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 드림입니다. 드림주가 드림캐보다 연상.
카나데와 미나미가 미리 인터뷰 준비를 하는 동안 사아야는 견과류를 먹고 있었다. 뭐라도 좀 씹어야 긴장을 풀 것 같았다. 왜 그 둘이 아닌 사아야가 긴장했는가 하면 그건 그가 Dea Aurora 결성 전부터 두 사람을 열렬히 추종하던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물론 두 사람이 합을 맞춘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Nocture 때 함께 노래를 부르긴 했지만 그들이 주가 되지는 못했다. 그런데 이번에, 드디어 유닛이라는 명목 아래 두 사람만 노래를 부르는 계기가 생겼다. 게다가 노래 덕분에 토크쇼까지 하게 되다니. 잘 해야지. 잘 살펴야지. 다짐에 다짐을 하던 사아야에게 카나데가 말했다.
“사아야.”
하지만 사아야는 듣지 못했는지 연신 비장한 표정으로 주먹을 꼭 쥐고 있었다. 못 들었나. 카나데가 사아야에게 다가가 귓가에 입술을 대었다.
“히익?”
“무슨 생각을 하기에 불러도 대답이 없는 거니?”
“부, 불렀어요?”“응. 혹시 토크쇼에서 조심해야 할 거 있나 해서 물어보려던 참이었거든.”
“조심할 거요? 그런 건 이미 카나데 씨가 저보다 능숙하게 파악할 것 같은데.”
“그래도 네가 매니저니까 매니저가 생각하는 주의점이 있을 수 있잖아.”
“그런가? 잠시만요.”
사아야는 작은 숄더백에서 다이어리를 꺼냈다. 주의점이라. 특별히 적어둔 게 있나 해서 좌라락 펼치고 있을 때 뭔가 짧게 사아야 뺨을 스치고 지나갔다.
“에?”
“후후, 부스러기가 묻었어.”
카나데는 사아야에게 손가락을 내밀었다. 검지에 묻은 작은 견과류 부스러기가 손가락에 붙어 있었다. 그럼 아까 제 뺨을 스치고 지나간 건 카나데 손가락이었던 건가. 화끈화끈 달아오르는 사아야 얼굴을 보고 카나데가 쿡쿡 웃었다.
“내가 뭘 했다고 얼굴이 빨개지는 거야?”
“뭘, 뭘 해요. 아무것도 안 했죠.”
“그런데 왜 얼굴이 빨개져?”
“더워서, 더워서 그래요. 자, 그래서 주의할 점은 미나미 씨한테도 이야기해줘야 하니 갈까요?”
카나데가 대답하기도 전에 사아야는 그를 앞질러 걸었다. 분명 연애하기 전까지만 해도 사아야는 다소 서툰 면은 있더라도 공사 구분은 자연스럽게 하곤 했는데 지금은 어쩐지 하나하나 의식하는 것 같았다. 하긴 그도 그럴 게 둘 사이는 카나데가 먼저 제안했기에 막상 받아주고 나서는 두 사람 사이가 전과 다르다는 걸 저보다도 사아야가 크게 느낄 게 분명했다.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파동을 실감할 확률이 더 높으니. 사아야 뒤를 좇아 다시 미나미가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카나데가 온 것을 확인한 사아야가 몇 번 헛기침을 하더니 이내 설명을 시작했다.
“사아야.”
“네?”
“긴장했어?”
“어, 살짝요.”
“왜?”
“왜냐뇨! 지금 제가 얼마나 감동받았는지 설명하면 최소 30분 정도는 걸릴 테니까 나중에 얘기할게요.”
“사아야 쨩은 귀엽다니까.”
“왜 갑자기 제가 귀여움 받고 있는 거죠?”
미나미가 한 말에 사아야는 입술을 삐죽였다. 귀여워라. 카나데는 미나미와 사아야가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예전에는 두 사람이 이야기만 나눠도 괜히 예민해지곤 했는데 이제는 사아야가 제 사람이라는 생각이 크게 들어서인지 타격이 줄어들었다. 물론 신체 접촉이 생긴다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지겠지만 미나미도 그 부분은 조심하는 게 보여서 딱히 무어라 하지 못한 카나데였다. 얼마나 좋을까. 좋아하는 사람들이 서로가 가진 목소리로 한 노래를 부르는 감동은 오로지 사아야를 위한 것이었다. 연심으로 인한 것은 아니더라도 줄곧 자신을 보고 있었던 그여서 카나데는 종종 그를 사랑스럽게 보고 있었다. 미나미가 물었다.
“사아야 쨩.”
“네?”
“Dea Aurora 소개한 다음 Secret Daybreak 소개하잖아. 짧게 불러주는 게 역시 시청자들에게 효과가 좋겠지?”
“물론이죠! 한 소절이라도 불러준다면 효과가 좋을 거예요. 특히 하이라이트 부분이요.”
“하이라이트?”
“톤은 조금 낮게 불러도 좋을 것 같아요. 잔잔하게.”
“그래야겠다. 카나데 쨩은 생각나는 거 없어?”
“나?”
“응.”
생각나는 거라. 미나미와 사아야가 그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마치 답을 기다리는 것처럼 두 시선이 자신을 향해 닿자 카나데가 눈을 굴렸다. 부담스러워라. 그렇지만 사아야 눈을 보고 있자니 아무 말도 안 할 수는 없었다.
“사아야.”
“네?”
“즐거워?”
사아야는 갑자기 그런 질문을 받고 이해가 가지 않는지 눈을 깜빡였다. 그렇지만 카나데가 무언가 편안하게 웃고 있어서 그도 활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