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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사각관계도 끝납니다. 여러분, 고생 많으셨습니다.

*욕설 주의.

 

 

팔계가 자신을 보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애향은 팔계를 앞질러 제 집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산옥이 머무는 방에 들어가더니 그를 다정히 쓰다듬었다. 그 광경을 보는 팔계는 마뜩찮은 기색이 역력했다.

 

“사실 팔계 씨가 어떤 분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산옥 씨가 찾을 만큼 두 분이 깊은 관계인 건 알겠어요.”

 

다정한 눈빛과 손길로 산옥을 대하는 것과 달리 냉정한 목소리였다. 팔계 역시 그다지 유쾌한 기분은 아니었으므로 대답 없이 애향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팔계 씨를 떠올리고 부를 때마다 눈물을 보이는 산옥 씨는 마냥 행복해 보이지가 않더라고요. 두 분이 무슨 사이일까, 하고 고민했지만 답은 하나였어요.”

 

듣지 않아도 애향이 찾아낸 답이 무엇일지는 뻔했다. 팔계는 대답 대신 산옥을 가만 들여다보고는 자리를 떴다. 도대체가 산옥과 관련된 일이면 그는 평정심을 찾기 힘들었다. 알고 있었다. 자신을 바라보는 산옥이 어떤 마음이었는지 뻔히 다 알면서도 외면하며 지냈다. 그렇게 한 것이 다름 아닌 팔계 자신이면서 그는 산옥이 다른 이에게 특별한 연정을 받는 게 싫었다. 그래서는 안 되지만 팔계로서는 도리가 없었다. 산옥은 다른 누군가에게 건네기에 너무나 강인하고도 여린 존재였으므로.

 

자고 일어난 산옥이 일행들을 보자마자 놀란 건 다음 날 아침이었다. 산옥, 좋은 아침! 이라며 씩씩하게 자신을 부르는 오공에 산옥이 웃었다.

 

“오공 씨!”

“많이 다쳤다면서. 괜찮아?”

“아무렇지도 않아요. 봐요, 이렇게 뛸 수도 있는걸?”

 

산옥이 밝게 웃으며 제자리뛰기를 하자 오공도 만족한 얼굴이었다. 오정은 산옥을 보자마자 장난치기 바빴고, 삼장은 그를 지켜보다 입을 열었다.

 

“가자.”

“네.”

“잠깐만요, 산옥 씨!”

 

애향이 산옥을 붙잡았다. 모두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쳐다보았지만 팔계는 다소 무미건조했다.

 

“네?”

“다 낫지도 않았는데 어딜 가요!”

“괜찮아요. 이 정도면 가뿐해요.”

“맞아, 이 녀석. 의외로 강골이라고.”
“사람이 절벽에서 떨어져서 다쳤는데 그런 소리들을 한단 말이에요? 산옥 씨도 마찬가지예요. 다 낫지도 않았는데 어딜 간다는 거예요?”

 

애향이 잔뜩 화가 나서 씩씩거렸다. 거기 있는 이들은 어리둥절한 얼굴을 하고 있었고, 산옥은 애향이 납득할만한 이야기를 해 주려 머리를 굴렸다.

 

“애향 씨.”

“네?”

“난 가야 해요. 해야 할 일이 있고, 소중한 이들이 곁에 있는 곳만이 제가 있어야 할 곳이에요.”

“봐 주지 않는 상대가 있는 곳으로 간다고요? 당신, 진심이에요?”

 

그 말에 오공과 삼장이 경악했다. 무슨 상황이 벌어진 건지 모르겠지만 애향이 어느 정도 산옥과 팔계 관계를 알아챈 건 뜻밖이었다. 삼장은 티 내지 않고 있었지만 애향이 무슨 이야기를 할지 알 수가 없어 입을 다물고 있었다. 다만 오정만은 흥미롭다는 듯 셋을 보고 있었다.

 

싸늘한 공기가 가시지 않았는데 갑자기 누군가 그들이 있는 곳으로 급히 들이닥쳤다.

 

“크, 큰일 났어요. 요괴, 요괴가!”

 

산옥은 그 말을 듣자마자 팔계와 눈을 맞췄다. 팔계는 따라 시선을 맞추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애향이 말릴 새도 없이 둘은 집을 벗어났다. 그에 오공과 오정, 삼장도 그들을 뒤따랐다. 산옥이 땅 위에 손을 대었다.

 

“저 쪽이에요.”

 

산옥이 말한 곳으로 가니 요괴 여럿이 인간들을 위협하고 있었다. 산옥은 망설임 없이 칼을 뽑았다. 그에 일행들도 제각기 무기를 들고 요괴들과 맞섰다. 애향은 산옥을 찾아다니다 그를 발견하고 숨을 멈췄다. 조금은 잔인하게까지 느껴지는 살육 현장에서 산옥은 발군이었다. 요괴들을 교묘하게 피하며 여유로운 웃음을 보일 정도로 대담하기까지 했다. 애향은 그가 행여나 다칠까 불안한 마음으로 지켜보았지만 그가 휘청거릴 때, 팔계가 빠르게 그를 민첩한 몸놀림으로 지원하는 걸 보고 있자니 입술을 절로 짓물게 되었다. 연인으로 봐 주지 않는 것과 함께 등을 맞대는 건 다른 일이라는 의미일까.

 

“자, 잠깐만. 저거 뒈진 거 아니었어?”

“아, 너희 나 떨어트린 애들이구나? 미안해서 어쩌나. 살아있네?”

 

산옥은 입꼬리를 비릿하게 끌어올리며 웃었다. 얼마 되지 않아 순식간에 산옥을 알아본 요괴만 살아남았고 산옥은 그에게 다가갔다.

 

“가, 같은 요괴끼리 왜 그러냐. 응? 너도 요괴잖아.”

“응, 나 요괴인데 그렇다고 날 죽이려 했던 새끼랑 손을 잡겠니? 내가 그렇게 머릿속이 꽃밭 같아?”

 

살벌하게 몰아붙이는 산옥을 보고 애향이 흠칫 놀랐다. 요괴라니. 산옥이 자신들을 위협했던 그들과 동류라는 걸 알고 나니 안색이 창백해졌다. 그리고 그것을 증명하듯 산옥은 제 특기인 화염을 자유로이 휘둘렀고, 덕분에 경문을 읊는 삼장은 굉장히 수월하게 타 요괴들을 진압할 수 있었다. 얼떨떨한 표정으로 서 있는 애향을 보고 산옥이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요괴들을 제압하고 일행은 바로 출발하려 했다. 그런데 애향이 그들에게 조심스레 다가가더니 산옥을 향해 입을 열었다.

 

“산옥 씨.”

“어, 애향 씨?”

“하나만 말해주고 싶었어요. 당신이 요괴라서 놀라긴 했지만 결코 마음을 포기할 수는 없다고.”

“네?”

“당신에게는 팔계 씨만이 유일한 존재인거죠?”

 

산옥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일행들은 그가 무슨 반응을 할지 몰라 쳐다보고 있었는데, 얼마 되지 않아 애향이 산옥 뺨에 입을 맞추자 경악하고 말았다.

 

“팔계 씨는 산옥 씨에게 유일한 존재라는 건 알겠어요. 그러면 난 산옥 씨한테 유일한 인간이고 싶어요. 인간 중에서 가장 당신을 흔들 수 있는 유일한 존재. 그 정도는 허락해 줄 수 있어요?”

 

애향이 한 말과 입맞춤에 산옥은 조금 당황한 얼굴이었지만 이내 작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마치 팔계더러 보라는 듯 씩 웃다 그가 입을 열었다.

 

“애향 씨는 멋지고 좋은 사람이에요. 그럼 언젠가 다시 만나요.”

“네. 기다릴게요.”

 

산옥과 애향이 작별 인사를 나누는 동안 팔계는 운전석에서 냉랭한 얼굴로 애향을 보고 있었다. 하지만 애향은 능청스러운 얼굴로 그에게 혀를 내밀더니 미련 없이 집으로 돌아갔다.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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