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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주가 드림캐보다 연상. GL 드림.

 

사아야는 카나데를 따라 갔지만 별다른 일을 하지는 않았다. 음료를 마시고 산책을 즐기던 그들은 어느 순간 카나데가 발걸음을 멈추면서 잠시 산책을 중단했다.

 

“카나데 씨, 왜 그래요?”

“사아야. 그거 아니?”

“뭐를요?”

 

카나데는 사아야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입을 열었다. 그가 뱉은 말은 실로 뜻밖이었다.

 

“연예인 매니저로 산다는 건 완전히 행복한 일은 아닐지도 몰라.”

 

카나데가 한 말에 사아야는 놀라 그를 바라보았다. 조금 시무룩한 듯 잔잔한 웃음을 짓는 카나데가 낯설었는지 그는 카나데를 부를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물론 사아야는 나보다 어른이고 이제 조금씩 자기가 해야 할 일을 찾아가겠지만 말이야. 그렇지만 매니저는 조금 다른 일이라고 생각해. 프로듀서는 한 자리에 우리와 끊임없이 함께 하면서 우리가 나아가는 방향을 볼 수 있지만, 매니저는 언제든 다른 아이돌이나 소속사를 찾아갈 수 있잖아?”

 

아, 사아야는 카나데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줄 꿈에도 생각지 못하고 있었다. 마냥 카나데가 활동하는 모습이 좋고 그가 데뷔했을 때 연예인을 향해 엄청난 동경을 했던 탓인지 그가 하는 것이면 무엇이든 다 좋아 보였고 감격스러웠던 그였다. 그렇기에 감정이 곧잘 이입되어 화보면 화보, 토크쇼면 토크쇼, 무대라면 무대. 어느 곳에 가도 결국 카나데를 찾아내고 그에게서 빛을 찾아내던 사아야였기에 언젠가 그가 자신과 떨어질 생각을 하고 있을 거라곤 상상도 못했기에 적잖이 당황한 눈치였다. 그 눈빛을 알아챈걸까. 카나데가 말을 덧붙였다.

 

“알아. 사아야는 누구보다도 우리를 아끼고 귀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라는 걸. 그리고 내 연인이기도 하기 때문에 연인인 나한테는 특히 각별하다는 사실을 말이야. 하지만, 어쩐지 당신이 영영 나한테서 멀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이제 겨우 만난 지 1년이 조금 될까 말까한 상황이지만.”

 

사아야는 카나데를 응시했다. 연인이 되기 전, 카나데는 사아야 때문에 꽤나 마음고생을 했다고 들었다. 원체 다른 이들에게 상냥하고 작은 것 하나도 놓치지 않고 예의주시하는 탓에 가끔은 카나데보다도 다른 신데렐라 걸즈 멤버들에게 더 신경을 쓰는 경우도 있었으니. 그래서일까. 카나데는 유독 사아야에게 이렇다 할 자신감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게 자신이 가지고 있는 패착이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자신은 사아야에게만 유독 예민하게 반응하는 편이지만 사아야는 아닐 거라는 불편한 확신이 그에게 있었다. 사아야가 아무 말 없이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물 마실래요?”

“어?”

“물.”

 

예상 밖이었지만 사아야가 딱히 화가 난 기색은 없어 보여 카나데가 고개를 끄덕였다. 사아야는 손목시계를 확인했다. 주어진 30분 중 남은 시간은 10분. 긴 이야기를 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지만 확신을 주기에는 그럭저럭 쓸만한 시간이었다. 사아야는 가지고 있던 가방에서 페트병을 꺼내 카나데에게 건네고 말했다.

 

“한 마디만 할게요.”

“응.”

“당신이 나를 여기에 이끌었으니 내가 여기 있는 거예요.”

“어?”

“말했잖아요. 그리고 알잖아요. 내가 누구 때문에 매니저를 시작했는지.”

“그랬지.”

“그 마음은 지금도 변하지 않았어요. 카나데 씨, 나는 여전히 당신을 보고 있고 누구보다 당신이 빛나는 곳에 있고 싶어요. 연인이라는 위치도 중요하지만 매니저로서 당신 옆에 있는 게 중요하다는 걸 알아요.”
“사아야.”

“맞아요. 언젠가는 카나데 씨 말대로 나도 누군가에게 캐스팅될 수 있죠. 더 좋은 조건으로 옮기는 게 어떻겠느냐는 말을 들을지도 몰라요. 그렇지만 카나데 씨, 그 이야기는 지금 들은 게 아니잖아요?”

“그야 그렇지만.”

“당장 눈앞에 있는 것이 중요해요. 나한테는 그래요. 당신은 프로 아이돌이지만 앞으로 어른이 되면 더 복잡하고 무서운 일들이랄까. 아니면 좀 더 부당한 일을 겪을 거예요. 어른이기에 더 함부로 대하는 사람들도 많으니까. 난 그런 일들이 벌어지지 않게 계속해서 막아주고 싶고, 매니저로서 최선을 다하고 싶어요. 카나데 씨, 당신에게는 고작 1년 남짓이 남았어요. 어른이 되려면 말이죠. 그것밖에 남지 않았는데 내가 어딜 떨어져 있겠어요? 불안해서 그렇게 못해요.”

 

카나데는 물을 마실 생각도 하지 못한 채 페트병을 멀거니 들고만 있었다. 사아야는 그를 보고 작게 웃은 뒤 입을 열었다.

 

“나는 언제나 당신 곁에 있을 거예요. 약속할게요.”

 

그 말을 끝으로 사아야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아무도 없는 건물 안쪽에서 카나데가 그를 끌어안았기 때문이었다. 사랑스러운 이가 불안해하지 않게 언제나 일상을 함께 하고 싶다고 그는 막연히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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