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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기 외전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스포일러를 원치 않는 분들은 읽기를 권장하지 않습니다.

 

 

 

 

 

호무라는 변함이 없는 길을 걷고 있었다. 너무도 변함이 없어 지루하고도 역겨운 풍경 속을 그는 말없이 걸어갔다. 발을 내딛을 때마다 옷자락이 펄럭이는 소리보다 차갑고도 무거우며, 날카로운 쇠들의 부딪히는 소리가 크게 들려왔다. 익숙한 존재가 되었다고는 하나 그 소리의 정체를 그는 썩 좋아하지 않았다. 허나 견딜 수 있는 것은 그 존재보다 더욱 마음에 들지 않는 존재들이 있기 때문이다.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 그가 걸어가던 방향에서 걸어오는 2명의 인물들. 그들도, 그도 일순 눈이 마주쳤지만 어느 누구도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허나 호무라와 그들의 태도는 엄연히 틀렸다. 그가 그들을 향해 어떠한 신경도 쓰지 않는 태도였다면, 그들은 정면으로 보지는 않았으나 호무라를 힐끗거리며 지나쳤다. 그 시선 안에 담긴 감정은 결코 호의적이지 않았다.

 

 

"저런 존재가 투신태자라니."

"어쩔 수 없지 않나. 투신태자는 저러한 것들이 맡는 역할이니."

"흥. 그 일 이후, 나타태자가 그런 상태이니 저 녀석이 된 거지."

"태자는 필요 없지 않나. 그런 괴물에게."

"그리고 저 녀석도 같은 분류지."

 

 

숨길 마음이 없었을까, 아니면 그 악의를 숨길 수가 없었던 것일까. 그들의 입에서 나온 목소리와 말들은 작은 대화는 그에게 또렷이 들려왔다. 신이라는 그들의 입에서 흘러나온 모든 것이 추악하고도 더럽다는 감상이 그의 안에 퍼진다. 언제나의 일이자, 불쾌한 시간을 그는 주먹을 건물의 기둥으로 치는 것으로 끊어낸다. 퍽도 아닌 쾅이란 소리가 일순 그 주위를 채우자, 그의 뒤에서 히익이란 한심한 소리가 들려왔다. 그 직후, 빠른 발걸음 소리가 자신에게서 멀어지자 호무라는 피식하고 웃는다. 허나 불쾌감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호무라는 지겨운 풍경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어졌다. 본래의 목적을 잠시 잊고 말이다.

그저 풍경만이라도 바꾸기 위해 그는 정처 없이 걸어갔다. 그 시간동안 꽤 오래 전의 일들을 떠올린다. 천계의 기준으로도 제법 과거에 있었던 끔찍한 일을 말이다. 그 안에서 일어난 일들은 그와 관계가 없으면서도 쉽사리 잊히지 않는 비극이자, 눈부신 것이었다. 그때의 자신이 잡을 수 없던 것의 이름을 떠올리던 호무라는 바뀐 풍경을 눈치 챈다. 넓은 성내인 것은 변함은 없으나 그가 서 있는 곳은 아까 전까지 있던 곳과는 틀렸다. 좋게 말하면 세월의 흐름이 느껴진다고 하나 낡아버린 건물의 기둥이나 벽들, 쓸데없이 넓은 정원은 잡초가 무성했다. 성에 필요하다고 만들었으나 나뭇잎 하나 없는 나무를 곁에 녹조로 덮인 연못이 있었다. 꾸밈없이 말하자면 그곳은 버려진 곳이었다. 누군가의 손길 없이 방치된 곳이었다. 매일 누군가들이 청소하고 관리하는 성과 분명 같은 성일 텐데도 거기엔 누군가의 손길의 흔적 따위 존재하지 않았다.

 

 

"이런 곳이 있었나."

 

 

호무라는 한정적이나 제법 오래 돌아다닌 성 안에서 이러한 곳은 몰랐다. 하지만 적어도 자신들은 우월하다며 떠받들여지기를 당연시하는 천상인들이 돌아다니는 곳보다는 훨씬 편했다. 숨이 트이는 감각에 멈추지 않았던 다리를 쉬게 한다. 메마른 눈동자를 눈꺼풀로 어루만진다.

그대로 휴식을 취하려 했다. 허나 누군가의 기척이 느껴져 경계를 가지게 된다. 귀를 기울이며, 기척이 느껴진 곳을 살펴본다. 그러나 그는 기척의 주인의 얼굴을 볼 수 없었다. 이미 그 존재는 성의 중심 쪽으로 향하는 모퉁이를 돌고 있었으며, 본 것은 검은색의 머리카락뿐이었다. 그럼에도 호무라는 그 인물의 정체를 짐작할 수 있었다. 이 천계에서 길고도 웨이브가 진 검은색의 머리카락을 지닌 존재는 그가 아는 한 한 명뿐이다.

 

 

"그 자가 이런 곳에 괜히 계실리가 없을 텐데. 그렇다면 설마 이 근처인가."

 

 

기척의 주인을 추측한 그는 최근 자신이 성을 돌아다닌 이유를 떠올린다. 호무라는 기척을 처음 느낀 곳으로 향하며, 천계 상층부 영감탱이들과 일부 자들만이 떠들던 소문을 떠올린다. 더불어 그와 관련된 이야기의 시작도 떠올린다.

천계의 제법 예전, 하계의 기준으로는 약 500년 전 금기의 존재가 나타났으며 기록 중에서도 특별한 탄생이었다. 거기에 신의 총아란 존재까지 나타났다. 그 덕에 천상인 높은 양반들은 불만과 질투로 심기가 불편했을 거다. 그리고 운명이었을까, 그 2명 모두 금선동자와 연관 되어졌다. 둘 중 한 명인 제천대성은 그의 보호 아래, 나머지 한 명은 우연한 계기로 금선일행과 친해졌다고 한다. 실제로 그도 그들이 함께한 모습을 보았기에 사실임을 알고 있다. 그리고 그 일이 일어나고 말았던 거다. 제천 대성의 천상인 대량살상과 이탑천의 계획. 그 결과 많은 천상인들의 죽음과 건물 피해, 역겨운 비밀 발견 등이 일어났다. 그리고 천계의 반역자로 몰린 금선동자, 권렴대장, 천봉원수는 목숨을 잃었다. 하계로 도피하려던 제천대성은 관세음보살에 의한 하계에서 500년간의 벌을 받게 되었다.

어느 정도 줄여 사건의 중심들을 떠올린 그는 자신이 귀를 기울인 존재의 소문을 떠올린다. 좀 전의 대충적인 이야기에서 행방이 확인 된 인물들 중 언급이 없었던 인물. 제천대성과 비슷한 시기에 나타난 신의 총아. 천상인들과 다르다는 이유의 차별과 신의 사랑을 받았다는 이유로 그들의 질투를 받은 존재. 살상을 저지르지는 않았으나 그들을 도와주어 벌을 받게 되었다는 이름도 기록되지 않은 여성. 그 일 이후, 그녀는 성의 어디선가 존재하고 있다고 전해졌다. 그리고 '천계의 신들은 시기와 질투로 총아를 방치하였으며, 그녀를 만나러 가는 존재는 관세음보살 뿐이다.' 라는 안개와도 같은 소문이 떠다녔다.

호무라는 생각했다. 그녀를 이용할 수 있을 거라, 그녀라면 자신들에게 협력할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만약 여성의 출생이 들은바와 같다면 그자는 새로운 문을 여는 데에 필요한 두 번째 키다. 제천대상과 함께 세트인 키로 말이다.

 

 

"건물은 이거 하나 뿐이군."

 

 

그의 다리가 멈춘 곳은 자그마한 건물의 앞이다. 기둥이나 처마 등 곳곳에 성에 있는 구조와 비슷한 느낌이 들었으나 그 크기는 작고도 별채라고도 불리기 힘들었다. 창고라 해도 믿었을지도 모를 정도로 그의 눈앞에 있는 건물은 허름하고도 빛바랜 느낌이었다. 버려진 정원과 연못과 세트로는 맞춤인 건물이었다. 허나 하나 뿐인 문 앞은 나뭇잎 하나 없었다. 그 주위에는 어디선가 날아온 마른 잎들이 있었음에도 문 앞은 그러하지 않았다. 우연이라기엔 마치 누군가가 도구로 밀었다는 듯이 뭉쳐져 있다. 순간 그러한 행동을 관세음보살이 했다는 상상을 해 본 그지만 곧 그만둔다.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기에.

끼이익-, 문고리를 잡아 밀어내니 문은 쉽게도 열렸다. 예상 외로 떠한 장금장치도 없던 문에 의아해하면서도 호무라는 건물의 안으로 발을 내딛는다. 곧 코에 닿는 것이 먼지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의 코끝에 닿은 것은 희미한 꽃의 향이었다. 전등은커녕 촛불 하나 없는 방은 한 벽면을 거의 차지한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햇빛에 의해 밝혀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 있었다.

자신들의 꿈을 이루는데 도움을 줄 신의 총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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