이 구겨지며 눈을 치켜뜬다. 양손으로 뺨을 감싸다 그래도 꽉 잡아당기고는 뭐가 그리 좋은지 웃으면서 눌렀다 당기다를 반복하다 유다의 손에 의해 저지 당해도 웃음은 이어졌다.
“유다 넌 그 얼굴에 감사해.”
“그래. 내가 잘생기긴 했지.”
“그런 말을 하니까 네가 인기가 없는 거야.”
웃음을 뚝 그치곤 정면을 바라보다 제게로 다가오는 다나를 향해 양손을 흔들었다. 분명 고백을 받고 찼음에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이어지는 대화에 유다도, 반에 있는 학생도 역시 늘 있는 것 마냥 각자 제 일을 하기 시작했다. 고백도 차이는 것도 그러다 아무렇지도 않게 대화를 하는 것도 매번 있는 일이었기에. 유다는 제 앞에 있는 남인데도 성별도 다름에도 저와 같은 얼굴인 다나를 쳐다보고는 턱을 괴며 이번엔 제 옆에 있는 그를 보았다. 저를 볼 때와는 다르게 꿀이 떨어질듯한 눈을 하고 있자 숨을 짧게 쉬고 있을 때 순간 느껴지는 시선에 고개를 돌렸다. 저와 같은 얼굴이 빤히 쳐다보고 있자 왠지 모르게 기분이 나빠져 저절로 인상이 써졌다. 그러자 다나 역시 같은 표정을 지었다. 먼저 쳐다봐놓고선 왜 저래? 입을 열려 할 때 옆에서 웃음소리가 비집고 나왔다.
“겁나 웃겨! 표정까지 똑같네. 혹시 두 분 쌍둥이세요?”
“아니거든!”
“얘랑 엮지 마. 짜증 나니까.”
대답도 동시에 하더니 행동도 동시에 서로의 멱살을 잡고선 짜증을 내자 웃음소리는 더 이어진다. 누구 하나 말리는 사람 없이 평소라는 단어로 정리를 하고선 내버려 두니 뒤늦게 들어온 한 사람만이 말리기 시작한다. 계속 웃는 그에게 시끄러우니 조용히 하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