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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교수로서 네빌이 엄두에 둘 일은 셀 수 없이 많았다. 커리큘럼을 짜랴, 각기각색인 학생들 수준에 맞게 주문을 가르칠 방법을 고안하랴, 업무 서류를 처리하고 연락이 필요한마법사 연락망을 알아보랴, 네빌은 잠시라도 쇼파에 몸을 기울일 틈 없이 바삐 움직였다. 신입 교수가 처리해야 할 일로 손발 둘 곳 없이 분주히 움직이면서도 네빌은 부단한 일정을 함께 소화할 사람이 데네브 선배라는 사실에 반색했다.

그들은 호그와트 회랑속 열주 사이를 같이 거닐었다. 데네브는 곁눈질을 하다 느릿느릿 발걸음을 움직였다. 처음엔 보통 걷는 발걸음같이 평이한 움직임이었다만. 평소 도드라지게 잽싸던 발걸음을 네빌에게 맞춘다며 데네브는 조금 걸음을 늦췄다. 외창에 들어선 햇볓이 유려해 데네브는 햇볕에 나부끼는 커튼마냥 발걸음을 맞췄다. 네빌은, 선배의 걸음이 평소보다도 느려져 그녀에게 맞춘다고 발걸음이 짓는 폭을 더 가뿐히 늦췄다. 저 둘을 봐! 서로 걸음을 물리다가 자리에 멈춘채로 주저앉겠네. 오, 걸음을 늦추다 응달에 몸을 굽힌 뱀처럼 멈춰서면 서로 햇볕을 수색하려 들겠지. 말라붙은 태양빛이 표피의 전모를 비춰들면 굽이진 물이 태양을 가를 때가 그렇듯이 시선이 향할 바를 알 수 없게 될거야. 생전 주변인들의 연애사에 입망울을 벙긋거리며 감정의 향배를 가늠하며 연애사를 흥미거리로 삼는 사람이었다. 본인은 격정에서 물러선 채 사뭇 남이 시연하는 연모극을 즐거히 한 초상은 빙긋 웃었다. 놀리는데 혈안이 되어 있는 초상화는 심보를 숨겨두지 못했다. 샐쭉 떠진 눈빛을 옆 초상화와 교환하고 히죽, 헤벌쭉한 웃음을 서로 나누었다. 시곗바늘이 한 번 돌시간이 열바퀴는 돈 듯 설피 착각을 일으키는 것이 사랑이라 했던가. 태양이 뜬 시간이 하루 반나절이 아니라 온하루로 시간 감각을 흐드러뜨리는 것이 낭만이라 했던가. 그 날 부피감을 점유하고 유지한 시간은 사뭇 느리게 흘러갔다는 착각이 아닌 걸음을 늦출대로 늦춰 맞춤에 근접하리라.

데네브는 작은 발걸음으로 지나올 길속 포석을 움직이는 새처럼 종종 움직였다. 네빌은 손을 가득 펴서 품 꼭대기에 올려진 스크롤을 고정했다. 회랑에 돌연히 쏟아져 들어오는 햇볓이 바닥에 점점이 솟은 표철에 반측였다. 도드라진 금속 판형속 빛이 밀려나오면서 부드럽게 퉁기며 움직였다. 외창에 들어오는 빛에 섞여 들어선 빛은 잠잠한 빛을 솟아냈다가 파고가 흐르다 포말이 터뜨려지듯이 열주에 녹아드는 온기를 흘려내었다.

네빌은 데네브가 당부해주는 말에 고갯짓을 하며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데네브 선배, 저번학기에 학생들에게 할 첫 인삿말은 어떻게 정하셨어요?”

“ 소갯말부터 시작했지. 이름을 말하고, 우리가 할 일을 말하고, 규칙을 말하고. 어떤 기준에 따라 학생들에게 점수를 주고 평가해주는지를. 맥고나걸 학과장님이 손수 당부하신 말씀에 의해 명확한 지침을 두고 학생들을 평가한다고.”

네빌은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데네브에게 시선을 기울였다. 햇볕아래 쏟아지는 빛의 방선이 고개를 가뭇거리는 터였다. 사뭇 상대방을 잘 내감하는 부드러운 눈길이 시선끝을 쫒았다. 돌돌 말린 스크롤과 표표히 활자가 새겨진 양장서가 품에 쏟아질 듯 자리잡은 걸 보고 네빌은 제 손이 부단함에도 선배의 스크롤을 덜어냈다. 동시에 제 품에 가득 쌓여 있던 스크롤 중 두어개가 바닥에 떨어졌다. 네빌, 포석 아래를 굴러다니는 책은 바닥에 퉁기며 책등새가 펼쳐졌다. 데네브는 숨을 낮춰 웃었다. 데네브는 책을 주우려 허리를 숙이다가 품에 있는 물건들을 와륵 떨어뜨렸다. 네브는 상승마법을 써 품에 무작위로 섞인 품목을 올려들었다. 물건들의 틈새가 정연하게 짜맞춰졌다. 네브는 네빌이 떨어뜨린 스크롤을 이동마법으로 건네주었다. 네빌은 곤란하단 듯이 볼어귀가 옅은 선홍빛으로 붉어졌다. 학창시절이 생각나 두 사람은 시선을 나누며 웃었다.

“ 의외라서요. 선배. 제가 아는 선배라면요. 선배가 조각상에 주문을 걸어서요. 조각상이 선배 대역을 맡아 학생들이 부름받을 이름을 묻고 공손히 안부인사를 나누겠다고 생각했어요. 그 날 하루만 조각상이 선배 대역을 하도록 만들면서요. 마법사들이 서로 나누는 재치와 재간을 배워야 한다고요. “

“ 맥고나걸 교수님의 엄중한 신신당부가 있었지.”

벨벳천으로 표구된 초상화가 언짓 그들에게 눈을 깜박거렸다가 샐쭉 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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