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 드림입니다. 드림주가 드림캐보다 연상.
드디어 Dea Aurora가 출연하는 토크쇼 촬영 날이 되었다. 사아야는 잊고 온 게 있는지 몇 번이나 확인했다. 프로듀서는 그를 보고 있다가 말했다.
“사아야 씨.”
“네?”
“긴장하셨나요?”
“아, 하하하. 또 티 났나요? 큰일 났네.”
“당신은 아이돌들이 느끼는 감정에 금방 동화되어 버리는군요.”
프로듀서는 아이돌 중에서 특히 카나데를 염두에 두고 그런 이야기를 했음을 모르지 않았다. 사아야는 대꾸 대신 프로듀서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그가 저를 보자 의아해진 프로듀서가 물었다.
“무슨 일 있나요?”
“좀 이상한 질문인데요, 프로듀서 님.”
“네.”
“언제 아셨어요?”
“뭘 말인가요?”“그, 저랑 카나데 씨랑.”“아.”
바로 알아챈 걸 보니 프로듀서도 둘 사이를 짐작했다는 걸 짐작할 수 있었다. 사아야는 상기된 얼굴에 손부채질을 하면서도 질문을 멈추지 않았다.
“언제부터 아셨던 거예요?”
“글쎄요. 사아야 씨가 카나데 씨를 몰래몰래 힐끔거리셨을 때부터 라고 하면 될까요?”
“제가 그랬어요?”
“모르셨나요?”
언제 그랬지? 사아야는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어 저도 모르게 눈을 크게 떴다. 그리고 입을 틀어막고 한참 동안 말이 없더니 다시금 프로듀서에게 물었다. 목소리는 아까보다 훨씬 조그마했다.
“그, 그러니까요. 프로듀서 님.”
“네?”
“제가 정말 티 날 정도로 카나데 씨를 보고 있었어요?”
“네. 그래서 프로덕션 일원들도 알아챈 것 같던데.”
어쩐지 카나데와 교제한다고 했을 때 반응들이 아직도 안 사귀고 있었느냐, 대체 그 동안 뭘 한 거냐 같은 게 나오더라니 그런 이유에서였군.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대체 그들은 어떻게 제 표정만으로 뭔가 둘 사이에 특별한 기류가 있다는 걸 감지한 걸까. 마칭 밴드 소속 아이돌들 대부분은 모르는 눈치였지만 당장 10대 후반 아이돌들은 둘 사이를 감지한 모양이던데. 동경하던 카나데와 연인이 되기 전까지 차오르던 감정을 다 숨긴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구나. 사아야는 홧홧해진 얼굴에 손부채질을 하고 카나데와 미나미를 보았다. 그들이 사회자와 이야기를 나누는 걸 들으며 카메라 뒤편으로 몸을 숨겼다.
녹화가 시작되었다. 사아야는 두 손을 꼭 잡고 기도하듯 서 있었다. 실수하면 안 되는데. Dea Aurora 단독 토크쇼이니까 별 일 없었으면. 사아야가 한 기도를 카나데도 들었는지 짓궂은 질문은 유연하게 넘어갔고, 큰 무리 없이 즐겁게 출연자와 대화를 이어 나갔다. 미나미가 난감해할 상황이 벌어지면 카나데가 도왔다. 선을 그을 때는 긋고, 사회자가 원하는 답을 들려줘도 괜찮다 싶을 때는 그렇게 하는 카나데는 완벽한 프로였다. 그런 프로 아이돌이 저를 좋아한다고 했다. 아직도 꿈만 같은 일이었다. 대체 무엇이 카나데를 사로잡은 걸까. 저는 이렇게 부족한 사람인데.
“사아야.”
왜지. 왜 카나데는 그런 저를 선택한 걸까. 뛰어난 사람 곁에 뛰어난 사람이 있는 게 더 좋지 않나.
“사아야.”
“앗.”
“무슨 생각해? 쉬는 시간이야.”
“아, 그래요? 못 들었어요. 죄송해요.”
“안색이 안 좋은데.”
“아니에요. 아무것도.”
“그래?”
“네. 걱정 마세요.”
하지만 카나데는 사아야가 꽤 심각한 표정으로 생각에 잠겨 있던 걸 알았기에 그 말이 곧이곧대로 들리지 않았다. 카나데가 사아야에게 손을 내밀었다.
“에?”
“잠깐 걸을래? 실내에 계속 있으면 머리 아프잖아.”
“어.”
“뭘 걱정하는 거야. 아이돌이 매니저 손잡는 게 어때서.”
그렇지. 지금은 티내면 안 되는 거니까. 카나데 얼굴과 손을 번갈아보던 사아야가 손을 잡았다.
“30분 쉬자고 하셨으니까 잠깐 나갔다 올래? 아, 미나미.”
“왜 그래, 카나데 쨩?”
“뭐 마실래? 사 올게.”
“아니야. 난 신경 쓰지 말고 둘이 잘 갔다와.”
“미나미 씨는 제가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미나미와 프로듀서가 한 마디씩 덧붙이자 카나데는 사아야 손을 잡았다.
“우리 그러면 다녀올게. 멀리 안 갈 거니까 걱정 마.”“아, 핸드폰 제가 가지고 있으니까 급한 일 있으면 연락 주세요!”
“응, 걱정 말고 잘 다녀와.”
“다녀오세요.”
“가자, 사아야.”
“네.”
카나데 손이 이렇게 단단했던가? 아니, 지금 제가 그렇게 느끼고 있는 건가. 차오르는 의문에 사아야는 카나데 옆얼굴을 보았다. 아, 아름다워. 아직도 사아야 마음에는 동경이 남아 있었다. 정말 이런 사람이 제 연인이라니 믿을 수가 없어 사아야는 그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