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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해석, 설정 날조 주의

* 급 전개, 급 마무리 주의

* 사이비 종교 관련 언급이 있습니다.

* 검은방3~4를 하지 않은 분들껜 스포일러가 될 수 있습니다.

 

 

 

   천장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이 뺨을 타고 흘렀다. 바로 들려오는 목소리에 대답하며 그는 웃었다. 바보같이. 사람 좋은 얼굴을 하면서.

 

   “별일이 아니니 신경 쓰지 마세요.”

   “누가 뭐라고 했나?”

   “절 걱정하는 얼굴로 보길래요.”

 

   어이없어 대답도 안 하고 무시했다. 걷는 소리가 낡아 무너진 건물 안으로 배경 음악처럼 울려온다. 엇박자가 어우러진 그 소리가 매우 불쾌해 고개를 돌리니 분명 뒤에서 따라오던 사람이 사라져 급하게 몸을 돌렸다. 다른 방에서 고개만 빼꼼 내밀어 웃자 그를 본 강민의 표정은 더 어두워진다.

 

   “저 찾았어요? 걱정하지 마세요. 잘 따라가고 있으니까요. 아니면 윗사람들이 저를 챙겨주라고 했나요?”

   “알면서 묻지 마.”

   “그렇군요. 저는 그저 사이버 수사대일 뿐인데 저를 받아준 그분들도 그렇고 절 잘 대해주는 강민씨를 보니 놀라워서요.”

 

   대답을 하지 않았다. 이것은 긍정의 의미다. 어째서 그들은 저 어린 여자에게 매달리는 걸까. 싶다가도 굳이 알고 싶지 않아 포기하기로 한다. 위에서 알아서 할 일. 자신과는 관련이 없었다. 그에 대한 조사는 주변 남들 입에서 오르내릴 때 즘에 해둬 한참 전에 끝난 상태였다. 다 자르고 핵심만 말하자면 양친을 알 수 없는 고아가 사이버 수사대가 되어 하무열과 같이 일을 하고 있다, 그쯤. 그 외에 대한 정보는 알고 싶지 않아 넘겼다. 다른 사람이라면 자세히 조사했을 터인데 그만 보면 속이 뒤집혀 알고 싶지 않았다. 엮이고 싶지 않은 사람 중 한 명인 그를 이렇게 가까이 두게 될 줄이야. 복잡한 속을 겨우 붙잡고 움직였다.

 

   “그거 알아요? 이 건물에서 예전에 무슨 일이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순간 저도 모르게 움찔했다. 무언가를 알고 있는 걸까. 방해된다면 누구든 가만히 두진 않을 거다. 사이버 수사대가 어째서 이런 사이비 종교와 관련이 된 걸까. 목적이 있지 않은 한 자기 스스로 이곳으로 들어올 리가 없었다. 그것도 어린 나이에 들어온 지 안돼 윗사람들에게 신뢰까지 받으며. 강민은 쳐다도 보지 않고 입을 연다.

 

   “그렇겠지.”

   “자세한 건 저도 모르지만 살인 사건이 있었나? 그랬던 것 같은데 알아요?”

   “좋은 말로 할 때 조용히 따라와.”

   “네. 알았어요.”

 

   혀를 차다 다시 미소를 보이며 그는 강민의 뒤를 따랐다.

   곧 무너질 것 같은 벽을 지나 전기가 들어오다 말다 하는 전구를 조명으로 삼아 걸으면서 날리는 먼지는 배경의 한 부분을 차지한다. 삐걱거리는 소리가 너무 재밌는지 몇 번을 위에서 뛰다가 낯선 소리에 바로 내려오는 행동까지. 하나하나가 마음에 드는 게 없다.

   강민은 조용히 따라오라는 제 말을 철저히 무시한 채 자기 마음대로 하는 그를 무시하려 앞으로 걸었다. 저를 부르는 소리에도 무시하고 앞으로 한 발짝 걷다 답답한지 위로 고개를 올린 순간 갑자기 뒤에서 다급하게 뛰어오는 발소리와 함께 제 몸이 급히 앞으로 쏠려 제 발에 걸려 바닥으로 넘어졌다.

   둔탁한 소리가 뒤에서 들려 고개를 돌리니 제 무릎을 잡고 아파하는 그가 바닥에 앉아있었다. 떨어진 콘크리트 덩어리를 다 피하진 못했는지 이마에선 피가 흐른다. 많은 생각이 들었지만 제일 먼저 든 생각은

 

   “뭐 하는 거야? 누가 구해달라 그랬어?”

   “사이버 수사대이긴 하지만 전 경찰인걸요. 말보다 행동이 먼저 나온 거죠, 뭐.”

   “경찰은 무슨….”

 

   겨우 몸을 일으키던 그가 제 다리를 질질 끌며 다가왔다. 시야를 가리는지 손등으로 피를 닦아 내며 다른 손을 내민다. 강민은 저를 향해 내민 손을 가만히 보았다.

   정장은 편하게 풀어 입고 정갈하게 하나로 묶은 머리카락의 타래가 옆으로 내려와 얼굴 옆에 딱 붙어있다. 이 얼굴을 앞으로 계속 봐야 한다니. 그 잘난 높으신 분들의 말을 대신 전하던 그의 말이 떠올랐다.

   강민씨, 그분껜 함부로 하지 않는 게 좋아요. 사랑을 많이 받더라고요. 이유는 저도 모르겠지만. 자신이 그 말을 들을 거라곤 생각도 안 한다는 것쯤은 본인 역시 알고 있던 터라 그 말을 끝으로 가버린 것을 떠올린 강민은 숨을 짧게 내쉰다. 이유를 물어볼 걸 그랬나? 했지만 그렇게 사이가 좋은 것도 아니고. 라며 그만두기로 했다.

   닦아내어 다시는 안 날 것 같은 피가 상처 위로 새어 나와 흘러 뺨을 타고 바닥으로 떨어진다. 한두 방울 바닥에 핀 붉은 방울을 두 사람은 무시한 채 서로를 빤히 쳐다볼 뿐이다.

 

   “제가 너무 세게 밀쳐서 못 일어나는 건 아니죠?”

 

   강민은 내미는 손 쪽으로 제 손을 뻗었다. 그러고는 바로 뻗은 손을 탁 쳐낸다. 놀란 얼굴을 하지만 곧 웃는 얼굴로 바뀐 그는 제 손을 쳐는 강민의 손을 잡아당겼다. 저보다 작은 몸에 이끌려 엉덩이가 들리자 강민은 혼자 일어날 수 있다며 다시 한번 손을 뿌리친다. 그러자 다행이라며 그는 손등으로 피를 마저 닦아낸다. 생각보다 깊게 파였는지 멈추지 않자 결국 손수건을  꺼내 상처 위에 댄다. 저 손수건도 곧 피로 물들겠지. 강민은 시선을 아래로 내리깐다. 아래엔 붉은 방울이 제 시선을 확 사로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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